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빨간 우체통을 볼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서울시가 우체통과 공중전화 부스를 단계적으로 철거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도시의 인도 보행권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우체통과 공중전화 부스가 철거되는 진짜 이유는 이용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4,000만 시대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80% 가량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지인에게 전화를 걸 수 있고, 메시지와 메일을 보낼 수 있다. 번거롭게 편지를 써서 우체통을 찾고, 상대방이 받아 볼 때 까지 며칠씩 기다릴 필요가 없다.

우체통과 공중전화 부스가 사라지는 것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변하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다. 소통의 수단이 바뀐 상황에서 이를 아쉬워할 이유는 적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연인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몇번씩 고쳐 쓴 편지, 목소리가 듣고 싶어 동네 공중전화 부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일은 구시대의 문화적 유물이 됐다. 이 추억을 안고 가는 이들 또한 30~40대 이상의 연령층이 대부분일 것이다.

얼마 전 카카오톡 담당자와 나눈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카카오톡은 휴대폰을 바꿀 경우 대화 내용을 옮겨 올 수 없다. 이 때문에 10~20대의 젊은층에서 대화록 보존 문의가 많다고...

이미 젊은 세대에서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가 기성 세대의 편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네이티브'에 속하는 이들은 스마트폰이 우체통이고 메신저가 편지다.

40대에 접어든 필자를 비롯해서, 우체통과의 이별이 아쉬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스마트폰은 우체통이자 은행이고 게임기고 내비게이션이고 TV이고 PC이자 카메라다. 앞으로 우체통과 공중전화 말고도 사라질 것들이 많이 남았다.

우체통과는 피할 수 없는 이별을 앞두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제는 우체통을 대체할 스마트폰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더욱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서랍을 열어보면 20년 전에 받은 연애편지가 보관돼 있듯이, 한 이통사에서 출시한 미래로 보내는 편지 같은 서비스나 클라우드 파일저장 서비스로 디지털 서랍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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