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억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마이스페이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지 10개월만에 철수결정을 내림으로써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이스페이스는 지난해 4월 한국어 서비스를 오픈하며 크리스 드월프 CEO가 직접 방문, 강연과 파티에 참석하고 싸이월드와의 경쟁을 위해 한국 시장만을 위한 ’미니로그’ 서비스를 오픈 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공세를 펴왔다.

하지만 두터운 국내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며 글로벌 경제위기와 맞물려 결국 시장 철수 통보를 하게 됐다.

이는 무엇보다도 구글, 유튜브, 세컨드라이프 등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국내의 독특하고 배타적인 인터넷 문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마이스페이스의 경우, 싸이월드라는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의 철옹성과의 경쟁에서 밀린 게 가장 큰 패인으로 작용했다.

마이스페이스가 싸이월드를 견제한 ’미니로그’ 등의 서비스를 오픈했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포함한 그 외에는 한국적인 특색을 찾기 어려워, 단지 미국 사이트를 번역해 놓은 수준이라는 평을 들었다.

후발주자라는 점도 한 이유가 됐다. SNS서비스의 특성상 사용자는 자신이 쓰던 서비스를 두고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싸이월드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지는 않는다. 2000년대 초반에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콘텐츠 없이 일촌과 도토리로 꾸준히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급격히 위상을 높이고 있는 블로그에 비해 자유도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2200만의 회원 수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싸이월드를 떠나서 다른 SNS 사이트로 옮길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많은 사진과 방명록. 그리고 일촌들. 옮기려다 보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네이트온과의 연동으로 손쉽게 접속이 가능해 예전보다 활용도는 많지 않지만 가끔씩 추억을 되살리기엔 아직까지 쓸 만하다.

마이스페이스가 싸이월드의 일촌처럼 이미 친한 사람들끼리 관계를 맺는 것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연관성 없이 온라인 상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인이 느슨한 교류로도 친분을 맺을 수 있는 마이스페이스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록 기자 syr@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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