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세와 맞물려 인텔의 모바일 칩 부분에서의 패퇴와 애플의 성장세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애플인사이더는 20일 세계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모바일칩 산업의 급증세를 읽어내지 못한 채 모바일칩 사업의 실패가 거듭된 배경을 짚어냈다. 특히 인텔은 애플 아이폰이 나온 시점에 제품의 혁명성을 간파하지 못한 결정적 실수를 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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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①모바일 대세 못읽은 인텔...아이폰 기회 놓쳤다
②애플, 예상깨고 x86 대신한 칩으로 아이패드 출시
③애플, HW+SW 수직결합으로 경쟁우위...추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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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칩 경쟁우위 전략 수립...디자인팀을 만들다

애플에게는 가능한 한 경쟁자들보다 앞선 새로운 기술을 내놓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

잡스는 이런 상황을 재빨리 간파해 냈다. 그는 내부 칩설계팀을 다시 만들고, ARM 및 이매지네이션테크놀로지와 라이선스 협정을 맺어 칩 아키텍처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삼성전자에 맡겨 최적의 칩을 구워내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애플이 15여년 전 모바일기기에 최적화된 새로운 칩아키텍처를 만들기 위해 영국 컴퓨터업체 에이콘(Acorn)과 합작해 ARM을 공동 창업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1994년 나온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인 뉴턴을 가동하기 위한 것이었다. 

메시지패드라 할 뉴턴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제품이 아니었다. 하지만 뉴턴이 공개리에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받은 ARM은 이후 급속히 비상했다.(이는 주로 노키아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전체 모바일 산업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 말 잡스는 뉴턴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ARM 지분까지 청산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애플을 강력한 수익을 내는 회사로 되돌리는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다. 

이런 움직임을 이끈 주된 성장동력은 삼성이 생산해 준 ARM프로세서를 사용한 아이팟이었다. 이로써 삼성은 자연스럽게 더 강력한 아이폰용 AP까지 생산해 주는 부품공급 협력사가 됐다. 

▲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웨어러블 및 IoT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달 초 CES에서 웨어러블칩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인텔의 추락한 모바일사업을 살려 낼 수 있을까. (사진=인텔)

■오리지널 아이폰 발표 1년도 안돼 잇단 칩 설계 준비 

애플은 지난 2007년 오리지널 아이폰을 내놓은 지 1년도 안돼 ARM 및 이매지네이션테크놀로지와 비밀 라이선스 협약을 맺었고 이어 팹리스칩 업체인 PA세미와 인트린시티를 인수했다.

이 투자는 지난 2010년 소개된 A4칩에서 보상을 받기 시작했다. 

이 칩은 높아진 아이패드 해상도를 지원하기 위해 클록 스피드와 램 데이터버스를 향상시킨 것으로서 45나노 반도체공정에서 생산됐다. 

많은 언론이 새 아이패드를 커다란 아이팟터치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는데 그쳤지만 아무도 이를 복제할 수 없었다. 

삼성 조차도 이 회사의 A4칩 버전이라 할 S5PC110(훗날의 엑시노스3)을 갤럭시탭에 장착하는데 무려 11개월 이상이나 걸렸다. 

이듬 해 모토로라가 이에 어깨를 나란히 할 TI의 오맵3칩을 장착한 줌(Xoom)태블릿을 내놓았지만 판매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 애플은 90년대말 어려웠던 시절에 공동창업한 ARM사 지분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 아키텍처로 만든 애플, 삼성, 퀄컴 사의 칩들이 애플과 함께 인텔의 모바일그룹 사업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한편 애플은 자사의 A4칩을 아이폰4는 물론 애플TV에까지 장착했다. 동시에 이듬 해 나올 아이패드2에 듀얼코어 A5칩을 장착해 출하할 준비를 했다. A5는 아이폰4S용 A4칩에 비해 CPU파워는 2배, GPU파워는 8배나 강력했다. 이 칩은 아이폰4S에도 사용됐다. 

