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 정부가 핀테크 육성에 본격 나서자 업계 전문가들은 이전까지 없었던 거대한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실효성을 위해선 올 6월로 잡혀있는 제도 개선 완료 시기를 훨씬 앞당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달 정부가 발표한 ‘IT·금융융합 지원방안’은 사전 금융규제를 최소화하고 사후규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금융사고 책임부담 명확화, 보안성심의 제도 폐지, 특정 보안 및 인증 기술 사용의무 폐지 등 핀테크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어 비조치의견서 활성화,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수립,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 전자금융업 등록 자본금의 탄력적 적용, 핀테크센터 설립 등 오프라인 위주 금융제도를 개편하고 핀테크 산업을 지원한다.
 
▲ 정부가 내놓은 IT.금융융합 지원방안 내용
 
■정부의 규제 개선 움직임 놀라워...."다만 좀더 민첩했으면" 
 
이를 접한 업계 전문가는 금융위 지원방안에 포함된 사전규제 최소화가 대한민국 역사상 '경천동지'할 패러다임의 진화라고 평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정부가 나서서 사전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으로 무척 놀라운 일이다”라며 “이런 변화는 드디어 금융당국이 바젤협약을 준수하는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사전 개별규제에서 사후 포괄규제로 패러다임의 변화와 더불어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임진다는 원칙이 바젤 협약의 기본 정신이다. 스위스 바젤에서 금융관련 국제 기준으로 논의됐다.
 
게다가 정부는 인터넷 전문은행 수립, 크라우드 펀딩 등 구체적 핀테크 사업의 사안도 놓치지 않고 끄집어냈다. 핀테크 업계는 이런 부분들을 높게 평가한다는 입장이다.
 
단 규제 개선 이행 지체로 인한 문제점들은 여전히 있다. 금융위가 내놓은 핀테크 지원 방안은 핀테크 지원센터 설립을 제하고 대부분이 6월 이후에 완료될 것으로 나타나있다.
 
특히 보안성 심의 제도, 과잉 보안 규제, 특정기술 사용의무 규정, 금융투자업권의 선불업 진출 등 주요 제도가 당장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당장 서비스를 준비 중이거나 진행 중인 업체 관계자의 어려움이 몹시 큰 상황이다.
 
■8퍼센트, 페이게이트 등 규제로 발목 잡힌 업체들 '발 동동'
 
실제 P2P(Peer to Peer)대출중개 스타트업인 8퍼센트는 최근 금감원 요청으로 인해 온라인 사이트가 차단됐다.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서비스를 운영했다는 것이 차단 이유였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차단되기 전 구청에서 대부업 등록서류를 접수하고 있었다”며 “금감원에 우리가 등록을 진행하고 있으니 다시 등록하면 사이트를 복구해주겠냐 물어봤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었지만 담당자가 바뀌면서 대부업 등록을 마치더라도 관련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열어주지 않겠다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 핀테크 산업을 위한 법 개정 등은 이르면 올 6월 쯤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핀테크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도 유사한 경험을 겪고 있다. 전자지불불결제대행사인 페이게이트는 9년 전 알리바바와 제휴해 국내 중국어 및 영어 쇼핑몰에 알리페이를 제공해왔다. 알리바바가 페이게이트에 결제액 정산을 외화, 주로 달러로 보내면 페이게이트는 수수료를 떼고 쇼핑몰 점주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페이게이트는 아무 문제없이 그렇게 8년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는 박 대표에게 현행법 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귀띔해 줬다고 한다. 정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결제 대금이 외화인데 은행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전달했다는 것이다. 해당 외환거래법 유권 해석을 알리바바와 페이게이트가 요구했지만 정부는 1년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알리바바도 외환관리법 위반에 대해 1년이나 고민하는 나라가 없는데 한국만 고민해 지쳤다는 입장이다”라며 “조속히 정부와 대화를 통해 불상사를 방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재광 벤처벌률지원센터 대표는 “정부의 규제 개선 계획이 올 상반기까지 잡혀있는데 이로 인해 올해 핀테크 사업을 하려는 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더 빠르게 행정지도 철폐, 규제 개선 입법 등을 업계의 동의를 모아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배 대표는 우선 전자금융거래법을 확실하게 개정하는 것이 핀테크가 가는 길이고 금융당국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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