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 웹툰의 기획부터 연재 등 모든 제작 과정을 프로듀싱하는 만화제작사 와이랩(YLab)은 '한국의 마블'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웹툰 프로듀싱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와이랩은 올해 준비 중인 작품들의 성공적 발표를 디딤돌 삼아  내년에는 중국 일본 등 본격적인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와이랩의 성장과정과 해외 진출 전략, 경쟁력 등을 들여다 봤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와이랩 본사.  건물 내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페도 있었다. 카페에는 다양한 만화책과 마블(Marvel) 사의 유명 캐릭터인 아이언맨 피규어가 곳곳에 놓여 있어 마치 만화방에 온 기분을 들게 했다. 카페에서 만난 윤인완 와이랩 대표 프로듀서는 “와이랩 카페는 주로 웹툰 작가들이 와서 일하는 장소”라며 “월요일은 카페가 쉬어서 한적하다”고 웃었다.
 
윤 프로듀서도 실제 웹툰을 제작하는 작가다. 그는 양경일 작가와 함께 일본에서 신암행어사라는 만화를 연재했고 전 세계적으로 4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암행어사는 작년 프랑스에서 애장판이 출간되는 해외 만화 독자들에게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 와이랩 카페에는 만화책과 피규어가 진열 돼 있다
 
■ ‘만화제작사’ 와이랩, 웹툰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 프로듀싱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국내 복귀한 그는 막  태동하기 시작한 국내 웹툰의 제작환경이 해외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의 경우 만화제작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돼있었고 이는 미국, 영국 등도 마찬가지였다.
 
윤인완 프로듀서는 국내 웹툰 시장을 키우기 위해 해외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프로듀서와 작가가 함께 체계적으로 만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프로듀싱 회사, 이른바 만화제작사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윤 프로듀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작가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서포트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국내에서 게임, 드라마, 영화 등 모든 콘텐츠는 감독, 프로듀서, 작가 등 여러 전문가들이 협업하여 만들어내고 있고 만화 분야도 이런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면 더 파급력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지난 2011년 만화제작 회사 와이랩이 설립된다. 영화제작사나 드라마제작사에 비해 만화제작사는 국내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마블 엔터테인먼트라는 만화제작사가 어벤져스, 아이언맨, 스파이더 맨 등을 제작하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마블이 1939년에 설립됐듯 해외에 비하면 국내 만화제작사의 역사는 짧다. 2009년에 만화가 매니지먼트 회사인 누룩미디어와 K코믹스가 생겼지만 회사가 직접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만화제작사는 아니었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첫 만화제작사는 바로 와이랩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해외는 만화 작가들도 프로듀서와 함께 작품을 만드는데 국내는 4년 전 당시 그런 시스템이 없었다”며 “와이랩은 회사가 단순히 작가를 관리만 하는 차원이 아니라 프로듀싱을 통해 작품을 기획하고 해당 기획안을 만화 작가들에게 의뢰해 함께 높은 수준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등 공생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와이랩은 자체 웹툰 플랫폼이 없음에도 지난해 40억 원, 올해 1백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폭발적 성장이다.  윤 대표는는 “와이랩은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레진코믹스처럼 매체, 플랫폼을 지니고 있지 않아 자체적인 연재를 할 순 없다”며 “하지만 다양한 플랫폼들과 협업해 해당 사이트의 성향과 맞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등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 매체가 없다는 한계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와이랩은 본사 건물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최근 2년간 네이버, 다음뿐만 아니라 레진코믹스, 코미코, 탑툰, 올레웹툰 등 다양한 신생 웹툰 플랫폼들이 잇달아 생겨났다. 이에 웹툰 시장은 급속도록 성장했고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웹툰시장이 오는 2018년 1조원에 가까운 규모로 커질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이처럼 웹툰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만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고 업계도 만화제작사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와이랩 측 설명이다.
 
■ 2차 창작물도 직접 제작... ‘한국의 마블’을 궁극적 목표로
 
특히 와이랩은 자사 웹툰 콘텐츠를 원작으로한 영화나 드라마 등 2차 창작물까지 직접 제작하고 있다. 이는 와이랩이 제작한 콘텐츠들의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렇다고 웹툰 작가들의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지적재산권을 회사가 소유하는 만큼 와이랩은 플랫폼들이 작가들에게 주는 원고료보다 많은 자체 지원비를 지급한다. 영상화 과정에서도 작가를 직접 참가시켜 작품의 본질을 지키고 영상물의 지분도 나눠주고 있었다.
 
작년에 와이랩은 기안84 작가가 그린 웹툰 ‘패션왕’을 직접 영화로 제작하며 영화제작사로써 첫 선을 보였다. 이어 첫 드라마인 ‘프린스의 왕자’는 오는 3월 KBS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와이랩은 만화제작사로써 작품의 영상화를 회사 내부에서 실현 중이다. 그 밖에 와이랩에서 영화로 제작 중인 작품으로는 ‘고삼이 집나갔다’, ‘찌질의 역사’ 등이며, ‘아일랜드’,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조선왕조실톡’ 등은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다.
 
윤인완 프로듀서는 “마블은 아이언맨, 어벤저스 등 자사가 갖고 있는 저작권 콘텐츠를 직접 영상화 하고 있다”며 “와이랩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한국의 마블”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와이랩 측도 마블의 만화 작품처럼 영웅성이 강한 한국형 캐릭터들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중 3-4개의 작품은 올해 웹툰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이후엔 와이랩이라는 브랜드의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 영상화로 실체화가 돼 독자들에게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 와이랩이 기획한 웹툰 중 영상화를 준비 중인 찌질의 역사, 프린스의 왕자,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심연의 하늘(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와이랩이 한국의 마블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올해 준비한 작품을 성공시켜야 한다. 윤인완 프로듀서는 “만화제작사로써 마블은 직접 작품의 영화를 제작하며 작품의 세계관과 팬층을 넓히는 등 굉장한 성장을 이뤄냈다”며 “와이랩도 드라마, 호러, 로맨스, 코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제작해왔기 때문에 이미 폭 넓은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사업영역을 영상물로 확장해 마블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제작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와이랩은 직접 영상제작 스태프를 고용해 외주 없이 주체적으로 2차 창작물을 만들고 있다. 와이랩은 이미 4대 영화 배급사와 협력해 상영하는 과정을 모두 경험해 영상물 제작에 큰 문제도 없다. 영상부문은 아직 투자를 통해 키우는 단계지만 올해 준비한 작품들이 성공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매출도 가능하다는 것이 와이랩 측 입장이다.
 
윤인완 프로듀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어 드라마화, 영화화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 전개의 범위도 함께 확장되고 있다”며 “최근 해외에서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 활발히 작품을 소개해 덕분에 그 동안 매출이 꾸준히 상승했고 앞으로도 더욱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와이랩은 올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일본 및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와이랩은 지난 2-3년 간 국내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에 해오던 일본 연재도 하지 않았다.  윤 대표는 “올해 성과를 기반으로 내년엔 일본과 중국 시장에도 진출 할 계획이다”며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한 웹툰도 내년 발표하고 더 큰 시장에서 창의적 이고 과감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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