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생태계가 보다 깊어짐에 따라 보다 확장된 사용자 경험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화면을 더 키워 엔터테인먼트적인 성향을 강화한 태블릿과 사용자의 건강 및 피트니스 도우미, 또는 직관적인 모바일 경험을 전달해줄 수 있는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생생한 화질과 몰입도 높은 콘텐츠 감상 및 활용을 위한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사용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모바일 디바이스들은 기본적으로 기존에 구축됐던 가전 또는 컴퓨팅 환경을 휴대할 수 있는 포터블 환경으로 전환이 이뤄진 사례라 분석해볼 수 있다. 그 중 빔프로젝트를 개인화시키고, 최신 트렌드인 ‘스마트’를 덧댄 모델들을 ‘스마트 글래스’라고 표현한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 글래스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한 쪽은 모바일에서부터 파생된 모델들, 이를테면 구글 글래스가 대표적이다. 또 하나는 콘텐츠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디스플레이 모델들, 이를테면 TV나 빔프로젝터들 대신 쓰이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꼽을 수 있다. 두 모델들은 뿌리만 다를 뿐 전반적으로 기본적인 기능들을 공유한다. 다만, 사용자들의 평소 사용 패턴을 고려해 선택하면 좀 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엡손 모베리오 BT-200은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에 가까운 모델이면서 스마트 글래스처럼 활용도 가능한 전천후 디바이스다. 이 제품을 일상생활 환경에서 사용해봤다.

작은 몸체에서 발휘되는 프로젝터 기능
엡손 모베리오 BT-200은 간단하게 개인화된 소형 빔프로젝터라고 말할 수 있다. 엡손 모베리오 BT-200은 엡손이 가지고 있는 빔 프로젝터 기술을 집약시켜 놓은 디바이스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민감한 제품인 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빔 프로젝터와 비교했을 때 모베리오 BT-200이 가진 차별화 포인트 첫 번째로는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휴대성을 들 수 있다. 안경 방식을 선택해 사용자가 마치 선글라이스를 쓰듯 활용할 수 있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파우치

동봉된 전용 케이스를 사용하면 가방에 수납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 케이스 안에는 모베리오 본체와 컨트롤러, 각종 케이블이 모두 수납되기 때문에 별다른 액세서리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안전한 휴대가 가능하도록 충격방지폼까지 꼼꼼하게 내장돼 있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모베리오 BT-200을 꺼내보면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엑스맨 등 각종 SF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썬글라스와 흡사하게 생겼다. 썬글라스와 비슷하다는 게 일견 대단한 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러한 디자인은 중요한 포인트다.

여타 헤드마운트 기기들을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육중한 몸매 때문에 실내에서는 잘 활용할 수 있더라도 실외활동, 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약간의 뻔뻔함만을 발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출퇴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모베리오 BT-200이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컨트롤러

무게도 가볍다. 전작 대비 가볍게 제작돼 80g 무게를 지니고 있다. 1세대 대비 60% 더 가벼워진 셈이다. 모베리오 BT-200을 썼을 때 무게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안경부 양측면에는 초소형 LCD 프로젝터와 정밀 광학 장치를 내장했다. 슬림한 디자인을 갖춘 양안식 디스플레이다. 카메라와 블루투스가 탑재돼 연결 확장성이 강조되고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가상 입체 프로젝션 디스플레이는 16:9 화면비와 23도 시야각을 갖추고 있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이어폰 단자

머리 동작 감지 기능을 활용하는 증강현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360도 가상 공간처럼 영상을 구현해준다. 광학 반사판을 사용해 안경 외부에서 현재 재생되고 있는 콘텐츠를 볼 수 없게 꾸며준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스마트 글래스

출퇴근 든든한 동반자
혹시 출퇴근 길이 꽤 긴 사람이 있다면 모베리오 BT-200과 같은 디바이스를 한 번쯤 검색해봤을지도 모른다. 지옥철 속에서 어렵게 든 손으로 스마트폰을 부여잡으며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눈도 아프고 현기증까지 일어날 때가 있다. 게다가 사용자의 동의없이 콘텐츠를 함께 공유하려는 옆사람들의 곁눈질이 여간 신경쓰일 수도 있겠다.