이어 2012년 3월 A5X용 칩으로 가동되는 새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 버전이 나왔다.

그 해 9월 애플은 A6 칩을 사용한 아이폰5를 내놓았다. 전혀 새로운 스위프트 코어 디자인으로서 32나노공정에서 생산됐다. 한 달 후 애플은 자사의 아이패드4용 A6X 변종칩을 내놓았다. 

■애플의 급속한 성능향상으로 TI, 엔비디아 등 ARM업체 잇단 낙마 

애플은 급속한 AP 성능 향상에 따라 인텔의 x86칩에 앞서 가는 것은 물론 경쟁중인 ARM칩 메이커들에 대해서도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 

실제로 A6칩을 출시에 따라 ARM칩 주력 공급 사 중 하나인 텍사스인스투루먼트(TI)가 소비자 시장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아마존 킨들파이어, 팜의 프리, 림(RIM)의 블랙베리 플레이북, 모토로라의 자이보드태블릿 및 모토액티브 뮤직플레이어를 공급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A6칩 등장에 따라 애플과 경쟁하기 위한 새로운 차세대 칩 개발에 엄청난 돈을 들인다는 것을 정당화하기 힘들었다.

애플은 AMD, IBM, 프리스케일은 물론 TI로부터 칩설계 엔지니어를 스카웃했다. 한편으로는 아노비트를 인수했고 이 회사는 나중에 패스이프세미컨덕터를 흡수한다. 

애플은 그냥 훌륭한, 경쟁력 있는 칩 설계회사가 된 것이 아니었다. 지난 2013년 애플은 A7칩을 내놓으면서 다른 모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업체들을 제쳐 버렸다. 지난 2010년 A4칩을 처음 내놓은 지 3년 만이었다. A7칩은 최초의 64비트 ARMv8칩으로서 새로운 사이클론 코어로 설계된 제품이며, 28나노 반도체공정에서 생산됐다. 

이 해에 애플은 자사 64비트 사이클론 아키텍처를 더 정밀하게 설계한 64비트 A8및 A8X칩을 내놓았다. 이 칩은 20나노공정에서 생산돼 더욱 성능이 향상됐다. 

퀄컴,삼성은 애플을 맹 추격중인 가운데 2년만인 이제야 막 휴대폰용 하이엔드 64비트 ARM 하이엔드 칩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결국 휴대폰칩 사업에서 완전히 낙마해 버렸다.

▲ 지난 해 인텔은 모바일 사업에서 4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애플, HW와 SW를 동시에 거느리며 경쟁자 따돌리다

자체적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 디자인은 애플에게 엄청난 수직 통합적 이점을 제공해주었다.

이는 애플로 하여금 이는 투자비와 엄청난 경제규모가 선 순환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는 애플이 독점적 이익을 누리면서 경쟁자들의 추격을 어렵게 만들어 주었다. 

애플의 HW와 SW통합기술은 자사의 iOS기기를 경쟁력 있게 만들어 주었을 뿐 아니라 더높은 수준의 대체 칩 공급 가능성마저도 없애버렸다. 

그 결과 인텔은 자사칩을 사용하는 단말기 제조업체들에게 해마다 수십억달러를 지원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는 다른 대다수 칩업체들로서는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인텔조차도 올해에는 이같은 규모의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붓지 않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애플이 Ax칩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엄청난 투자비용은 결과적으로 수직 통합된 칩 공급 소유권을 통해 자체 하이엔드마켓을 유지하는 힘이 돼 주었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애플의 이익은 TSMC, 삼성, 글로벌파운드리 같은 한정된 칩 생산업체들로부터 더많은 팹 생산주문을 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구글과 MS는 이미 애플의 최신 아이패드와 비슷한 가격대로 제품을 조립해 경쟁하도록 하게 만들 선택 수단이 거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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