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아이폰6 대란 이후 정치권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대한 개정안 발의를 잇따라 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법 시행 한 달인 만큼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단통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다만, 여야가 앞다퉈 개정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손질 시급” 3건 발의, 1건 예정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의된 단통법 개정안은 3건이다. 지난 10월 최민희 의원(새정치 민주연합), 배덕광 의원(새누리)이 발의했으며 지난 9일 한명숙 의원(새정치 민주연합)도 관련 법안을 내놓았다.

이들은 각각 이통사와 제조사의 지원금(보조금) 분리공시, 지원금 상한 철폐 등을 주장했다.

단통법에 따르면 현재 지원금은 30만원을 넘지 못한다. 당초 입법할 때는 지원금을 낮춰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한다는 의도였으나, 실제 시장에서는 지원금은 오히려 축소돼 소비자의 체감 단말기 구입 부담만 늘어났다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단통법 관련 법안 발의 현황>

구분
날짜
내용
전병헌(새정치 민주연합) 안
2014. 08. 19
요금인가제 폐지
최민희(새정치 민주연합) 안
2014. 10. 14
분리공시 도입
배덕광(새누리) 안
2014. 10. 17
분리공시 도입, 지원금 상한 폐지
한명숙(새정치 민주연합) 안
2014. 11. 07
분리공시 도입, 지원금 상한 폐지
심재철(새누리) 안
(예정)
요금인가제 폐지, 지원금 상한 폐지

또한 이동통신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분리해서 표시하는 ‘분리공시’도 다시 논의 되고 있다. 분리공시는 단통법 입법 초기 포함됐으나 삼성전자가 영업비밀이 노출된다고 우려하는 등 결국 법 조항에서 삭제됐다.

이러한 가운데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법안도 발의될 예정이다. 요금인가제는 1996년 후발 사업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1위 사업자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정부의 인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골자이다. 후발 사업자는 신고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통시장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로 고착화하면서 인가제도가 요금 담합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요금인가제가 통신요금 인하를 막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폐지해 서비스 및 요금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에 따르면 전병헌 의원(새정치 민주연합)은 지난 8월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으며, 심재철 의원(새누리)도 준비 중이다.

 

실효성 글쎄...“요금 경쟁부터”
정치권에서 모처럼 한 목소리로 단통법 개선을 부르짖지만,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분리 공시의 경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공개되면 유통 과정이 투명해지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의 이익으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아이폰6 대란에서 확인했든 분리공시와 별개로 시장 상황에 따라 보조금 대란이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한 발 뺀 모양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분리공시를 조항에 포함시킨다고 해서 보조금 대란이 일어나는 것을 곧바로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제조사의 영업 노출 리스크도 우리가 안고가기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지원금 상한 폐지의 경우도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단말기 출고가에는 지원금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 최신 고사양 인기 단말의 경우 출고가를 1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높이 책정한 다음, 지원금을 제공해 실구매가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일단 가격을 높인 다음 할인을 해줌으로써 할인 혜택 효과를 극대화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지원금 상한을 없애면 출고가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원금 상한을 없앤 뒤 이통사가 실제로 지원금 액수를 높일지도 의문이다. 단통법 시행 초기 이통사들은 담합이나 한 듯 지원금을 10만원 수준으로 유지하다, 아이폰6 출시를 앞두고 이를 대응하기 위해 인기 단말 지원금 액수를 일제히 올린 바 있다. 결국, 경쟁할 요인이 생기자 정부가 압박하지 않아도 업체 스스로 지원금 액수를 상향한 것이다.

단통법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요금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인가제 폐지 역시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는 분석이다. 요금 인하는 인가제와 별도로 업체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신고하면 하면 자의적으로 할 수 있다. 통신사가 요금인하를 하지 못했던 것은 인가제 등의 규제 때문이 아니라 시장 고착화로 인한 이통사의 의지부족이라는 의견도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통신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보조금이 아니라 경쟁이 없는 점”이라며 “아이폰6 대란에서 확인했듯 기업은 시장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정부가 할 일은 직접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통신비를 인하하게끔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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