직접 출퇴근 길에서 사용해본 엡손 모베리오 BT-200이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었다. 공간 활용에 따른 휴대성, 개인화된 폐쇄성, 시스루 콘셉트가 포인트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안쪽

공간 활용에 따른 휴대성은 이전 빔 프로젝터가 갖추고 있는 장점과 부합한다. TV나 디스플레이 기기들이 고정된 상황에서 최대의 성능을 이끌어내는 제품들이라면 빔 프로젝터는 휴대할 수 있는 이동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더 큰 화면으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강점이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코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다.

물론 제약은 따른다. 우선 전력이 필요하고 화면을 표시할 수 있는 배경이 필요하다. 휴대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가방에 넣고 다닐 수는 없다. 빔 프로젝터의 단점을 해소한 제품이 모베리오 BT-200이다.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전력이나 배터리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가방에 넣고 다닐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 더 큰 화면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셰이드 분리

모베리오 BT-200은 안경처럼 착용해 사용하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디바이스라 할 수 있다. 제품을 장착한 사용자만이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볼 때 주변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관람불가의 영화를 감상할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상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마크로스 제로’의 현란한 공중전을 감상할 때는 혼자 오도방정을 떨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여러 장점들을 통해 출퇴근 길에서 잘 사용했던 모베리오 BT-200이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경쟁력은 시스루 콘셉트에 있다. 만약 이 디자인 설계가 없었다면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스마트 안경의 중앙 스크린에 디지털 콘텐츠를 시스루 방식으로 투사해 실제 세계와 겹쳐 보이게 구현해준다. 즉, 현실과 가상세계가 통합된 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내부

출퇴근할 때 콘텐츠를 감상하면서도 주위를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는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 빛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제대로된 음원을 들을 수 있도록 헤드폰이 차음성이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일단 착용하면 주위 상황이 어떤 지를 알 수가 없다.

모베리오 BT-200은 시스루 방식을 통해 콘텐츠를 보면서도 주위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두 개의 셰이드를 통해 조절도 가능하다. 다크 셰이드를 장착시키면 썬글라스처럼 사용할 수 있꼬, 노멀 셰이드를 사용하면 일반 안경처럼 쓸 수 있다. 현재 어떤 역에 도착해 있는지를 디바이스를 빼지 않고도 눈만 돌려 확인할 수 있다.

헤드마운트로 시작, 스마트 글래스로 변신
BT-100과 후속작 BT-200을 보고 있노라면 엡손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빔 프로젝터 기술을 이용해 단순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설계하는 데서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작은 개인용 디스플레이였을지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좀 더 활용성 높은 스마트 글래스로 진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기본적인 구동은 구글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로 가능하다. 안드로이드를 적용했다는 사실은 곧 구글의 모바일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이로, 지자기 센서, 가속도 센서를 활용해 증강현실을 이용할 수 있다. 3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보이는 시선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QR코드 인식도 가능하다. 와이파이를 잡아 쓸 수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한 활용이나 웹서핑까지도 가능하다.

▲ 엡손 모베리오 BT-200

물론 모베리오 BT-200은 활용성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다. 생태계 구축은 이제 막 시작단계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이전과는 다른 사용성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이를테면 모형 헬기를 통해 미러링을 이용하면 공사 현장이나 발굴 현장, 위험한 상황을 미리 체크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스마트폰의 미러링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언어가 다른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때 모베리오를 통해 자막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모베리오의 시스루 컨셉트를 제대로 이용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무선 미러링 어댑터를 통해서 HDMI 연결 기기만 있다면 영상을 공유할 수도 있게 됐다. 향후에는 음성인식을 통해 좀 더 직관적인 사용을 도울 것으로 예측된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게임 콘텐츠 등의 개발이 가속화된다면 단순한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넘어 스마트 글래스로써 활용성이 보다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