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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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AI 열풍 속에 엔비디아의 지난해 주가가 4배 뛰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테크 기업 중 하나로 부상했다. 하지만 주가 상승률 측면에서 AI를 등에 업고 엔비디아 보다 훨씬 더 잘 나간 회사가 있다. 바로 엔비디아 칩 기반으로 서버를 만드는 슈퍼마이크로다. 

슈퍼마이크로는 지난 1년 간 주가가 무려 12배 뛰며 미국 증시에서 메이저리그로 통하는 S&P 500 지수에도 진입한다.

흥미로운 점은 엔비디아 칩 갖고 서버 만드는 회사가 한 둘이 아닌데도 슈퍼마이크로가 눈에 확 뛰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분기 실적 집계에 따르면 슈퍼마이크로는 37억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이중 절반 이상을 AI용 서버가 차지했다. 델과 HPE의 경우 AI 서버 매출은 각각 8억달러, 4억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슈퍼마이크로 엔비디아 AI 서버 매출은 올해도 두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 마이크로는 그동안 서버 시장에서 델테크놀로지스나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 등에 비해 무명에 가까웠던 회사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저가 서버 공급 업체로 많이 알려졌고 브랜드 파워는 크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챗GPT로 대표되는 AI 열기 속 슈퍼마이크로 AI 서버는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중량감을 확 키우는 모습이다.

슈퍼마이크로의 부상에는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본사가 가깝고 기업들이 입맛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는 서버를 제공한다는 점이 슈퍼마이크로가 갖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슈퍼마이크로는 1993년 엔비디아와 같은 해 설립됐고 엔비디아처럼 1명이 경영을 주도하며 성장해왔다. 엔비디아에 젠슨 황이 있다면 슈퍼마이크로에는 찰스 리앙 CEO가 있다. 찰스 리앙은 대만에서 태어났고 이후 미국에서 슈퍼 마이크로를 세웠다. 

젠슨 황과 찰스 리앙은 수십 여년 간 알고 지낸 사이고 회사도 슈퍼마이크로와 엔비디아는 새너제이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때문에 양사 엔지니어들이 보다 쉽게 협력할 수 있다는게 리앙 CEO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 및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최적화 측면에서 뛰어난 서버를 제공한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AI 열기 속 슈퍼마이크로 우위는 제한된 메뉴를 제공하는 경쟁사들 비해 거의 무한대 구성으로 조립할 수 있는 빌딩 블록을 만드는 전략에서 나오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같은 유연성은 AI에서 특히 매력적인 요소라는 평가다.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자들은 거대 언어 모델(LLM) 제작사들보다 다양한 서버 구성을 필요로 하는데, 슈퍼마이크로는 LLM과 자율주행차 모드를 위한 맞춤형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고 싶어도 바로 살수 없다고 하는 엔비디아 AI 칩 물량을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일 수 있다. WSJ에 따르면 리앙 CEO는 "10억달러 이상 재고를 확보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면서 "슈퍼마이크로는 엔비디아 첨단 AI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는 시기에도 대량의 재고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슈퍼마이크로는 고성장 속에 사세를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새너제이 외에 대만과 말레이시아로도 제조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올해 중반까지 한달에 5000개 서버 랙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중 50% 이상이 AI 서버일 것이란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슈퍼마이크로는 AI 서버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분기 슈퍼마이크로 매출 총이익률은 15%로 전분기 17%에서 감소했다.

슈퍼마이크로가 AI 서버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위상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웨드부시의 매트 브라이슨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서버를 판매하는 기업 중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은 기업은 없다"면서 "델이 슈퍼마이크로처럼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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