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네트워크 기반 사회가 등장함에 따라, 최근 IT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대부분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에 앞서 다양한 정보 수집해 조사하며, 그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일반적인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는 수년 동안 벤치마크가 중요한 지표로 자리 잡아 왔다. 그렇다면 과연 벤치마크는 여전히 우리에게 신뢰할 만 척도가 되고 있는 것일까?

▲ 데이빗 베넷 AMD 사장

전통적으로 컴퓨터의 성능에 대한 평가기준은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수십 년간 컴퓨터 구매에서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요소는 탑재한 프로세서의 클럭 속도였다. 물론 이러한 흐름은 AMD가 업계 최초로 1GHz의 벽을 넘어선 2000년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나 과거보다 클럭 속도가 극도로 높아지고 더욱 다양한 아키텍처들이 등장함에 따라, CPU 클럭과 사용자가 경험하는 실제 성능 사이의 연관성은 과거와 비교하면 점점 작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게다가, 클럭 속도의 상승은 전력 소비 증가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이에 대비한 성능 상승률은 미미해 전통적인 평가 기준을 더욱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후, 탑재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수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등장했고, AMD 또한 2004년과 2006년에 각각 최초의 x86 듀얼코어와 최초의 x86 네이티브 쿼드코어 서버 프로세서를 선보이는 등 업계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벤치마크란 본래 해당 클럭 속도나 코어 수에서 실제로 얼마나 높은 성능이 발휘되는지 가늠하는 척도를 제공하고자 개발되었다. 이는, PC 하드웨어 생태계 외부에 있는 일반 사용자들이 평가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벤치마크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업계 내 절대기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 하드웨어 업체들은 벤치마크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한 점수 경쟁에 돌입, 벤치마크가 과거 컴퓨터의 성능을 평가하는 잣대로서 지니고 있던 권위를 잃게 되었다.

오늘날 사용자들은 단순히 컴퓨터의 연산능력 이외에 탁월한 시각화 기술까지 요구하고 있다. 즉, 사용자가 기대하는 컴퓨터의 성능은 과거와 비교하면 그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또한, 사용자들은 컴퓨터와 터치, 음성, 몸동작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의 오디오 및 비디오 콘텐츠를 소비, 창조 및 공유한다.

이제 스크린 뒤편에서 어떠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이제 사용자들에게 큰 관심사가 아니며, 집이나 직장 어디에서든 시스템이 제공하는 쾌적한 사용환경에 대해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프로세서 기술 또한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맞춰 진화를 거듭해 왔다.

높은 수준의 컴퓨팅 환경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던 컴퓨팅 자원을 새롭게 투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업계가 GPU를 연산에 활용하고자 주력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GPU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과 탁월한 병렬 연산 능력, 특화된 비디오 및 오디오 하드웨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러한 요소들을 CPU와 통합한 최신 APU 등의 프로세서를 개발함으로써 더 효율적인 사용자 경험과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최소의 전력 소비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처럼 프로세서 사용 환경과 사용자들의 기대가 크게 변화한 것을 고려할 때 벤치마크 방식 역시 변화했으리라 짐작할만하다. 그러나 사실 프로세서의 발전과 달리 일부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들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해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계 의사 결정자들 사이에서는 컴퓨터의 성능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컴퓨팅 환경이 급변한 현시점에서 기존 벤치마크의 문제점은 자명하다. 프로세서 성능의 일부 국한된 면만을 측정하거나,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싱글 코어 연산 애플리케이션에 비중을 둔 벤치마크가 과연 구매 의사 결정에 있어 적절한 기초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 이는 마치 자동차를 구매할 때 출력만을 고려해 구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싱글 코어 CPU 성능 측정과 같이 단순히 한가지 작업이나 연산처리를 측정하는 벤치마크는 시스템 성능을 평가하는 데 있어 대단히 제한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따라서 이는 오늘날 사용자들의 실제 사용환경을 반영하는 평가로 해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오늘날 일반 및 기업 사용자들은 실제 작업 환경을 반영하여 최신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벤치마크가 필요하다. 퓨처마크社(Futuremark)의 ‘PC마크(PCMark)’와 ‘3D마크(3DMark)’를 비롯해 GPU 연산 능력을 평가하는 라이트웨어社의(Rightware) ‘베이스마크 CL(Basemark)’ 등이 현재 신뢰성 있는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들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컴퓨팅 환경을 반영하고 사용자들에게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는 수준 높은 벤치마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업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벤치마크의 개발이 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관점이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파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업계 전문가인 IDG 커넥트(IDG Connect)의 마틴 베이치(Martin Veitch)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 최근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정확한 하드웨어 평가 능력은 물론, 개방적이며 공정한 자세를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는 개인, 혹은 기업의 불필요한 자금을 낭비를 막아준다. 무엇보다 정부 및 공공 조달 등 정확한 평가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없도록 왜곡하거나 일부 공급자들로부터 기회를 박탈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국가나 지역 기관들이 퓨처마크 등의 공신력 있는 벤치마크 개발사와 협력하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의 수많은 논란과 과거에 비해 약해진 공신력에도 불구하고, 벤치마크가 여전히 중요한 평가 요소인 것만큼은 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업계가 어떠한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다름 아닌 소비자들이다. 업계의 선택과 공조에 따라 소비자는 수혜자가 될 수도, 또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업계가 신뢰성 있는 벤치마크 선택을 위해 협력하고 공조하지 않는다면, 일부 하드웨어 개발사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편향된 해석과 평가가 내려지게 된다. 이처럼 왜곡된 정보로 인해 한 하드웨어 공급자가 높은 수익을 독점하는 현상은 과거에 이미 발생한 바 있으며, 이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왜곡된 정보를 신뢰하고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이다.

최근 유럽 위원회(The European Commission)는 퓨처마크社의 PC마크를 정부 조달 평가의 필수 평가 항목으로 선정했다. 물론 이로 인한 혜택은 개발사인 퓨처마크뿐 아니라 정확한 평가 기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또한, 사용자들은 이제 PC마크를 통한 평가가 기관의 철저한 검토 기준에 부합하는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더불어 공정한 벤치마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우수한 벤치마크의 기준을 선정하는 것은 업계의 책임이며, 이러한 선택은 곧 소비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쪼록 앞으로도 업계의 움직임이 이처럼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져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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