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재구 기자] 새 행성을 찾아 나선 쿠퍼 일행은 토성 근처에서 웜홀로 빠져 든다. 이후 다른 은하계 태양이 거느린 행성에 도착한다. 이 행성에서의 1시간이 지구에서의 7년이라니...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우주 공상과학(SF)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가 6일 개봉된 후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연일 화제다.

3시간 가까이(169분) 상영되는 영화 곳곳에는 과학의 원리가 숨겨져 있다.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과학 지식을 갖고 보면 훨씬 더 재미있다. 영화 이해의 핵심 과학 키워드는 인공중력, 회전하는 블랙홀, 웜홀,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상대성 원리)에서 5차원에 이르기까지 5가지는 된다. (물론 과학만이 아닌 휴머니티까지 결합된 영화다.)

 

▲ 영화 인터스텔라는 지구에서의 시간과 다른 행성에서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보여준다.(사진=워너브라더스)

영화에서 우주탐험자들은 사람이 살 만한 행성을 찾는 자신들의 임무를 위해 정해진 시간 안에 낯선 공간으로 가는(갔다가 돌아오는)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주인공들은 토성을 지나면서 웜홀로 빠져들어가 우리은하계 너머에 있는 외은하계(extra-galactic)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저편 은하계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회전하는 블랙홀을 가진 또다른 태양계다.

영화에서는 우주선이 항행하는 동안 중력을 만들어 내는 듯한 소리가 배경음으로 들린다.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1914~1953)가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썼다는 시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순순히 그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도 들린다. 앞날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반영하기 위해 이 시를 사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 우주탐사선이 토성근처의 웜홀로 비행하고 있다. 웜홀은 다른 우주로 가는 지름길이다.(사진=워너브라더스)

각본을 쓴 조나단 놀란은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캘리포니아공대에서 4년간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

다양한 과학개념이 포함돼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우주영화의 이해를 도와줄 배경 과학을 비즈니스인사이더가 풀어 설명했다.     

■인공 중력

인간이 우주에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우주에서는 사람들이 무중력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일정한 정도의 중력에 적응돼 있다. 따라서 우주로 나가면 우리의 근육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 우주선 인듀어런스호. 회전하면서 중력을 만들어 낸다.(사진=워너브라더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우주선에서 인공중력을 만드는 방법을 설계해 보았다. 이 가운데 하나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우주선을 회전시키는 것이다.

우주선 회전시 중심에서 멀어지려는 힘인 원심력을 만들어 낸다. 이는 물체를 우주선의 벽쪽으로 밀어내게 된다. 이처럼 밀어내는 힘은 중력이 작용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방향은 반대다.

영화에서 우주비행사들이 회전하는 이 우주선 내에서 걸어다닐 때 우주선의 벽은 바닥이 된다. 지구처럼 중력이 발바닥 아래에서 끌어당기는 듯한 중력 작용을 느끼게 된다.

■회전하는 블랙홀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맥커니히 분)와 그의 동료들은 웜홀로 들어가기 위해 토성으로 향한다.

우주비행사들은 간접적으로나마 우리 우주에 있는 회전하는 블랙홀을 관찰하게 된다. 아무도 블랙홀 중심에 뭐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최소한 이에 대해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 탐사선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 (사진=워너브라더스)

우리가 회전하는 블랙홀에 대해 알아 두어야 하는 것은 이들이 정지된 블랙홀과 달리 공간을 휘게 한다는 점이다.

공간을 휘게 하는 과정은 ‘프레임 드래깅(frame dragging)’이라고 불리는데 블랙홀의 모습과 공간을 왜곡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주변의 공간시간(space time)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회전하는 블랙홀은 놀랍게도 과학적으로 매우 정확하다. 실제로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저명 물리학자 킵 손(Kip Steven Thorne)이 직접 영화제작에 참여했다.

■웜홀

영화 속 우주비행사들은 웜홀을 이용해 우주에 있는 또다른 태양계 행성으로 간다. 이는 웜홀이 우주를 관통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는 질량을 가진 어떤 물체도 구멍(divot)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는 우주가 확장되고, 왜곡되거나 접혀진다는 의미다. 웜홀은 우주공간 또는 시간으로 된 접혀진 섬유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구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우주탐험자들은 엄청나게 먼 거리의 우주공간도 이 지름길로 통과해 단시간에 여행할 수 있게 된다.

웜홀은 193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그의 동료 네이던 로젠이 이론화했다. 웜홀의 공식 명칭은 이들의 이름을 딴 ‘아인슈타인-로젠 브릿지(Albert Einstein-Rosen bridge)’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자들은 아직까지 웜홀의 존재를 증명할 만한 현상을 관찰하지 못했다.

웜홀은 이처럼 순수하게 이론적으로만 존재하지만 스타트렉 등 어떤 공상 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간단한 기기만으로 먼 우주까지 여행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 쿠퍼와 그의 일행이 탄 우주선이 토성 근처 웜홀로 향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중력에 의한 시간지연

영화에서는 지구상에서 볼 때 똑같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여전히 젊은 모습을 한 아빠와 나이든 딸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등장시킨다. 놀란 감독은 중력에 의한 시간지연으로 나타난 현상을 이같이 보여준다.

실제로 지구상에서도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약하지만 이 현상이 관찰된다. 시간지연, 또는 시간지체(time dilation)는 시간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시간은 중력이 다른 곳에서는 다른 비율로 흐른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사람이 지구처럼 강력한 중력환경에 있으면 약한 중력환경 아래 있는 사람보다 느려진 시간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는 셈이다.

만일 사람이 영화에서처럼 강력한 중력을 가진 블랙홀 근처에 있게 된다면 그 근처 우주비행사들의 시간 흐름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중력이 약한)지구상에 있는 사람의 그것과 다를 수 밖에 없다. 블랙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곳에서 빨아들이는 중력의 힘이 더욱더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블랙홀근처에 1분간 가까이 다가가 있으면 여전히 60초 동안의 시간만 지나가게 것이다. 하지만 지구의 시계로 보면 이 시간은 60초가 안 될 것이다.

즉 블랙홀 근처에 있는 사람은 지구에 있는 사람보다 천천히 나이가 든다는(천천히 늙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력장의 힘이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이같은 시간 지연 현상은 더욱더 극대화된다.

이같은 상대성 원리는 영화속 비행사들이 또다른 태양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을 만났던 사람들이 나이를 먹지 않는 모습으로 나오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중요한 과학 원리다.

■5차원 현실 

영화 후반부에서는 주인공 쿠퍼가 5차원 현실의 벽에 갇히는 모습이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자들이 흔히 통일장이론이라고 부르는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그의 후반 30년을 보냈다.

그가 제시한 통일장 이론은 우주에 존재하는 3개의 기본적인 힘인 강력,약력,전자력을 중력(의 수학적)개념과 결합시켜 주는 줄 이론이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물론 그 이후의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이를 증명하는데 실패했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속 4차원 우주가 아닌 5차원 우주로 생각하는 것이 통일장 이론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3차원 우주를 1차원인 시간과 결합한 이른바 우주시간(spacetime)개념에 바탕해 전개되고 있다.

놀란 감독은 우리의 우주가 5차원으로 돼 있으며, 이 가운데 중력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 5차원 현실 개념은 영화 맨 첫부분과 맨 끝부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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