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투 중의 하나가 “다윗과 골리앗”의 일화다. 몸집이 작은 다윗이 거구의 골리앗을 물매돌로 쓰러트린 일화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으로 보이던 난공불락의 존재를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넘어섰다는 점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로 유명하다.

▲ 배지훈 부장

2000년 후반까지만 해도 DSLR은 카메라 시장에서 골리앗과 같은 존재였다. 크고 무겁지만 고품질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넘을 수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SLR 필름카메라부터 이어진 DSLR 제조사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사용자들 사이에서의 신뢰도를 기반으로 골리앗과 같은 거대한 중압감을 자랑했다.

또한 “사진은 원래 이렇게 어렵게 찍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DSLR은 사진을 직업으로 하거나 진중한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자리잡았고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골리앗의 힘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처럼, 탄탄한 사용자 층을 기반으로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DSLR 카메라가 필요하다라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카메라 시장에서 다윗과 같은 존재 미러리스 카메라를 등장시킨다. 누구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것이라 생각 못했던 것처럼,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을 넘어설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에는 다윗의 물매돌에 해당하는 기술 혁신과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반응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반사경과 미러 박스를 들어내 무게와 부피를 줄이면서도 DSLR급 센서를 사용하여 화질을 유지하고 렌즈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여 DSLR과 같은 확장성을 제공하는 제품군으로 2010년대 초반에는 DSLR과 콤팩트 카메라의 장점을 취했다고 하여 “하이브리드 카메라”라고 불렸다.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여러 카메라 회사들이 APS-C 센서 혹은 마이크로포서드 센서를 탑재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하였을 당시만 하더라도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보다 가볍지만 사진 퀄러티는 떨어진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일부 제조사의 경우 센서 사이즈의 차이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가 탄생한지 만 4년이 흐른 지금, 미러리스 카메라의 진화는 놀라울 정도다. 소니의 경우 미러리스는 DSLR 보다 떨어진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세계 최고 수준의 0.06초 AF 속도와 179 개의 AF 포인트를 자랑하는 A6000을 선보였고, 세계 최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7 시리즈의 경우 보급형 DSLR보다도 작은 사이즈에 35mm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에 반해 미러리스 카메라 업체들은 본연의 장점인 가볍고 작고 편리한 특성은 꾸준히 지켜가고 있다. 이를 통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변화는 여성 사용자의 급격한 증가이다. 무겁고 조작이 어렵게 느껴지는 DSLR 카메라의 경우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반면 가볍고 예쁜 디자인에 180도 회전 LCD를 탑재해 셀카 촬영을 지원하는 등 여성들의 요구사항을 꾸준히 반영한 미러리스 카메라는 전체 카메라 시장에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 결과 2012년 11월, 처음으로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 카메라를 수량 기준으로 추월했고 그 이후 미러리스 카메라의 상승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2014년 9월 기준으로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미러리스 카메라의 점유율은 60%에 이르고 있다.

이제 막 4년이 지난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을 추월하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다이내믹하지만, 추월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DSLR은 좋은 사진을 찍는데 유리할 수 있지만 무겁고 불편하였고, 반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작고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이제 DSLR 카메라와 동등한 혹은 더 나은 사진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카메라 시장은 기술 혁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지금 미러리스 카메라가 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소년 다윗이 거구의 골리앗을 쓰러트릴 수 있었던 것 역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물매돌이었다. 갑옷과 칼로는 골리앗을 결코 상대할 수 없었다. 다윗에게는 다른 무기가 필요했고, 물매돌은 비유하자면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사례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 누구도 안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