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참여'를 선언, 게임업계 랭킹 1,2 위 기업간 또 오랜 친구(김정주 김택진)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새삼 엔씨소프트의 가족경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창업자이자 사장 말고도 그의 동생인 김택헌 전무가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고, 김사장의 부인인 윤송이 부사장이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 했다. 어지간한 재벌가에서도 보기 힘든 벤쳐기업의 완벽한 가족경영 체제가 굳어진 것이다. 

이를두고 일부에서는 재벌 빰치는 족벌경영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 모두의 경력이 엔씨소프트 경영에 도움이 될만하다고 옹호론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들의 경영일선 참여 그것도 모조리 경영 책임자급을 맡고 있는데 대한 엔씨소프트 안팎의 정서적 반감은 상존하고 있다. 

실제로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참여 공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자신의 부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촉매제가 됐다.

최대주주인 김정주 NXC 회장에게 알리지 않고 일방적인 경영진 인사에 넥슨이 반발하고 나선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사장 승진 발령이 난 것은 지난 23일. 넥슨의 경영참여 공시가 나오기 4일전이다.

윤송이 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외부 명목상 해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결국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윤송이 엔씨소프트 신임 시장

김택진 사장의 동생인 김택헌 전무는 최고사업책임자(CBO)를 맡고 있고 최고전략책임자(CSO)였던 부인 윤송이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사장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천재소녀로서의 학벌과 유명세가 상당하긴 해도 비즈니스분야에선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넥슨의 경영참여 선언도 이를 우려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다.

윤송이 사장은 서울 과학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를 거쳐 지난 2000년 24살의 나이에 미국 MI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천재로 이름난 윤 사장은 지난 2004년 SK텔레콤 상무(CI 본부장)로 영입되면서 3년간 재직하고 난 뒤 2008년 11월부터 엔씨소프트 CSO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까지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SK텔레콤 재직 당시에도 2년간 공들인 무선인터넷서비스 '1밀리 서비스'를 진두지휘했지만 SK텔레콤 전체 가입자 수의 1%에도 미치지 못했고 결국 1년도 안되어 조기 종료됐다.

엔씨소프트에서도 아이액션북, 클루빌 등 다양한 교육사업을 지휘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명목상은 '교육사업'인만큼 수익에 대한 비전을 논하는 것이 민망할 수도 있지만 수익으로 연결되는 부문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윤 사장이 길드워2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을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직원들에 따르면 윤 사장은 엔씨 웨스트 CEO로 재직하면서 길드워 개발을 맡고 있는 아레나넷 마이클 오브라이언 대표와도 종종 트러블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길드워2도 그만큼 순탄행보를 걸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일단 엔씨소프트측은 윤 사장 승진과 경영권 방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진원 엔씨소프트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윤 사장 승진과 관련 "넥슨이 지난 목요일 오후에 변경공시를 하겠다고 최종 통보해왔고, 임원 승진은 그 다음날에 최종 확정됐다. 승진 발표 때문에 공시 변경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는 억측이자 물타기"이라며 "매년 이 기간에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인사 발표이고 내부 직급 승진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넥슨이 적대적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 아니면 김택진 사장이 제값을 주고 다시 지분을 매입해 올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양사간의 경영권 마찰이 장기화 된다면 개발진 이탈 및 변경, 출시 게임의 지연 등 부정적 이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그럴 경우 실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이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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