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 최근 국내 핀테크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핀테크 관련 규제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업계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핀테크 서비스를 시작해야만 해외 업체와 겨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당장 핀테크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법 조항에 흩어진 핀테크 규제를 단기간에 해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5일 한국핀테크포럼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홀에서 '핀테크 규제 총정리'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임정빈 세계파이낸스 국장 등 핀테크 관련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금융 규제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 핀테크 진입 적기는 지금인데... 경쟁력은 규제에 막혀
 
▲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이 핀테크 업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임정빈 세계파이낸스 국장은 “핀테크 업체든 금융업체든 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로스차일드 계열의 금융 대기업인 골드만삭스도 핀테크 스타트업을 백업하는 등 기존과 다른 흐름을 찾아가고 있고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를 헤드라인으로 내보낼 만큼 이슈인 상황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임 국장은 IMF 이후 번진 IT붐처럼 요근래 핀테크 붐이 불고 있다며 핀테크 시작의 적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주장했다. 임 국장은 “정부가 핀테크 지원까지 해주는 좋은 타이밍인 지금 기회를 놓치게 되면 핀테크 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미 엄청난 수준에 도달한 해외 핀테크 기술 및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핀테크 업계가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도 의견을 냈다. 배 대표는 “모든 핀테크와 기존의 금융사들이 융합이 되고 누가 살아남을지 모르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 지금 핀테크의 국면”이라며 “이 다음 외국금융이 국내에 들어올 때는 핀테크를 갖고 들어올 것이므로 만일 우리가 P2P플랫폼을 미리 만들어 놓지 못하면 국내 금융권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라고 위기감을 강조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도 위기감은 모두 갖고 있겠지만 결국은 규제에 묶인 핀테크 산업을 풀어내지 못하면 행동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지적했다. 그는 “사실 핀테크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라며 “핀테크하면 페이팔을 생각하겠지만 국내 페이게이트가 페이팔보다 먼저 생겼고 국내 시장의 제도가 남들보다 먼저 시작한 신기술을 받아주지 못했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핀테크가 기술보다는 규제의 문제임을 주지시키며 핀테크는 무엇보다 정부의 결단과 주도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이민화 이사장은 한국 정부가 정면으로 국제 금융기관의 바젤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 이사장은 “국내 핀테크 서비스가 각종 규제로 인해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 정부가 바젤 협약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를 획일적 방안으로 대처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사전 개별규제에서 사후 포괄규제로 패러다임의 변화와 더불어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임진다는 원칙이 바젤 협약의 기본 정신이다. 스위스 바젤에서 금융관련 국제 기준으로 논의됐다.
 
▲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는 핀테크 서비스마다 걸리는 규제에 대해 소개했다
 
중국에서 온 염청소 위해횃불하이테크산업단지 대표도 “알리바바가 성공한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며 “특히 핀테크 관련법령을 중국정부가 내놓지 않은 덕분에 알리페이가 성공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 무수한 규제의 더 큰 문제는 흩어져있다는 것
 
이어 국내 문제가 되는 법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이민화 이사장은 전자금융거래법은 물론이거니와 비대면 본인인증 금지규정,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 규정, 금산분리 원칙, 개인정보보호법, 여신전문업법, 금융지주회사법, 금감원 규준 350페이지 등 다양한 규제들이 핀테크 산업 발전 저해요소로 꼽혔다.
 
임정빈 국장은 규제에 대해 “굉장히 복잡하고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이런 것들을 적절한 명분과 모양새로 설득 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국장은 “국내 금융규제 완화가 어려운 이유는 규제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데다가 법, 시행세칙, 모범규준, 검사 등 보이지 않는 규제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청와대는 핀테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고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은 놀라울 정도로 핀테크 현안과 이슈를 다 파악하고 있다”며 “그러나 법이 워낙 많고 시장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고민을 오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이승건 대표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함께 핀테크 관련 규제를 법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규제 법안이 하나하나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승건 대표는 규제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며 엮여있는 데다가 여러 조항에 흩어져있어 쉽게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이승건 대표는 “김용태 의원이 핀테크를 빠르게 이해하고 규제 개선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엮여있는 법안이 많아 1~2년 내 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게다가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P2P랜딩 등 관련 법안이 너무 많이 흩어져 있어 정부도 어느 법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밑그림을 그리지 못한 상태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법령이 새로 만들어져야 하는 핀테크 서비스 보다 법적으로 해결 가능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이 소개한 규제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 정부는 금융규제의 세부적인 사항을 전부 확인하고 어떤 방법으로 개선을 실행할지 정해나가야 한다”며 “전자금융거래법을 확실하게 개정하는 것이 핀테크가 가야할 길이고 정부, 금융당국의 진정성을 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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