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IT 선진국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동의할 것이다. 지난 십여년간 수많은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관련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는 선뜻 이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IT 라는 분야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포괄적 표현 이면의 어떤 분야에서 선진국의 면모가 발견되지 않는다.

▲ 이상효 차장
하드웨어 관점에서 보면 IT 산업의 근간이자 꽃이라고 표현되는 컴퓨터 분야에서 아쉬움이 발견된다. 1인 1PC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는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가 별로 없다. 용산으로 대변되는 조립PC 시장은 대만 업체들이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다.

PC와는 달리 가까운 산업군인 모바일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가 전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구동을 위한 핵심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 소프트웨어 관점의 경쟁력이 부족하다.

게임 분야는 어떨까. 세계 3대 게임쇼로 평가받는 지스타를 개최하는 한국이지만, 지난해 지스타 직후에는 ‘게임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해 유능한 개발 인력이 한국을 떠나는 취업박람회가 되어버렸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불안정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상황이 국내 IT산업군의 얼굴이다.

■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국내 PC업계 성장을 위해서는 소니의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성공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니는 게임기라는 하드웨어를 성공시키기 위해, 성능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데에 그치지 않았다. 소위 ‘킬링타이틀’로 불리는 대작게임을 자사의 게임기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했다.

소규모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는 우수한 인력이 좀더 쉽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지원하는 일본의 정책과 정품 구입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문화까지 결합됐다.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은 ‘완전체’로 평가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는 사례가 보다 많아져야 한다.

■ 하드웨어 없는 소프트웨어 없고,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 없다

산업이 발전하면 관련 산업이 잇따라 발전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갑의 지위를 선점한 대기업들이 그들을 지탱하는 관련 산업을 키우기 보다 제 살 찌우기에 급급하고 있다. 우리도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좋은 사례를 만들고 이를 풍토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그에 따른 맛은 봤다. 스마트폰 산업군이 그래왔다. 국내업체의 제품이 전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니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이제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들이 ‘하드웨어 없는 소프트웨어 없고,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 없다’ 는 평범한 진리를 이제까지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관련기관에서는 과거의 앵그리버드, 최근의 클래쉬오브클랜 처럼 전세계를 사로잡는 게임이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규제의 현실성을 재확인하고 정비해야 할 것이다. 거창한 무엇인가가 필요한게 아니다. ‘생활코딩’ 과 같은 개발인력의 요람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창조경제’로 표현하는 작금의 정책과도 딱 맞아 떨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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