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모바일 결제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수년전 스마트폰 등장 이후 줄곧 주목을 받아왔지만 애플이 최근 '애플페이'를 발표하면서 급속도로 불을 지폈다. 애플페이와 더불어 미국의 페이팔, 중국의 알리페이를 비롯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향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기업 가트너가 분석한 모바일 결제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결제 사용자는 전세계 2억4,500만명에 이르고 거래 금액은 2,354억 달러(247조52억원)에 달했다. 전년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오는 2017년에는 4억5,000만명이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면서 약 7,210억달러(756조5,000억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눈여겨볼 부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페이팔을 통해 이베이, 아마존 등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편한 결제가 가능하다. 중국에서도 알리바바 그룹이 알리페이를 통해 온라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보편화되는 중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점은 모바일 결제는 신용카드 결제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가능하게 하면서도 과정은 '단축'시키고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내는 이미 모바일 결제 시대로 진입했으면서도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모바일결제 시장, 카카오페이 등장 이후 판도변화는?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결제 금액은 지난해 4조7,500억원에서 올해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 전체 온라인 결제 중 모바일 비중이 최대 3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모바일 결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등장한 '카카오페이' 때문이다. 애플페이와 함께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국내에서 3,600만명의 고객을 가진 카카오가 내놓은 결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페이 결제 과정.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과정을 간소화했다
처음에는 BC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일부 신용카드사만 카카오페이에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KB국민카드, 삼성카드도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출시 20일만에 가입자수가 80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해도 카카오페이가 그정도로 성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가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하고 PG업체의 신용정보 보관을 허용하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는 중이다.

종류도 많아졌다.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 신한카드의 '올댓쇼핑월렛', 하나SK카드의 '겟모어'를 비롯해 이니시스, 한국사이버결제(KCP)등 PG사들도 각각 K페이, 셀프페이 등을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카카오페이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이용에 한정되어 있다. 아직 온라인 쇼핑에 대한 결제를 카카오페이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이 이를 도입한다는 보장도 없다. 옥션과 지마켓의 경우 이미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 '스마일페이'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결제 방식과 결제 사이트에 따라 설치해야 하는 모바일 결제 앱은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온라인 외 오프라인 결제까지 영역이 확장되면 더 복잡해진다.

수수료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종류별로 난립하고 있는 국내 시장은 공통 규격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PG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최대 3~4% 수준. 페이팔, 알리페이는 국내 시장에 진입할 경우 2.3~3.9%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플페이가 파트너사를 끼고 국내 결제 시장이 진입한다면 수수료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이때문에 공통 결제 플랫폼을 구축해 선제적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 보편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카카오페이가 뜨고는 있어도 특정영역만의 결제 플랫폼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해외 모바일 결제, 국내 진입 가능성은?
이쯤되면 페이팔,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 해외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국내 시장 진입에 대해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애플페이는 기존 모바일 결제 방식과 전혀 다른 방법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용카드 정보를 스마트폰에 직접 저장하지 않는만큼 유출가능성을 사전에 원천봉쇄했다.

거래 결제는 애플 계정으로 통해 1회용 고유번호로만 승인된다. 보안은 모바일 결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만큼 보안관점에서 본다면 애플페이가 가져올 수 있는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국내에 적용되러면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보안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보안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는 금융업자, 결제대행업자(PG)가 아니면 보안성 심사를 받을 수 없다.

 
애플이 국내에서 심사를 받으려면 어쩔수 없이 국내에 파트너사와 함께 진입해야 한다. 온라인상 결제가 주를 이루는 페이팔, 알리페이는 직접구매 등 주로 해외 결제에 사용되는 용도로 이미 국내에서도 일부 활성화 되어 있다.

페이팔은 국내에 법인설립을 계획하고 있는만큼 국내 진입은 시간문제다. 수억명의 회원을 가입하고 있는 페이팔이 국내에 본격 진출하면 글로벌 추세에 힘입어 빠르게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

알리페이도 지난 7월 국내 시장 진출을 이미 정식 선언했다. 현재 면세점 등 일부 온라인 판매점과 제휴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류열풍 이후 한국에서 물건을 사려는 중국인 수요가 크게 늘어 중국인 관광객들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서비스에 나섰고 롯데면세점의 경우 알리페이 거래 금액은 하루 3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해외 모바일 결제, 유럽에서는 글쎄..
알리바바가 전세계 8억명 이상을 보유하고 페이팔도 2억명 가까이 회원수를 보유중이다. 그러나 북미, 중국 과 달리 유럽에서는 아직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북미지역은 마그네틱 스트라이프를 통해 결제되는 형태가 아직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유럽 대부분 국가는 IC치블 탑재한 카드와 PIN코드 입력을 통해 결제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 방식은 1990년대 말 프랑스에서 도입된 이후 현재 유럽 전역에서 사용중이다. 이때문에 유럽에서의 신용카드 사기 범죄는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

IC칩과 PIN코드 입력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은 애플페이 결제방식과 유사하다. IC칩은 아이폰 속에, PIN 코드는 터치 ID에 해당된다. 수수료만 잘 맞아떨어진다면 유럽에서도 인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신용카드'를 통한 결제라는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유럽의 평균 신용카드 보유 갯수는 1인당 1.46장이며 이중 66% 이상이 직불 카드에 해당한다. 북미 지역의 절반 수준이다. 페이팔이나 애플페이보다는 일정 금액 현금을 계정에 넣고 이를 통해 결제를 하는 알리페이가 오히려 유럽에서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 평균 신용카드 보유 갯수가 1인당 0.2장인 중국에서 알리페이가 성공을 거둔 것도 이런 방식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모바일 결제 시장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간편한 결제 과정, 우수한 보안 인프라, 공통으로 쓰이는 결제 플랫폼(가맹점)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국내에서는 이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결제 플랫폼을 찾으려면 아직 없다. 특히 보안의 경우 시기상 일정기간 검증과정도 필요하다. 수수료 역시 각각 다르다. 이때문에 여신금융협회 등에서도 수수료, 간편 결제서비스를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현존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방식은 대부분 비슷한 구조인만큼 보안상 더 우수한 시스템이 각광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애플페이가 시스템적으로는 가장 유리할 것"이라며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내 공통 결제 플랫폼 구축은 글로벌 추세 대비 아직 갈길이 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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