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700억원 이상 규모인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지만, 업계는 정당한 대가 산정이 실현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사진: 박건도 기자]
대기업도 700억원 이상 규모인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지만, 업계는 정당한 대가 산정이 실현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사진: 박건도 기자]

[디지털투데이 박건도 기자] 대기업도 700억원 이상 규모인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지만, 업계는 정당한 대가 산정이 실현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정부 브리핑을 통해 공공 SW 사업 경쟁 활성화와 품질 제고를 목표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 방안을 11년만에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기업은 소프트웨어진흥법 제48조에 따라 공공SW사업에서 일정 사업금액 이상 사업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제)에 속한 회사에 대해서는 국가안보, 전력, 치안 등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 참여를 제한했다. 공공SW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과기정통부 발표에 따라 앞으로는 상출제에 해당한 대기업도 700억원 이상 대형 공공 SW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과기정통부의 이같은 결정은 최근 여러 대형 공공 SW 사업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가 국민 일상에까지 불편을 초래하면서다. 국민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 SW 사업에 대해서는 대기업 참여도 허용해 품질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게 이번 개선 방안의 취지다. 

기업들은 품질 문제는 사실상 대가 산정과 관련된 것이지, 기업 규모와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한 중견기업 임원은 "정부가 요구한 사업 금액대에 맞추다보면 대기업에서도 하청에 재하청을 맡길 수 밖에 없게 된다"며 "과업에 대한 정당한 대가 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도 사업 수익성이 낮은  공공 SW 분야에서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정당한 대가 산정을 위해 예산 확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적절한 대가 산정을 통해 기업 규모와 상관 없이 모두에게 매력적인 공공 SW 시장을 만들어 가겠다"며 "이를 위해 업계 목소리를 듣고 적절한 레퍼런스를 발굴하겠다. 발주처와 기획가와 역량 기업이 함께 해서 시장에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선진화 전략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대가 산정과 관련해 앞서 진행된 행정안전부 브리핑에서는 임금·물가상승률,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SW 개발 대가기준을 상향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행안부는 정보시스템 등급에 따른 유지관리 요율 차등 적용기준, 신기술 과업 대가 산정기준, 과업변경 심의 가이드라인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과도한 하도급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기술성 평가시 하도급 계획 적정성 평가를 강화겠다고도 했다.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 인정 사업 및 700억원 이상 대형사업의 경우, 기술성 평가에서 하도급 비중에 따른 차등 평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하도급 비중이 낮을수록 적정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기술성 평가시 하도급 금액 비중의 법적 상한인 50% 초과 여부만 판단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W 기업들의 과도한 하도급 관행이 품질 저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며 "관행 방지와 직접적인 사업 수행을 유도하고자 적정성 평가 시 차등 평가 방식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는 사업 규모를 700억원으로 정한 이유를 밝혔다. 사업 규모와 관련해서는 400억원부터 1000억원까지 다양한 안이 제기됐었다. 일부 대기업은 사업 규모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대형 공공 SW 사업에만 진출할 수 있도록 사업 규모 하한을 높게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과기정통부가 최종적으로 700억원을 기준으로 잡은 이유는 해당 구간에는 중소기업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하면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이 예외적으로 허용돼 온 사업들을 조사한 결과, 700억원 이상 규모 사업에서는 대기업 참여 비율이 이미 70%에 달하고 있다"며 "이 구간에서는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중소기업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대기업에게 공공 SW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사업구간도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만 참여가 가능한 사업금액 상한선을 2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전반 5년 통계와 후반 5년 통계를 바탕으로 추세를 분석할 때 지난 10년간 전체 공공 SW 사업에서 20억원 미만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50%에서 2022년 37%로 감소했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30억원 미만으로 상한선을 확대하면 다시금 전체 SW 사업 중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사업 비중이 다시금 50%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중견기업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공공 SW 사업에서 사각지대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중견기업은 외국계나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한편, 사업규모 30억원 미만 사업에 진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중견기업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파이가 커지겠지만 중견기업은 이 사이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심이 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가 기준을 상향한다는 당국 결정에 대해서도 "예산 확보 수단이 불투명한 가운데 당국의 계획이 실현될지 의문"이라며 "발주처가 과업 변경을 계속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계속 공공 SW 분야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사업자에 책임성을 부여해 국민이 공공 SW를 사용 시 불편함이 없게 하겠다"면서도 "공공 SW 사업에서도 최신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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