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 집단 지성을 활용한 번역 플랫폼 플리토(대표 이정수)는 작년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세계가 인정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플리토는 전 세계 이용자수 1,500만 명을 목표를 대대적인 마케팅을 나서고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 서비스도 내놓는다. 이를 통해 플리토는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행복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플리토 본사를 찾았다. 플리토 사무실은 한 건물의 4층과 6층, 7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건물 4층에서 만난 플리토 정아영 팀장은 늦은 시간임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무실 안내자 역할을 자청했다. 정 팀장은 “플리토 사무실은 각 방마다 이름이 적혀 있다”고 소개했다.

직접 둘러보니 개발자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오지’방, 야근 후 잠을 잘 수 있는 ‘블랙홀’ 방 등 센스가 엿보이는 이름들을 볼 수 있었다. 각 층마다 볼 수 있는 플리토 직원들은 웃고 떠들며 쉬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 팀장은 “플리토 근무 분위기가 원래 이렇다”며 “자유롭게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플리토의 업무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 삼성동에 위치한 플리토 사무실 건물

이어 7층 회의실에서 이정수 플리토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회사 건물이 크셔서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플리토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쏟아 붓고 반짝 일을 벌였다가 사라지는 하루살이 기업은 아니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사실 플리토는 2013년 11월 진행한 KBS ‘황금의 펜타곤’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승에 진출하며 큰 혜택을 받았다. 바로 연 1%금리로 5억 원 이내의 창업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권한이었다. 이 덕분에 사무실 전세금을 쉽게 마련했고 직원들에게 삼시세끼 식사도 제공하고 있지만 사무실 운영비는 거의 들지 않고 있다.

■번역가-이용자들 위한 최적의 소통 공간

2012년 설립된 플리토(Flitto)는 단문과 장문 상관없이 전 세계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서로 번역을 요청하고 번역해주는 플랫폼이다. 플리토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자유롭게 날아다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볍게 날아다니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플릿(Flit)’에서 이름을 따왔다.

플리토에서는 누구나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매체의 번역을 요청할 수 있고 이를 플리토 번역가로 등록된 이용자들이 수준 높은 번역으로 답변한다. 번역을 요청했던 사람은 가장 맘에 드는 번역문을 선택해 문장의 길이, 난이도에 맞는 요금을 지불하게 된다. 플리토 번역가들은 번역 실력마다 랭킹이 매겨지고 그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번역 수수료도 달라진다.

이 대표는 “수많은 전문 번역가와 프리랜서들이 있지만 자신을 홍보 할 방법이나 공간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플리토는 지속적으로 번역요청이 올라오고 바로 확인 가능한 만큼 번역가들이 플리토를 통해 부가적 수입과 더불어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이용자들은 언제어디서나 번역을 요청할 수 있는 최적의 소통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 이정수 플리토 대표가 자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수 대표가 플리토와 같은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을 구상해왔던 것은 어린 시절 부터였다. 이 대표는 “원래 남들이 잘하는 분야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분야를 잘하고 싶었고 집단지성 번역은 일단 아무도 하지 않는 기존의 사례가 전무한 분야라는 점 때문에 매력적 이었다”며 “마침 유년시절 16년 동안 외국에서 살아 언어에는 자신이 있었고 기존 번역시장이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낮다는 것을 알게 돼 이를 개선하고 널리 언어를 퍼트려보자는 생각으로 플리토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사내벤처 통해 밑그림...집단지성 번역 서비스 '훨훨'
 
이정수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 플리토의 우선 모태가 된 번역 서비스 플라잉캐인을 창업했다. 이후 SK텔레콤에 입사했고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집단지성 번역 서비스에 대한 계획을 더 키워나갔다.

