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구축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통신업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3가지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일괄 발주 방식과 혼합형 분리발주로 갈리는 모양새다.

24일 국민안전처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사업 공청회’를 열고 정보화 전략계획(ISP)의 세부 추진안을 공개했다. 이 중 정부가 제시한 사업자 선정 방안은 ▲1개 사업자가 망을 구축하는 일괄발주 ▲사업 영역별이나 지역별에 따라 다수 사업자가 망을 구축하는 분리발주 ▲일괄발주와 분리발주를 섞은 혼합형 분리발주(2개 사업자 참여)이다.

국민안전처와 LGCNS측은 혼합형 분리발주에 무게를 두는 입장이지만, 시범 사업에서는 일괄 발주로 사업자 선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셌다. 일괄 발주를 지지하는 쪽은 KT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측이다.

 

이날 재난망 구축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KISDI 김사혁 부연구위원은 아이폰 국내 첫 도입 당시를 예로 들었다. 김사혁 위원은 “2009년 모 통신사(KT)가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기지국단부터 운영센터까지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애를 먹었다”며 “이런 일련의 상황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면 1개 사업자가 망을 구축하는 일괄 발주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T 공공고객본부 송희경 본부장도 시범 사업에서는 일괄발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본부장은 “본 사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일단 시범 사업이 완벽하고 야무지게 끝내야 한다”며 “시범 사업 기간에는 1개의 사업자가 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이후 여러 대기업, 중소기업이 모여들어 충분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은 재난망 구축 완료를 2020년으로 잡고 있지만, 국내는 2017년으로 무려 3년이 빠르다”며 “미국 플로리다의 경우 교통 인프라 구축 시 다수의 사업자로 분산했을 때 사업이 36% 지연됐다.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효과를 거둘려면 일단 시범사업 때 1개의 사업자가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범 사업때는 일괄 발주로 한 개의 사업자가 함으로써 재나망 종주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 사업 진행시에는 다수의 사업자가 참여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은 분리발주에 손을 들었다.

LG유플러스 솔루션/IoT 사업담당 최기무 상무는 “재난망 구축은 표준을 적용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데, 표준이 완성되도 제조사단에서 구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성공여부도 장담키 어렵다”며 “만약 1개의 사업자가 독점적으로 하다가 실패하면 전체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 국가적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시범사업에서 다양한 업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김장기 본부장도 “표준화가 현재 진행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별 분리 등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범 사업에서부터 복수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ISP발주 때만 해도 연매출 8000억원 이상을 내는 기업끼리는 컨소시엄을 구성치 못하게 했는데, 시범사업이 종합적인 시스템 설계가 필요한 만큼 이종 기업에 한해서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혼합형 분리발주가 채택되면 2개 업체 (제조사 2개, 통신사 2개)가 재난망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게 된다. 1개 사업자가 하는 대신 기지국과 단말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단,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제조사 통신사간 협력으로 이어져 재난망 사업자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ISP로부터 재난망 사업권을 따낸 후, 실제 망을 설계중인 LG CNS측은 “사업자 선정방식 3안은 이통사가 모두 제시한 안”이라며 “각자가 장단점이 있다. 모든 부분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최종안을 마련, 추진협의회를 거쳐 3월 초 중으로 계획안을 확정한다. 3월 말 시범사업 발주 공고를 내며 4월말 경 시범 사업자를 선정해 재난망 구축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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