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박창선 IT칼럼니스트]대기업은 주력 분야 외에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벤처기업의 기민함과 자유로움을 접목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사내 벤처 육성이고 다른 하나가 제품 개발, 마케팅, 디자인 부서가 아이디어 개발 시점부터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접근은 생각보다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조직, 문화, 전략 등 다양하다.

DIY적 사고 방식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

▲ 박창선 IT칼럼니스트
최근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DIY(Do-in-yourself)’이다. 아이디어는 결국 사람 머리에서 나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사내 벤처가 부서간 유기적인 협력은 다소 거창한 감이 없지 않다. 그에 비해 DIY는 아주 인간적이며 동시에 소박하다. 완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도 없다. 실패에 대한 책임도 없다. 생각나는 것을 그저 만들어 보면 된다. 흔히 말하는 디자인 원형(Prototype)을 만들어 보는 재미가 있다. 기업들은 조직원들이 느끼는 소소한 재미에서 새로운 제품과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은 예전 절차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디자인 원형 차원에서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라고 여겨지는 아이템들이 킥스타터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을 소홀히 보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최근 킥스타터 기록을 갱신한 쿨리스트 쿨러(Cloolest Cooler)다. 이 제품은 대단한 기술이 적용된 것도 아니고 누구나 생각하지 못했던 개념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블루투쓰 스피커, 믹서기, USB 충천 포트, LED 조명, 접시와 칼 등 야외에 나갈 때 주렁주렁 한 가방씩 들고 다니던 것을 쿨러 하나에 다 통합해 넣은 것이다. 이런 제품을 만드는 것은 거창한 기술과 지원이 필요하다기 보다 ‘실천’의 문제다. 대기업들이 조직 내에서 DIY를 권장하고자 하는 것은 실천이 점점 더 쉬워 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다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

DIY 열풍이 불게 된 배경으로 3D 프린터의 대중화, 라즈베리파이나 아두이노 등 개발 보드 커뮤니티의 성장 그리고 인텔 에디슨과 같이 저렴하지만 막강한 성능을 제공하는 프로세서의 등장을 꼽는다. 제품 기획, 디자인, 설계, 시제품 제작까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DIY 세상에서는 자비로도 충분히 디자인 원형을 만들 수 있다. 100만 원대 3D 프린터, 개발보드와 프로세서 해야 20만원 내에 구비가 가능하다. 비용만 적은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 기술적으로는 다양한 오픈 소스 커뮤니티의 경험을 참조할 수 있고 고객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자리도 많다.

인텔의 성공에서 배우는 지혜

최근 미국에서는 MakerCon New York 2014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의 세션 중 눈에 띄는 것은 인텔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의 발표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대기업에서 조직원들이 자유롭게 생각나는 것들을 만드는 것(Making)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DIY 족을 위해 메이킹을 장려한 결과는 놀라웠다. 인텔은 사내 DIY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했고 그 결과물로 3D 스캐너, 쿼드콥터,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그릇(Bowl) 그리고 IoT 업계를 놀라게 한 에디슨 프로세서가 탄생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인텔 내에서 자신을 메이커라 생각하는 이의 수가 1만 4000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인텔이라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DIY 족이 사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게 하는 것은 대기업들의 사내 벤처 육성이나 기술, 디자인, 마케팅 통합 개발을 통해서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민첩성의 혜택을 준다. 인텔의 행보를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 DIY는 전통적인 ‘Time to Market’의 정의를 분명 바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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