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양태훈 기자] 국내 포털업계 1위 기업 네이버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먹구름 속에서도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한 체질개선에 나섰다.

대표선수는 전세계 4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글로벌 메신저 라인으로, 네이버는 앞으로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로 구글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31일 네이버(대표 김상헌)는 자사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을 앞세운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 신장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매출 6978억원, 영업이익 1912억원, 영업순이익 227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국내 경쟁 포털 기업인 다음과 SK커뮤니케이션즈가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다음은 올 2분기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30%, 순이익은 22% 감소한 성적을 거뒀고, SK커뮤니케이션즈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네이버 실적호조의 주역은 라인이다. 라인은 올해 2분기 1832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56.3% 성장하며 네이버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라인이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을 점차 높여주며 글로벌 시장 변모를 위한 선병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 2분기 네이버의 해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9.3% 성장한 2165억원을 달성해 전체 매출비중의 31%를 차지했는데, 라인 게임과 스티커에 대한 시장수요상승 덕분에 전년동기 대비 51.7%, 전분기 대비 27% 성장한 1683억원을 기록했다는 게 네이버측의 설명이다.

올 2분기 네이버의 콘텐츠 부문 매출이 지역별로 해외 90%, 국내 10%를 차지한 만큼 플랫폼 사업자로서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진출이 갈수록 수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글의 국내시장 잠식에...네이버 라인·웹툰·밴드로 승부수

구글은 전세계 검색시장을 장악한 거대 글로벌 기업이지만 유독 국내 시장에서 만큼은 네이버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PC부문에서 네이버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90%에 육박, 사실상 구글의 영향력은 미미한 상태다.

 

하지만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구글은 자사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국내를 포함해 전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닐슨코리안클릭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검색 시장 모바일 분야에서 구글은 순방문자 2075만 명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1641만 명, 다음은 1362만 명으로 구글에 밀렸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이처럼 모바일 검색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자사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플랫폼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세계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점유율은 지난 2009년 3.9%에서 지난해 4분기 78.4%까지 급성장했는데, 국내 시장의 경우에는 93.4%를 달성하며 사실상 독식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라인을 필두로 자사 웹툰과 밴드 등을 앞세워 플랫폼 사업자로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3대 전략을 세웠다.
지속적인 가입자 수 확보를 통해 라인을 글로벌 1위 메신저 서비스로 성장, 웹툰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확보, 밴드를 통한 글로벌 게임 시장 확보 등이다.

선봉은 네이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라인으로, 네이버는본격적인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라인의 일본 및 미국 상장을 가시화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 역시 31일 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서도 “모바일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만큼 다양한 서비스(라인, 밴드, 웹툰 등)로 해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 라인은 미국의 왓츠앱, 중국의 위챗에 이은 글로벌 3위 메신저 서비스로, 네이버는 라인의 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 네이버, 국내선 구글에 역차별...

네이버가 올 2분기 국내 포털 기업 중 유일하게 실적호조를 기록, 글로벌 시장 진출 공략의사를 천명한 가운데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네이버에 대한 독과점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거대 자본을 가진 구글과 페이스북, 텐센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독과점 규제로 인해 여러 사업을 포기하는 등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영업중인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비해 네이버가 과도한 규제로 인해 신규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최근 앱 스토어를 통해 구글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국내 앱 개발사에게 구글 플레이(30%)보다 낮은 수수료(20%)를 제시, 별도의 혜택(10% 마일리지 제공)을 제공하며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안드로이드폰 생태계로 인해 큰 소득을 얻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거대 자본을 내세운 기업(구글)들이 국내 시장을 점점 잠식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서 네이버가 발이 묶이면 제대로 된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