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구글이 정책 및 배포 계약을 한번 어겼다는 이유로 한 안드로이드 영세개발자의 문제없는 앱을 삭제조치하고 개발자계정까지 정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개발자는 구글 측의 적극적인 설명과 관심을 바랐지만 구글은 자동응답기처럼 동일한 내용의 메일만 발송할 뿐이었다. 알고 보니 이런 구글식 영세개발자 다루기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1인 개발자 김현석(가명)씨는 지난 1일 구글로부터 구글 플레이 개발자 계정 정지 메일을 받았다. 계정 정지에 대한 구글 측 이유는 구글 플레이 콘텐츠 정책 및 개발자 배포 계약을 여러 번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김현석씨가 부랴부랴 확인해보니 최근 구글 플레이에 올렸던 자신의 앱이 콘텐츠 정책의 스팸 조항을 위반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이전에 올렸던 앱과 동일하게 작성됐던 것이라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 구글이 보낸 개발자 계정 정지 통보 메일
 
김씨는 우선 스팸 키워드로 지목된 항목을 제거하고 앱을 다시 업로드했다. 얼마 후 해당 앱은 또 삭제 됐다. 이에 그는 아예 앱 설명항목에 연락처를 제외한 모든 내용을 삭제하고 앱을 올렸다. 이에 구글은 반복된 정책 위반이라며 김현석씨의 개발자 계정을 정지시켜 기존에 그가 공개했던 앱들도 이용이 불가능해졌다.
 
김씨는 “구글 측이 앱을 삭제하며 보낸 통보메일에는 키워드 스팸 정책 도움말을 읽어보고 위반된다고 생각하는 점을 스스로 수정 해 새로운 패키지 명으로 올려도 된다는 내용도 있었다”며 “첫 번째 조치를 제외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앱 삭제 조치와 계정 삭제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구글의 개발자 계정 정지...불합리하다"...검토 제대로 하나?
 
김현석씨가 구글 측 조치를 가만히 받아들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앱을 수정한 이후에도 앱이 삭제되자 구글 측에 자문을 구하는 이메일을 세 차례나 보냈다. 그 때마다 돌아온 구글 측 답변은 마치 로봇이 보낸 듯 동일한 답장뿐이었다. 심지어 한글도 아니었다. 김씨가 세 번째 앱 삭제조치를 당했을 때 메일을 보내자 5분 만에 온 답장도 같은 내용이었다. 김씨는 “정말로 이에 대해 검토를 한 것인지 조차 의심이 된다”고 불만을 전했다.
 
김현석씨는 “구글의 개발자 계정 정지에 대응이나 처우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분명 구글 측이 원하는 대로 협조를 하고 싶었음에도 충분한 지원을 해주지 않아 벌어진 일이기에 더더욱 조치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개발자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개발자 등록시 25달러를 지불해야한다. 김씨는 “이 비용은 구글 측이 플레이스토어의 관리 비용뿐만 아니라 개발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대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여러 차례 문의를 했음에도 성의 없는 지원만이 돌아왔고 구글은 불합리한 조치를 계속취해 저와 제 앱을 사용하던 이용자들 모두에게 불편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 한 개발자는 자신의 계정이 정지당한 이유가 구글 측 시스템 오류였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김현석씨만의 일이 아니다. 김현석씨가 유사한 경험을 겪은 사람들의 사례를 찾아보니 많은 개발자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었다. 안드로이드펍, 맛클, 클리앙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구글의 정책이 명확하지 않다는 부분을 지적하는 개발자들의 의견이 넘쳐났다.
 
redrxd라는 이름의 누리꾼은 “당장 ‘멜론’만 검색해도 키워드 남발하는 앱 천지인데 왜 당장에 처리를 안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누군가는 앱 홍보할려고 100만원씩 쓰고 누군가는 스팸 키워드 요리조리 넣어서 랭킹 쉽게 올리고 그러니까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이고 다 공정하면 말할 필요가 없다”고 글을 올렸다.
 
ThxderBxxt라는 누리꾼도 “명확하게 정해진 기준 없이 앱들이 짤리고 계정 블럭 당해보면 개개인이 아니라 국가차원에 나서서 소송을 걸어서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동영상 재생 앱을 제작한 한 국내 개발자도 구글 계정을 정지당했던 경험이 있다. 해당 개발자가 구글 측에 알아본바 정책을 위반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시스템오류 탓이었다. 하지만 구글은 해당 계정의 정지 상태를 풀어주지 않았다. 유료였던 앱의 수익금도 정산이 안됐다.
 
■한번 찍히면 끝?... 계도 기회 조차 안 주어져
 
게다가 구글은 한 번 개발자 계정을 정지당한 개발자가 새로 개발자 계정을 등록해도 추적해 계정을 정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잘못에 대한 조치를 받는 것은 응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계도의 기회조차 주지도 않고 단 한 번의 실수로 낙인을 찍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런 까닭에 김현석씨는 향후 안드로이드 앱 개발에 계획을 고민 중에 있다. 다시 개발자 계정을 등록하더라도 정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차명 계정을 만들 수도 없다.
 
김현석씨는 자신의 앱을 이용하고 응원해준 사람들을 위해서 우선 다른 형태의 배포를 진행할 예정이다. apk(안드로이드 응용프로그램 패키지)파일로 온라인에 배포 시 이용자들의 건의사항을 받거나 지속적 앱 업데이트를 진행하기 불편하지만 김현석씨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개발자 계정 정지 조치를 당한 이후 이와 연관된 내용을 많이 찾아다녔다. 그는 “구글은 소송 없이 개발자 정지 조치를 해제한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는 글을 읽었고 저와 같은 개인개발자는 구글에 연락을 취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며 “기업이 아닌 개인은 상대도 해주지 않고 소송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러한 현실에 좌절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시장에서 엄청난 성장을 한 것은 구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앱을 제공한 개발자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구글은 개발자와 상생할 수 있도록 고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개발자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봇이 아닌 담당자와 연락을 할 수 있는 개발자지원센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구글 플레이 앱 개발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 구글의 개발자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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