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정책 실패라는 말 밖에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쉽게 잡힐 것 같지 않다. 단통법은 정부가 시장 경쟁에 과도하게 개입해 폐단을 빚은 정책 선례로 두고두고 남을 가능성이 있다.

 
단통법은 시행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특히 이동통신사의 보조금만 규제를 하고,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등은 그대로 놔둔 점에서 절름발이 제도로 시작한 것부터 예견된 정책 실패였다.

결과는 어떠한가? '시행된 지 겨우 한달'이라 차츰 좋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읍소에도 아이폰6 대란이 터졌다. 가장 핫한 단말기에 가장 극단적인 보조금이 실렸다. 단통법으로 막고자 했던 소비자 차별이 드라마틱하게 재현됐다.

아이폰6 대란은 보조금을 실은 이동통신사와 판매대리점의 잘 못일까. 정부는 소비자 차별이 벌어졌던 주말에 이통사 관계자를 긴급 호출해 강경 대응 입장을 강조했다. 법 조차 무시하는 '엉덩이에 뿔난 이통사'를 혼내 주겠다는 것이다. 마치 모든 잘못은 이통사에게 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현재 여론은 이통사 보다는 단통법에 화살을 겨누고 있다. 시장의 폐단을 막아 건전한 이동통신 경쟁 환경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법의 취지 따위는 안중에 없다. 소비자도 중소판매인도 다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법 때문에 당장 기존의 혜택과 선택권이 줄어든 것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판매가 안돼 문을 닫을 위기라고 한다.

▲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단통법 시행 첫날인 10월 1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휴대폰 상가를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통신서비스가 공공재인가 아닌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 누구나 쓰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 개입이 어느 정도 용인됐던 것이 통신 시장이다. 통신요금 인가제,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각종 규제 등이 있어왔다. 이들 규제가 용인됐던 이유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옥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통법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반대다.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 사업자는 이득을 보고 있는 형상이다.

다시 아이폰6 대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심각한 소비자 차별이 벌어졌다.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제한다고 밝혔다. 하루 뒤 10만원, 20만원에 아이폰6를 구입한 사람들도 '개통이 취소됐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하다고 느껴진다. 정책의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은 많다. 폐단이 발생하고 있으면 무엇이 잘 못된 것인지 파악하고, 이를 고치면 된다. 시행착오니 기다려 보자는 정부의 대응, 그리고 강력한 규제를 앞세우는 것 만으로는 '단통법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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