이 대표는 “사내벤처라는 것이 업무시간까지 할애해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업무 시간 외 개인 시간을 쪼개서 해야 되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때 좋은 공동창업자들을 만나고 많은 고민과 실험도 해볼 수 있었다”며 “그 시간 덕분에 2012년에 플리토를 시작했을 땐 이 사업에 대한 방향성과 비전에 대한 고민이 다 끝나 2016년까지의 로드맵이 그려진 사업계획서를 지금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리토는 설립직후 DSC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은데 이어 테크스타스 런던 인큐베이팅에 선정됐다.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스타트업 2013, 이스라엘 스타트 텔 아비브, 스위스 시드스타스 월드 컴피티션, 대만 아이디어쇼 등 여러 스타트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표는 “사실 집단지성을 활용한 번역 플랫폼이라는 기획을 많은 분들이 만류했다”며 “이렇게 플리토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시기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처음 집단지성 번역을 시작했을 땐 스마트폰도 없었고 인터넷도 굉장히 느려 머릿속에 그려온 것들을 실현시키기 힘들었다”며 “바퀴가 발명돼 유통이 커지고 빨라졌듯 플리토도 모바일의 발달, 스마트폰의 보급을 통해 플랫폼이 성장하고 커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플리토에게 2014년은 무척 의미 있었던 한해였다. 이정수 대표는 “작년 업계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 가장 큰 성취였다”며 “처음 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부터 2013년 까지 다들 곧 망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작년부터 그렇게 말한 게 실수였다고 하시는 분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캠퍼스서울에서 플리토를 본 구글은 기계번역기가 모든 번역을 대체할 것이란 기존 자사의 주장을 뒤집었다. 구글은 "기계번역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려면 크라우드소싱 번역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플리토는 마이크로소프트, 국내 공공기관, 라인 딕셔너리, JYP 등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한 번 공급된 플리토의 번역 데이터베이스는 그 높은 퀄리티를 인정받아 지속적인 수익성도 덩달아 커졌다. 플리토는 16일 기준 전 세계 170여 개국 370만 명의 이용자들에게 한국어와 영어를 포함한 17개 언어의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는 플리토 직원들과 사무실 모습

■한류 스타들의 활용...국내 보다 글로벌 플랫폼으로

플리토 전체 이용자중 국내 이용자의 비중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플리토의 이용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한류스타들의 플리토 활용이다. 연예인이 플리토를 통해 번역을 요청하면 이를 세계 각지 한류 팬들이 직접 보거나 공유해 널리 퍼트린다. 플리토는 음성 번역도 지원하고 있어 연예인의 음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실제 인터뷰 도중 블락비라는 그룹에 소속된 한 아이돌 가수가 플리토를 통해 음성 번역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정수 대표는 “이렇듯 번역이라는 것이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에 아주 밀접한 것으로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플리토의 목표”라며 “지금 플리토에 들어오면 세계적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번역돼 올라와있고 사람들은 그냥 들어와서 그걸 보고 번역에 직접 참여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플리토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개발자들과 함께 노력해왔다. 이 대표는 “플리토 서비스가 번역을 요청하고 번역을 수행하는 모델이라고만 생각하면 표면적으로 굉장히 간단한 기술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그 속엔 긴 글의 번역을 요청하면 그걸 짧은 단위로 다 쪼개주기도 하고 번역 요청을 하면 그 문장을 번역하는 데 가장 적합한 번역가를 내부 알고리즘으로 선별해 번역 요청을 보내는 등 굉장히 다양한 기술들이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정수 대표는 “현재 플리토 알고리즘 개발이나 시스템 구축은 어느정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올해는 지속적인 인력충원은 물론이고 이전까지 하지 않았던 대대적인 마케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올해 목표 이용자 수는 1,500만 명으로 이용자를 모으면 수익은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돼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구글 번역에 포함된 워드렌즈처럼 플리토에서 번역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증강현실(AR) 서비스까지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해당 AR서비스는 기존에 사람들이 사진으로 찍어 번역을 요청했던 전 세계 가게의 간판, 메뉴판 등의 위치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만들어진다. 다른 이용자가 동일한 매장에서 플리토 카메라라로 외국어 메뉴를 비추면 바로 번역된 사진이 덮씌워지는 형식이다.

▲ 플리토 사무실 내 방 이름들은 방의 역할과 연관있게 의미가 부여됐다

마케팅으로 규모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플리토의 궁극적인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이정수 대표는 “바벨탑이 무너지고 여러 가지 언어가 생겨 널리 퍼졌듯 플리토도 언어장벽을 무너뜨려 다양한 언어를 전 세계 사람들이 쉽게 접하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며 “교통의 발전, 정보통신의 발전이 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처럼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면 이 세상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정수 대표는 “다행히 너무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같은 비전을 공유하며 일하고 있고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을 때 왁자지껄하게 농담하다가도 곧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는 직원들을 볼 때 큰 고마움과 행복을 느낀다”며 “이를 위해서 눈앞의 수익을 쫓는 기업이 되기보다는 직원 모두가 행복하게 웃고 일을 즐기며 보람을 느끼는 철학이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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