[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중고폰 선보상제 규제를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중고폰 선보상제 부가조건이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아래 규제의 칼을 꺼냈지만, 이통사들은 과잉 제재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소비자는 정부가 할인 혜택마저 법으로 막는다며 냉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방통위 역시 중고폰 선보상제 자체는 소비자 편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이통사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총 34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기존 폰을 반납하면 30여만원의 할인 혜택을 지급하는 중고폰 선보상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 LGU+ 중고폰 선보상제 광고

■ 중고폰 선보상제, 단통법 어긴 죄목은...

중고폰 선보상제는 단말기 구입시 공시지원금(상한선)과 별도로 18개월 뒤 단말 반납을 조건으로, 중고가를 책정해 미리 보상하는 제도이다. 갤럭시S5, 아이폰6 등 주요 단말을 기준으로 34만~38만원의 금액을 지급한다. 해당 제도는 단말기유통법 이후 체감 지원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가폰 구매 부담을 확 줄일 수 있어, 소비자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일각에서 중고폰 선보상제가 반납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고, 등급 간 차이도 불분명하는 등 향후 소비자 피해 문제 발생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방통위는 사실조사를 착수, 중고폰 선보상제가 단통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관련 사항은 다음과 같다. ▲공시지원금 외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행위 단통법 제 4조(지원금 과다지급 제한 및 공시)4항 위반 ▲중고폰 선보상 가입조건으로 특정 요금제 사용 의무, 위반시 위약금 부과하는 등 개별 계약 체결한 행위 단통법 제5조(지원금과 연계한 개별계약 체결 제한) 1항 위반 ▲중고폰 반납 조건 등 중요사항 고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행위 전기통신사업법 제 50조(금지행위)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 42조 제1항 5호 나목4 해당 등이다.

방통위는 이를 경미한 위반으로 보고 SK텔레콤과 KT는 50%, LG유플러스는 30%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SK텔레콤과 KT는 조기에 중고폰 선보상제를 중단한 것이 참작됐다. 과징금은 총 34억200만원으로 적은 수준이다.

 

■ "시정하면 운영 무방“ vs “계획 없다“

방통위는 이통사의 중고폰 선보상제에 대해 제재했지만, 완전히 차단을 한 것은 아니다. 최성준 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중고폰 선보상제 자체는 소비자 편익을 위한 것”이라며 “18개월 이후 잔존가치를 적정한 수준에서 선보상금으로 지급하고, 특정 고가요금제와 연계시키지 않으며, 구체적 반납조건을 명확히 기재하면 계속 운영해도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운영을 중단한 중고폰 선보상제를 부활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중고폰 선보상제 위법사항을 제외하고 다시 재개할 것이냐는 방통위 상임위원의 질문에 KT 김만식 공정경쟁담당 상무는 “더 이상 운용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SK텔레콤 임형도 정책협력실장은 “프로그램 출시 여부는 내부 검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중고폰 선보상제는 단말기유통법으로 대대적인 보조금 마케팅 활동이 어려워지자, LG유플러스가 고안한 ‘묘수’이다. 이 회사는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의 ‘렌탈폰’을 본떠 참고했다. 렌탈폰의 조건은 ▲반납 기준: 액정 파손 없음, 전원 들어올 것 ▲렌탈가격은 출고가의 55% ▲임대기간 24개월 뿐이었다. 여기에 아이폰6, 고가 요금제와 연계해 가입자 유치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LG유플러스가 내놓은 중고폰 선보상제는 입소문을 끌었고, SK텔레콤과 KT도 뒤질세라 부랴부랴 비슷한 제도를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해당 제도는 56만명(SKT 18만4958명, KT 16만8601명, LGU+ 20만6017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방통위 규제로 가입자 유인책이 사라지며,이통사는 중고폰 선보상제를 운영해야할 필요성을 상실했다.

 

■ 마케팅까지 간섭하나? 규제 어디까지...

방통위가 ‘조삼모사’ 중고폰 선보상 마케팅에 대해 지적을 한 것은 분명 잘한일이다. 그러나 규제 수위와 방식을 놓고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이통사는 방통위 요청에 따라 향후 같은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KT 박현진 마케팅 담당 상무는 “갤럭시노트4나 갤럭시S5 광대역 LTE-A 등 단말의 18개월 후 잔존가치는 시장상황에 따라 가능성이 너무 많아, 과다 보조금 분류는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LG유플러스 강학주 상무는 “중고폰 선보상제는 경쟁사의 중고폰 후보상제 프로그램(KT스펀지플랜)을 참조한 부분도 있는데, 출시 당시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고 후보상제와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과잉 규제라는 얘기도 내부적으로 나왔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중고폰 선보상) 내용을 보면 과징금을 최소 금액으로 했는데, 이는 중대성이 약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안은 기존과 다르게 시장 과열도 없었고 이용자 차별도 적었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 역시 “이번 제재는 이용자 피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조사가 착수됐다”며 실제 사례보다 잠재 피해 가능성을 염두하고 제재를 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업체 관계자는 “이통사가 분명 잘못한 부분이 있고,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바로 잡을 필요가 분명 있었다”면서도 “방통위로선 이용자 고지 미흡이나 특정 요금제 계약에 대한 행정지도 등으로도 충분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유통점들의 불신과 국회의 존폐 발언 등으로 방통위가 다소 과도한 액션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새로운 법이 시행중이고 이통사들이 마케팅을 출시하는데 있어 방통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제재도 필요하지만, 단통법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 혹은 예측 가능성을 사업자에게 알려 동기부여 해주는 노력이 수반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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