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AI 반도체 시장 진출·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빅테크의 AI 반도체 시장 진출·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엔비디아 GPU를 대체할 수 있는 AI 칩 개발을 향한 빅클라우드들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 역량 강화로 맞불을 놓는 듯한 장면이 테크판 관심을 끌고 있다.

엔비디아와 경쟁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협력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빅클라우드와 최대 고객들인 빅클라우드에 인프라를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으려는 엔비디아 이해관계와 맞물려 벌어지는 '코피티션(Coopetition)'이 테크 생태계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시장 조사 업체 뉴스트리서치를 인용한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250만개 칩을 판매한 가운데 구글은 100만개 가량 자체 AI 칩 구축에 20억~30억달러를 투입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10만개 칩 구축에 2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AI 칩에 대한 테스트를 시작했다.

자체 AI 칩을 확대하려는 빅클라우드들 행보는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빅3 모두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도 엔비디아와 전략적 동맹 관계도 강조하는 상황이다. 빅클라우드들 입장에선 AI 중심으로 테크판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는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경쟁력을 어필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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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AI 칩 사징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요즘 화두인 생성형 AI에 쓰이는 AI 칩만 놓고 보면 엔비디아 점유율을 더 늘어난다. 이는 지난 1년 간 엔비디아이 매출을 206% 늘고 기업 가치도 1조달러 규모로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엔비디아 매출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투자 은행인 DA 데이비슨(DA Davidson)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주문이 지난 두 분기 동안 엔비디아 매출에 4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뉴스트리트리서치 피에르 페라구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엔비디아 칩은 개당 1만5000달러에 달하지만 구글은 평균 자체 칩에 2~3000만달러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용만 보면 빅클라우드 업체들에게 자체 AI 칩 개발은 충분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글은 빅클라우드들 중 가장 먼저 AI 칩을 출시했다. 2017년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내놨다. 구글은 챗GPT를 겨냥한 AI 챗봇인 구글 바드 개발에도 수만개 TPU를 사용했고 코히어를 포함해 다른 기업들도 TPU를 통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AWS는 지난해말 AI 모델 훈련용 트레이니움2을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11월 첫 AI 칩 마이아(Maia)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아를 자체 AI 제품들에 투입할 예정이다. 빅클라우드 외에 제품을 내놓은 건 아니지만 메타도 지난해 5월 AI 칩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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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도 빅클라우드 영토에서 거점을 확대하는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자사 칩을 사용할 수 있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고 빅클라우드와 경쟁하는 코어위브 같은 신생 클라우드 업체들에도 GPU 칩을 제공하면서 빅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추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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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컨설턴트 겸 투자자인 찰스 피츠제럴드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엔비디아와 클라우드 업체들) 사이에 벌어지는 긴장은 일반적인 고객과 공급자 간 다툼의 천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 칩 시장은 2027년까지 두배 이상 늘어나 1400억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AMD와 인텔도 AI 칩 레이스에서 지분을 확대하는데 공격적이고, 세레브라스, 삼바노바, 같은 스타트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 움직임은 AI 칩 시장에서 보다 중량감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AI 칩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가 이후 인텔에 메각한 나빈 라오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빅테크들은 엔비디아보다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갖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다. 엔비디아 칩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사실상의 표준으로 통하는 상황에서 다른 칩을 쓰는 것은 많은 개발자들에게 소프트웨어 코드를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비디아 GPU보다 싸다고 판세를 흔들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를 쓰는 기업들이 자사 AI 칩을 보다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AWS에서 칩 개발을 총괄하는 데이브 브라운은 "엔비디아는 훌륭한 칩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놀라운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새 AI 칩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면서 "칩들 간 전환을 가능한 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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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하드웨어 인프라를 총괄하는 라니 보르카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해 다른 기업들은 고객들이 다양한 회사들 칩을 원활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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