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IT맨의 사직서’라는 글이 네티즌들의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글이 오르자마자 1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데다 며칠 전에는 한 공중파 방송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더군요.

IT맨의 사직서에는 프로그래머(개발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다 열심히 개발한 프로그램을 어이없게도 다른 것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 등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얘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합니다. 지금의 국내 개발자의 열악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많은 네티즌들이 함께 슬퍼하고,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IT맨 사직서의 주인공을 온라인 전태일 열사에 비교하기도 합니다. 이는 이번 공감대형성을 계기로 개발자의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어 하는 열망이 담겨져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IT업계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이른바 3D 직종 중의 하나로 이제 개발자가 들어갈 정도라는 얘기가 나온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번 사직서 파문은 IT업계의 공공연한 현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아쉬운 점은 근본적인 실체를 파악하는데 미흡하다는 사실입니다. 왜 개발자의 환경이 열악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회사의 경영진과 회사 시스템상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실체를 파악하자는 것입니다. 개발자의 열악한 현실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어려움과도 직결돼 있습니다. 지금처럼 소프트웨어가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개발자의 열악한 환경도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형 혹은 중견 중소 SI 업체의 하청 시스템 위주로 돌아가는 현재의 IT업계 구도가 바뀌지 않는 한 역시 열악한 환경이 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모든 것이 악순환된다면 점점 풀 수 없는 숙제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네티즌과 업계 관계자들의 힘으로 개발자의 열악한 현실을 공공연한 비밀에서 현실로 끌어냈습니다. 이제 그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안 찾기에도 노력했으면 합니다. 역시 개발자의 열악한 환경과 더불어 우리 IT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호에는 국내 대표 25명의 소프트웨어 업체 CEO들의 성장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열악한 개발 현실을 극복하고 성장궤도에 진입하신 분들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그 분들의 어려움을 듣다보면 지금의 개발 현실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이 더욱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앞으로 IT업계를 떠나시겠다는 분보다 다시 IT업계에 들어와 일하고 싶다는 분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병희 편집장  shake@ittoday.co.kr

 

<위 내용은 IT Today 전문지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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