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IBM의 3분기 매출은 223억9,000만달러다. 전년대비 4%하락한 수치다. 순이익은 40억4,000만달러에서 1,800만달러로 추락했다. 순이익은 99.6% 감소다. 매출은 10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실망스러운 실적이면서도 IBM은 향후 사업 구도 변화를 위한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 사업을 중단하면서 IBM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사업은 글로벌 파운드리에게 넘어갔다. IBM은 3년간 글로벌 파운드리에 15억 달러를 지불하게 된다. IBM의 첨단 기술을 자랑하던 자부심 넘치는 사업부였지만 웃돈을 얹어서까지 양도를 하는 굴욕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그래도 IBM 입장에서는 매년 10억달러 이상 적자를 내던 골치덩어리를 떼어내게 됐다. IBM은 15억 달러의 지불을 포함, 세전 비용으로 올해 3분기(7월~9월) 실적에 47억 달러를 반영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IBM의 22나노미터, 14나노미터, 10나노미터 칩을 독점 생산한다. 글로벌 파운드리 입장에서도 사실 나쁠 것이 없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IBM의 특허 포트폴리오 뿐만 아니라 제조 공장, 판매, 기술 운용에 이르는 모든 인프라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매각, 예정된 수순
IBM 반도체 사업 매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는 수순이었다.

지난 2월 IBM은 반도체 제조 공장을 매각하기 위해 대상을 물색중에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생산설비 없이 팹리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 제조 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는 수년간 멈춰있었고 IBM 비즈니스 모델에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IBM이 대량 생산하던 게임 콘솔용 주문형 반도체(ASIC)도 AMD 칩에 밀려 점점 뒤로 밀려났다.

부진한 반도체 사업을 먹여살릴 서버 사업도 생각보다 신통치 않았다. 올해 3분기에 들어서면서 시스템 및 테크놀로지 사업 매출은 14% 감소했다.

올해 초 밝힌 1만5,000명의 인원 감축 계획도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IBM은 최근 10년에 걸쳐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왔다. 하드웨어를 주로 다루는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이전과 같은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사업부는 계속 축소되어 왔다.

3분기에서는 14%지만 지난해 말 이미 26% 감소하는 등 하드웨어 부문은 부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반도체는 서버, 하드웨어 사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반도체 개발은 계속 이어나간다. IBM은 향후 5년간 반도체 개발에 3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미세화 개발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은 IBM이 계속 보유하게 된다.

IBM이 x86서버 사업부는 레노버에 매각하고, 반도체는 글로벌 파운드리에 양도하면서 이제 전례없는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중기 경영 목표로 하고 있던 내년 주당 이익 20달러 이상 목표도 포기했다.

향후 목표는..?
IBM은 지금까지 하이엔드 서버 제품인 파워시스템, 메인 프레임 시스템z 제품군에 탑재되는 파워 프로세서와 반도체 연구, 설계, 제조를 모두 자사에서 처리해왔다. 생산과 공정을 글로벌 파운드리가 맡게되면 IBM은 반도체 기초 연구와 차세대 클라우드나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트랜잭션에 최적화된 시스템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IBM의 반도체 투자 계획에는 7나노미터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도 포함되어 있는만큼 이를 더욱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종합해보면 자사의 반도체 생산 공정을 외부에 맡기는 '팹리스'화를 추진하면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차별화를 선택한 것이다.

IBM의 향후 목표는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역량의 집중이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형 컴퓨터 왓슨을 필두로 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에 초점을 모은다.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서두르는 것이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도 실적은 실망스럽지만 최근 고객의 구매 패턴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빠른 속도로 업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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