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세밑 이통시장에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아주 오랜만의 일이다. 점유울 1,2위 사업자가 모두 조직과 사람을 전면 개편했다.  컬러도 분명하다. 정면 승부를 향한 전투력 중심의 대대적인 정비이다. 

경쟁이라고 해봐야 기껏 보조금 싸움이 전부였던 기존 이통시장이 새해에는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형 이통 경쟁력인 돈질이야 변함 없겠지만 '닥치고 공격'이라는 닥공 철학 등장이 예상된다. 새로운 경쟁 방식, 마케팅 혁신, 탈통신의 새 먹거리 등 새해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황창규 KT 회장(왼쪽)과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SK텔레콤과 KT가 새해 강 대 강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SKT는 지난 수년간은 1위 사업자의 기득권 수성에 경영 역량을 집중했다. KT와 LG유츨러스의 거센 추격을 막아내고 철용성 선두업체의 위상을 갖췄다.

그럼에도 무언가 부족하다. 수성에는 성공 했지만 좀 더 큰 틀의 신성장 동력이나 과감한 베팅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총 사령과 전략 지위관을 통째로 바꾸는 개편을 단행했다. 정체된 시장과 기업에서 벗어나 치고 나가는 공세적 경영 요구가 깔린 것으로 봐야 한다. 60년대 출생의 업계 최연소 사장이 부임했고 이통분야 지휘관도 바꿨다.

KT의 변화 역시 극적이다. 미스터 반도체로 세계 시장을 평정한 황창규 회장이 마침내 칼 날을 세웠다. 취임 이후 방만한 조직 안정화, 즉 내부 단속과 집안 살림 살피는데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주변에선 황창규 정도라면 곧바로 KT를 이륙 시킬 것이라고 기대 했지만 거대 KT가 방향을 바꾸고 날기 위해서는 긴 활주로와 충분한 예열이 필요했다.

황 회장의 컬러가 드러났다. 좀 더 젊고 혁신적인 인물들을 현장 지위관으로 대거 발령 냈다. 전투 준비가 끝났다는 자신감의 표현 이기도 하다. 새해에는 황창규 라는 이름 값에 걸맞는 고지 정복전에 나설 태세이다. 몸집 줄이고 계열사 정비해 실탄 마련도 가능해졌다. 경쟁자들과 환끈함을 넘어 사생결단의 전투에 돌입한다는 각오이다. 공격 앞으로~. 

 

■ "고인물은 썩는다" SKT 젊은 피 긴급 수혈

가장 파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곳은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불확실한 통신환경에서도 무난한 실적을 달성한 하성민 전 사장 대신 50대 초반의 장동현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대표로 선임했다. 장 대표가 만 51세라는 젊은 나이, 계열사 대표도 아닌 임원 출신임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장동현 대표는 마케팅, 재무, 기획 등을 두루 거친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그는 30대 후반에 임원으로 승진해 SK텔레콤 마케팅 부문장 재임 당시 LTE 전용 요금제 개발을 총괄했다. SK플래닛 COO로 발탁된 뒤에는 주요 수익 사업인 커머스 부문을 진두지휘했다. 11번가 터키 진출도 그의 작품이다.

안정 대신 혁신을 선택한 것이다. 통신 사업만으로는 수익 확대가 어려운 현 상황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조직 또한 미래지향적으로 개편됐다. 전체 사업은 통신 부문을 총괄하는 MVNO(모바일네트워크 오퍼레이터) 총괄,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플랫폼 총괄로 이원화됐다. 장 대표는 플랫폼 총괄을 겸임하며 내년부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 개발에 집중한다.

통신 부문은 대외협력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이형희 CR 전략실장(부사장)으로 교체해 올해의 경영 기조를 이어간다. 이 부사장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등 내년도 주요 통신이슈 대응에 적합한 인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 뒷수습은 충분, KT 황창규 ‘색’ 찾는다

안정 속 혁신을 택한 KT는 황창규 회장의 성장 비전 찾기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우선 KT는 지난 4월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한 여파로 임원 변동을 최소화 했다. 그러나 현장 업무와 비서실 강화에 주력, 실질적으로 내년 도약을 위한 전투태세를 갖추는데 방점을 찍었다.

현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전국 지사의 사령탑을 모두 교체했으며, 영업 실적 개선 목표를 염두에 둔 지사 광역화도 계속되고 있다. 79개 전국 지사 중 51개를 영업 권한을 위임받는 광역 지사로 교체했으며, 상무보급 인사에도 현장 출신과 본사 출신의 비율을 같게 했다. 지역고객본부와 지사를 분리해 서비스 질을 높였으며 경영지원부문장도 현장 전반의 이해도가 높은 인사들로 앉혔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황 회장의 행보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이석채 전 회장 시절의 방만 경영을 잠재우고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실제 KT는 지난해 4분기 5년만의 적자에서 올해 2분기 (명퇴 비용 제외) 24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통신판을 뒤흔들만한 혁신을 보여주는 것은 다소 부족했다는 평이다.

황 회장이 글로벌 사업 부문과 KT의 차세대 성장 사업육성을 담당한 미래융합전략실을 확대 개편한 것도 이같은 맥락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사업 부문의 경우 글로벌사업추진실로 조직을 확대해 회장 직속으로 독립시켰다. 중국과 르완다가 그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 또한 재무, 그룹, 홍보전략 담당 3팀 구조로 변경하며 역할을 더욱 부각시켰다. 구현모 비서실장은 부사장으로 승진됐으며, 삼성 출신 김인회 최고재무책임자는 비서실 2담당으로 배치됐다. 황 회장의 향후 사업 전략은 연말 남아 있는 계열사 개편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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