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11월 11일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은 '싱글스데이'를 맞아 하루 매출 10조원을 기록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의 아이디어로 기획한 싱글스데이는 50%의 할인을 무기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의 매출을 뛰어넘었다. 국내 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연간 거래액이 1조원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다. 한중FTA가 실질적으로 타결됐다. 만약 가격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로 무장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한국에 진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예측이긴 하지만,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단기간에 중국 업체에게 시장을 내줄 것이다. 물론 알리바바 그룹에서 볼 때 한국 시장은 아주 작은 변방의 시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 거점 확보와 '한류'를 역으로 활용한 마케팅에 있어 중요도가 낮은 시장은 아니다.

만약 중국 업체가 인천 등에 물류센터를 하나 확보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면, 혹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국내 업체 한 곳을 인수한다면 국내 시장 상황은 격변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의 위력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쇼핑몰들은 모두 알리페이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중국 시장에서 알리페이와 애플페이의 결합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중FTA 타결로 관세가 인하되고 한중 교역량이 증가한다면 전자상거래 시장의 '중국 침공'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구조상 한국의 업체가 직접 생산해서 판매까지 하는 중국 업체를 따라 잡을 수 없다.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로서는 두려운 상상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을 보호하자고 정부가 중국 업체의 진입을 막거나 시장 개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제 국내 업체들은 본원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특화 상품으로 해외진출도 모색해야 한다.

물론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를 위해 정부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산업 진흥을 위해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들을 풀어주는 일이다.

늦기는 했지만 최근 정부는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없이도 온라인 구매시 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알리페이 같은 개인 신용카드 정보 기반의 간편 결제시스템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도는 좋다. 규제 개혁으로 인한 효과가 나타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전자상거래법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할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산업 진흥을 위한 기관이 아닌 규제기관에서 관할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최근 기자는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들어 볼 수 있었다. 한 중견업체의 사장은 "정부가 개혁이다 뭐다 해서 차라리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는 게 낫다. 제발 규제로 기업을 옭아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또다른 유명 전자상거래 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이 공정위 관할이라면 (시장이)어떤 상황인지 짐작되지 않느냐.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중국업체가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두렵다"라고 하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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