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재구 기자] ‘시간이 갈수록 구글의 혁신이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감에서 나온 조직 재편일 수 있다. 그가 안드로이드 팀을 이끌면서 보여준 강력한 개성(정신)을 구글에 심으려는 시도다. 안드로이드는 더욱 더 강력해질 것이다.’

리코드, 폰아레나 등은 지난 24일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순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을 2인자로 임명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가 향후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더욱더 강력하게 만들 것이란 분석 전망을 내놓았다.

래리 페이지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6개 제품담당 책임자들은 앞으로 순다 피차이에게 보고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그가 유튜브를 제외한 전 제품을 피차이에게 맡기고, 본인이 직접 미래사업을 챙기기로 한 배경과 안드로이드의 향배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피차이 부사장은 1972년 인도 첸나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2004년 구글에 합류하기 전 그는 반도체장비회사 어플라이드머티리얼과 컨설팅회사 맥킨지에서 일했다. 피차이는 카라그푸르 인도공대(IIT)출신으로서 미국 스탠포드대,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 순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

■순다 피차이, 구글의 6개 제품 총괄...‘짜르’

이번 인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점은 순다 피차이 부사장에게 기존의 크롬 및 안드로이드는 물론 모든 제품관련 책임과 권한(유튜브와 연구개발을 제외)까지 부여한 것이다. 이로써 이전까지 래리 페이지에게 보고하던 6개 제품 책임자(부사장)들이 그의 지휘를 받게 됐다.

리코드는 순다 피차이를 ‘새로운 제품 담당 짜르(Czar)’, 즉 황제로 표현했다. 구글의 제품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책임자라는 의미다.

구글은 24일자 이번 조직개편에 관한 내부 메모에서 “이번 조직개편은 페이지의 수석 제품 임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자 급성장하는 구글 임원에 대한 매우 커다란 권한 분배다. 매우 존경받는 순다 피차이 부사장은 이제 연구, 검색, 지도, 구글플러스, 상거래 및 광고제품과 인프라를 책임지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의 기존 안드로이드 및 크롬과 구글앱도 책임진다. 이전까지 래리 페이지에게 직접 보고하던 이들 6개 제품 담당 임원들은 이제부터 피차이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외신은 이러한 조직개편의 배경으로 ‘구글이 시간이 갈수록 덜 혁신적이 될 것’이라는 래리 페이지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래리 페이지가 제품과 관련해 보고받는 시간을 줄이고 기존의 제품과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해 좀더 신경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믿고 맡길 만한 사람으로 피차이 부사장을 지명해 구글의 모든 제품에 대한 전권을 맡긴 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래리 페이지는 직원들과의 미팅에서 이번 변화에 대해 “더 큰 그림(big pictures)에 집중하길 원하고 있으며 수많은 보고서와 각 제품들에 대한 많은 작은 일들로 인해 이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래리 페이지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조직개편으로 보고에 따르는 병목현상을 줄이며, 그는 자신의 관심을 기존제품과 신제품에 좀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은 계속해서 직접 새로운 액세스 앤 에너지, 네스트, 캘리코, 구글X, 기업개발, 법률, 재무 및 사업(광고판매 포함) 등을 챙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미있는 것은 래리 페이지가 피차이 부사장에게 모든 구글 제품 관리에 대한 권한을 이양하면서도 유튜브만은 앤 워지치키의 보고를 받으면서 본인이 직접 챙기기로 했다는 점이다. 워지치키는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차고에서 구글을 창업한 동지다. 최근까지 그녀는 광고제품 최고책임자였다.

■래리 페이지의 큰 구상은 후계자 피차이?

구글은 래리 페이지가 미래사업(moonshots)에 대한 시간을 갖고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오른팔 피차이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크롬, 안드로이드, 구글앱 만을 책임져 온 순다 피차이에게 이번 인사는 커다란 도약이다.

분명 래리 페이지는 구글의 최고 실권자다. 이번 조직개편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피차이를 구글의 서열 2위의 권력자로 만들어 줬다. 에릭 슈미트는 구글의 회장이지만 이 자리는 기본적으로 충고하는 자리다. 세르게이 브린 공동창업자는 그의 특별 프로젝트인 구글X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다.

