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시가총액 10조원대의 대형 IT기업이 탄생했다. 지난 5월말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 발표를 한 이후 4개월여의 준비 끝에 1일 통합법인인 다음카카오가 공식 출범했다.

시가총액 26조6,009억원의 '철옹성' 네이버의 아성에 도전하는 라이벌의 출현에 최근 업계가 시끌벅적했다.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이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과 막역한 사이이자 치명적인 라이벌이라는 점도 이야기 거리로 충분하다. 앞으로 다음카카오이 등장으로 변화될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생태계에 대한 호기심도 자극된다.

그러나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다음카카오의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의 하나인 구성원의 '화학적 융합'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자회사 인력을 제외한 다음카카오의 인원은 2,300여명 정도이다. 1일 통합법인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우 대표가 언급했듯이, 다음카카오는 두 조직의 합병 보다는 새로 출발한다는 개념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바로 이 부분이다. 서로의 이름(영어)을 부르며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고, 창의성이 가장 큰 재산이 될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기에 다음카카오의 덩치는 너무나 크다. 덩치만 크면 다행이다.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와 함께 등장한 카카오는 아직 벤처 정신으로 남아 있지만, 다음의 경우는 '글쎄'다. 우리나라 1세대 인터넷 붐을 이끈 다음이지만 말 그대로 1세대, 즉 구세대다.

벤처 기업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최첨단 기술을 통해 높은 기대수익을 내고,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기술집약형 기업을 뜻한다. 지금 다음을 보고 벤처 정신을 갖춘 기업이라고 말할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무늬만 벤처인 셈이다.

700여명의 벤처 카카오와 1,600여명의 '기성' 기업 다음. 인력 구성만 놓고 봤을 때 카카오의 벤처 정신을 퍼뜨리기에는 벅찬 구조다. 다음카카오의 시너지로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지 모른다. 다음카카오 측도 구체적인 서비스 발표는 미루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기존의 서비스를 단순히 합치는 것으로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양사의 장점이 융합된 신서비스가 추진되려면 완벽한 문화적 융합이 필요하다. 물론 카카오의 문화가 다음카카오 조직 전체를 물들이는 것이 신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높여주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 다음카카오 의장 브라이언(김범수)

무엇보다 경영진의 능력이 요구된다.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와 윌리엄(최세훈 공동대표), 그리고 비노(이석우 공동대표)는 이러한 문화적 융합을 하루 빨리 이뤄내야 한다.

다음카카오는 출범 이후 10개 팀으로 구성되며, 추후 사업 진행에 따라 팀을 늘리거나 바꿀 수 있는 유연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 10개 팀의 팀장은 기존 임원급 구성원이 맡게 된다. 브라이언도 팀장이고, 윌리엄과 비노도 팀장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브라이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대표이사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브라이언의 최대주주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브라이언은 다음과 카카오 직원의 융합을 위해 '원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는다. 벤처 정신 함양을 위한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기업 문화 만들기에 주력하게 된다. 회사의 장기적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통찰도 그의 몫이다.

▲ 왼쪽부터 다음카카오의 공동대표 윌리엄(최세훈)과 비노(이석우)

윌리엄은 전반적인 경영지원 역할을 하는 팀의 팀장으로 안살림을 맡는다. 아무래도 다음의 대표였기 때문에 큰 살림을 맡기에 적합하고, 기존 다음 출신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역할에도 충실할 수 있다.

비노는 대외 활동을 담당하는 팀의 팀장을 맡는다. 카카오의 성장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능력과 성과를 봤을 때 당연한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카카오에서의 수평적인 기업문화 정착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내부 평가도 긍정적이다.

통합법인 출범 간담회에서 윌리엄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수평적 조직문화와 소통을 중시했기 때문에 주제별로 의논하는 과정을 전 직원과 공유하며 가는 방향을 택했다. 한 팀이 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조직과 제도에 대해 보완해야 할 부분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우리는 한 팀으로 일할 준비가 됐다."

"영문 이름이 이제 많이 편해졌다. 격식을 갖춰 '~님'이라고 부르는 것 보다 편안하게 이름을 부를 수 있는게 중요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모든 다음카카오인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비노는 이렇게 말했다.

"통합법인 출범을 진행하면서 드러나지 않는 조직의 문화가 어떻게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느냐가 더 큰 문제로 다가왔다. 통합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방향에서 바라봤다. 그 결과 다시 원점에서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치열하게 고민했고, 없던 것을 새로 만든다는 관점에서 (조직)문화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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