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신화의 상징인 팬택이 생사기로에 섰다.

8일 이통3사들의 출자전환이 수포로 돌아갈 시 팬택의 운명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중국 자본이 유입돼 20년 이상 경쟁력을 쌓아온 팬택의 기술은 모두 중국에 헐값에 유출될 수도 있다. 단순히 국내 기업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낭비이자 손해다.

 

소비자들도 손해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3사의 공식이 깨지게 되면 소비자들은 삼성과 LG전자에 동등한 성능과 품질을 제공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팬택의 제품을 더 이상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나서 팬택으로부터 지원받는 장려금 일부를 출자전환할 수 있도록 유통업계에서도 힘을 보태기로 했지만 SK텔레콤을 비롯해 KT, LG유플러스는 ‘섣불리 말할 수 없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측은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창출하는 대기업(삼성, LG전자)과 이동통신3사가 영업정지로 팬택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우리나라 통신시장 발전을 위해 기여한 팬택의 상황을 어렵게 만든 정부가 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팬택 역시 이통3사와 정부를 향해 팬택의 부활을 위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두 번째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의 수렁에 빠졌지만 현량자고(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 부지런히 갈고 닦음)의 자세로 대대적인 내부 인원감축을 진행, 소비자들의 사후지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전국 이마트 내 팬택 서비스센터 입점을 확대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지난 5월에는 부활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전략 프리미엄폰 베가 아이언2라는 칼도 빼들었다. 이는 팬택의 모든 역량이 집결된 폰으로 평가받으며 국내외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베가 아이언2에 탑재된 엔드리스 메탈(하나로 이어진 금속 테두리)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제품의 우수한 품질덕분은 디자인 부문에서 세계적 권위를 갖춘 레드닷 디자인협회의 눈길을 끌었으며, 해외 이동통신사업자들 역시 베가 아이언2에 주목하며 사업제휴를 검토 중이다.

그 결과, 올해 1, 2월에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2분기에는 해외 시장에 50만대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수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팬택이 회사규모를 축소해 약 15만대의 판매량이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됐지만 이통3사의 영업정지 여파로 위기를 맞았다며 통신사가 일부 책임을 지고 팬택 회생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직접 스마트폰을 공급하는 오픈마켓이 아닌 통신사가 제조사로부터 스마트폰을 구입해 판매하는 시장 형태”라며 “특히, 이통3사가 출자전환을 거부하게 되면 약 550개 달하는 팬택의 협력사들이 경제적 위기를 겪게 되고 이는 창조경제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래부는 팬택의 워크아웃 문제는 이통사와 팬택, 채권단이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이통3사가 출자전환을 포기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기업의 문제로 미래부가 관여할 수 없다며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래부 한 관계자는 현 팬택의 상황에 대해 “팬택의 워크아웃 사태는 민간기업 영역에서 다뤄야할 문제로 미래부는 이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만약, 팬택이 법정관리로 돌입하게 돼 매각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중국 등의 외국자본이 팬택을 사들여 핵심기술들이 모두 해외로 유출돼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팬택이 보유한 통신기술은 사물인터넷(IoT) 사업 전반에서 경쟁력 확보에 한 축이 될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해야하는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팬택이 갖춘 기술경쟁력을 활용하는 편이 창조경제를 위한 진정한 보탬이 될 수 있다.

팬택의 생사가 결정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하루. 진정 창조경제를 위한 남는 장사를 위해서 이통3사와 정부가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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