▲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구글X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번 인사에 대해 “래리 페이지가 피차이를 그의 후계자로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번 인사는 구글경영에 있어서 또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 주는 대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동안 구글의 경영은 래리 페이지를 정점으로 한 많은 임원들에 의한 부사장 집단체제에 의해 경영돼 왔기 때문이다.

이제 피차이는 이제 연구, 검색, 지도, 구글플러스 상거래, 광고 및 인프라 담당들을 총지휘하게 됐다. 이 자리로 올라오기까지 그는 자신이 맡았던 크롬과 안드로이드 사업을 통해 능력을 과시했다. 피차이는 운영체제(OS)였던 크롬과 넷북 계열을 책임지기 시작했고 2012년 3월 구글 앱 책임자 데이브 지로두가 회사를 차리기 위해 떠났을 때 추가로 사업부를 떠맡았다. 지난 해엔 오랫 동안 안드로이드 책임자 앤디 루빈 대신에 대단한 성장사업인 안드로이드까지 자신의 책임하에 두게 됐다.

당시 안드로이드와 크롬은 뚜렷이 다른 별개의 OS였지만 나름의 의미를 가지는 제품이 됐다. 피차이가 개발자 생태계를 가진 구글사업부를 맡으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게다가 그는 외교적 능력을 발휘했고 파트너십을 만드는데 재주가 있는 임원이었다.

피차이는 이 과정에서 구글 밖에서 훨씬 더 유명인사가 됐다. 트위터는 수년 전 그를 핵심제품 담당 임원으로 모셔 가려고 했을 정도였다. 그의 이름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신임 CEO를 물색하고 있을 때 가장 유망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로 거명되기도 했을 정도다.

구글의 제품담당 임원 대부분은 구글에서 잔뼈가 굵은 충성파다. 최근 사상 최고도 고공낙하 기록을 깨면서 화제가 된 앨런 유스타스 연구담당, 애미트 싱할 검색담당, 데이브 베스브리스 소셜담당, 젠 피츠패트릭 지도담당, 스리드 라마스와미 광고및 상거래담당, 우르스 휄즐 기술인프라담당 등이 그들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 거의 대부분이 구글에서 10년이상 몸담았다는 점이다. 베스브 리스는 최근 스카웃한 사례지만 그 조차도 지난 2008년 구글에 합류한 케이스다.

래리 페이지는 오랜 동안 함께 일해 온 사람들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주에는 사업담당으로 일했던 오미드 코르데스타니가 소프트뱅크로 떠난 니케시 아로라 대신 정식으로 사업담당 책임자 자리를 맡게 됐다. 코르데스타니는 래리 페이지에게 직접 보고하게 된다.

■피차이의 안드로이드 파괴력 강화 전략은?

래리 페이지가 왜 피차이를 구글의 2인자로 삼아 임원 집단체제를 바꿨는지, 피차이는 구글 제품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등에 대한 궁금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래리 페이지가 직접 회사를 위한 보다 큰 그림, 즉 기존 경영상의 사업 부분과 미래 사업들에 더욱더 초점을 맞춘다면 2인자 피차이는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까?

분명한 것은 피차이의 관심이 지금까지의 그의 관심사가 기존의 안드로이드와 크롬에서 더많은 다른 방향으로 확대될 것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순다 피차이 부사장에게 거대한 안드로이드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피차이가 강한 파워를 갖게 된 것이 안드로이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지난 해 앤디 루빈으로부터 안드로이드 사업을 이어 받은 피차이는 외교력은 물론 파트너 업체와의 협력 관계에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업계에서 거칠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협상가로 유명하며, 조금은 강압적인 파트너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 폰아레나는 그가 향후 안드로이드의 파괴력을 엄청나게 강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차이 부사장은 지난 해 앤디 루빈으로부터 이미 상당한 성과를 보이는 안드로이드 사업을 물려받았지만 이후 이 생태계에 훨씬 더 뚜렷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피차이는 가능한 한 많은 단말기에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이 사용돼 구글제품의 특징을 더 많이 드러내도록 하는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어 인정을 받았다.

피차이는 제조업체들이 구글앱과 플레이서비스를 포함시키고자 할 경우 새 단말기에서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해 줄 새로운 규칙을 도입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난 7월 이후 발표된 모든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기기에 구글 층을 포함시키려면 안드로이드4.4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어떤 단말기라도 출시된 후 18개월 내에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오랜 규칙을 더욱더 가속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는 안드로이드사업부 책임을 맡은 후 스벨테 프로젝트를 통해 내놓은 안드로이드4.4 킷캣이 저가 로엔드 스마트폰에서도 훨씬더 잘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피차이가 세운 안드로이드 전략의 또다른 축은?

물론 피차이의 이같은 새로운 정책은 안드로이드 전략의 반쪽면에 불과하다. 또 다른 측면은 구글층(Google Layers)이 안드로이드도입 확산을 위한 기본적인 미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플레이 서비스는 피차이가 떠맡기 이전에 이미 안드로이드로 업데이트하는 형식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피차이는 구글서비스가 대다수 사용자들에게 안드로이드를 판매하는 포인트라고 보고 이를 강하게 밀어 부쳤다.

안드로이드 골수 사용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커스터마이제이션 옵션에 대해 얘기하지만 일반 사용자들 대다수는 훨씬더, 직접적으로 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메일, 캘린더, 웹브라우징, 맵, 유튜브, 메시징 그리고 게임 같은 것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구글앱의 범주에 속한다. 크롬이 가장 인기있는 브라우저라는 점을 감안할 때 G메일은 최고의 이메일 가운데 하나이며, 구글맵은 거의 최고의 지도이며 유튜브도 유튜브의 절대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제품의 총괄책임자가 된 피차이로선 그의 도박이 강력한 힘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드로이드5.0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피차이를 지지해 줄 또다른 버팀목을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또하나의 유혹, 안드로이드5.0의 5,000개 넘는 앱

구글은 사용자들에게 앱 이외에도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즐길 또다른 이유를 제공해 왔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배터리 수명 늘리기를 도와주기 위해 출범한 볼타프로젝트(Project Volta)다. 하지만 배터리 수명을 늘려주기 위한 이 프로젝트보다 일상생활에서 더욱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머티리얼(Material)디자인이다.

머티리얼 디자인의 시각적 미학은 피차이가 아닌 마티아스 두아르테의 공로다. 머티리얼 디자인은 단순하게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개편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안드로이드 5.0은 5,000개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앱개발자와 제조업체들을 더욱더 긴밀하게 안드로이드OS와 통합할 수 있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더욱더 끊김없는 유연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일련의 앱을 사용하는 것보다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피차이에게 이러한 안드로이드 확장은 결코 간과되거나 무시될 수 없다.

실제로 올들어 안드로이드웨어가 출시됐고 현재까지 꽤 좋아보인다. 게다가 안드로이드TV세트는 구글TV의 실패를 지워버리거나 적어도 지우려고 시도하고 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오토(Android Auto)는 등장초기인 현재까지는 좋아 보인다.

▲ 래리 페이지는 순다 피차이 부사장을 통해 모든 길을 안드로이드로 통하게 할 큰 그림을 그릴 계획인지도 모른다.(사진=구글)

■모든 길은 안드로이드로 통한다.

안드로이드는 피차이가 19개월 전 플랫폼 수장으로 온 이래 많은 변화를 보여주어 왔다.

피차이는 더 많은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보였던 안드로이드에 대한 관심사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분명 피차이의 책임감이 막중해짐에 따라 그는 분명 안드로이드에 직접 신경을 써가며 기여할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에 대한 주의력을 잃을 사람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래리 페이지가 누군가에게 이런 엄청난 권한을 맡겼다는 것조차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피차이에게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 것은 그가 안드로이드팀에게 불어넣은 개성과 비전을 수행하도록 책임지워진 재능에 대한 테스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또다른 가능성도 있다.

래리 페이지는 안드로이드가 인도하는 미래의 구글이 나아가야할 모든 길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는 별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구글 매출의 90%는 여전히 광고에서 나오고 있고, 검색은 여전히 구글나우와 함께 제 1의 제품이지만 점점더 구글제품의 연계 층이 돼 가고 있다. 구글플러스 책임자인 빅 군도트라 부사장이 구글플러스의 비전과 관련해 예상했던 대로다.

안드로이드와 모바일은 이러한 진화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구글앱은 피차이의 안드로이드 비전의 중심에 있다.

구글은 전체적으로 안드로이드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는 처음으로 구글이 안드로이드만을 위한 TV광고를 해 오고 있는 데서도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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