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오른쪽)과 김경만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 [사진 : 백연식 기자]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파수 이용 체계를 ‘면허제’로 일원화하는 전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지 약 4년이 지났지만 아직 국회에 제출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박윤규 2차관이 부처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4년 전 과기정통부가 준비했던 전파법 개정안은 주파수 관련 중복규제를 해소하고, 이용대가 납부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전파법 개정안은 현재 입법예고된 지 4년 정도 됐기 때문에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처간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5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전파법 개정안에 대해 “방통위와 기재부 등 부처 협의가 잘 안돼서 미뤄진 걸로 알고 있고 지금 상태 부처 협의하고 있긴 한데 동력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진 않다”며 “과연 부처 간에 무슨 이슈가 있어서 하는지 파악하는 상태고 한번 더 챙겨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2019년 11월 입법예고한 ‘전파법 전부 개정(안)’은 현행 주파수할당, 사용승인, 지정 등 이용 주체와 형태별로 복잡한 제도를 '주파수면허' 제도로 통합하고, 무선국 검사 등 규제를 유연화하는 것이 중요 내용이다.

포털 ‘다음’에서 발생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 조작 의혹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정부는 매크로 프로그램(컴퓨터로 단순 작업을 반복 실행하는 소프트웨어)이 인터넷 여론 조작에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박 차관은 아시안게임 응원 조작 의혹과 관련해 “매크로를 사용한 것이 명백한 논란이 된다면 신중하게 봐야 한다”며 “제도를 정비할 시기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 관련 포털 서비스의 응원 서비스 중 다음·카카오에서만 참여자의 93%가 중국을 응원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여론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포털 서비스들이 특정 세력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해당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태다. 

박 차관은 네이버와 다음의 경기 응원 상황이 달랐던 점을 지적하며 “과기정통부에서는 기술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이 여론조작 등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기술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매크로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그 영향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로 가는 걸 방치하는 상황은 개선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필요할 경우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LG유플러스가 이용자 스스로 설계하난 DIY(Do It Yourself) 5G 요금제를 선보인 것에 대해 박 차관은 “‘3위 사업자가 한 이런 걸 해야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혁신적인 방법(요금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이날 선보인 요금제는 데이터 1~24GB 구간을 세분화 해 이용자 선택권을 확대했다. 이는 5G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선납형 요금제로 데이터를 다 쓰지 못하면 환불해 준다. 또 요금제 최저가 수준을 월 3만원(선택약정할인 적용 불가능)으로 낮추긴 했다. 

박 차관은 “정부의 통신 정책은 신규 사업자가 나와 3개 통신사를 자극하는 것이 큰 틀인데, 그렇지 못 한다면 사업자간 경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처음으로 적합한 요금제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사업자에게 영향을 주면서 지속적으로 통신요금이 인하될 수 있도록, 개인 소비패턴을 반영한 요금제가 계속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을 발표하면서 요금 부분에서 이야기한, ‘사용량에 부합하게 하는 요금제’를 사업자와 협의해 만들겠다고 했는데 (너겟 요금제는) 그 일환으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가 내놓은 요금제는 이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량을 필요한 만큼 구매해 쓰다가 데이터가 남을 경우 다른 요금제로 갈아타면 요금을 환불 받을 수 있다”며 “이른바 낙전효과가 없어지는 요금제”라고 평가했다.

과기정통부의 5G 주파수 28㎓ 할당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박 차관은 “장기적 관점에서 신규 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28㎓ 대역은 앞서 이통3사가 할당 받았었으나 정부가 제시한 투자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이용기간 5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할당 취소 처분을 받았다. 과기정통부는 대신 신규 사업자(제4이동통신)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했다. 주파수 할당 공고는 11월 20일에 낼 예정이다.

박 차관은 “과거에는 (신규 사업자 진입이) 이번에 안 되면 나중에 해야겠다는 식이었으나 이번엔 그렇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사업자를 발굴하고 가능한 많은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7월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에서 제시한 5G 스마트폰을 LTE 요금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5G 스마트폰에서 특정 요금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 초안을 마련하면서 통신3사의 이용약관 개정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 다만 법안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용약관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통신사들과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몰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다시 운영될 수 있도록 국회를 계속해서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박 차관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됐는데, 대체적으로 일몰된 상태의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평가 자료를 가지고 소위 위원들과 개별적으로 다시 논의하는 단계”라며 “국회 회기 내에 협의해 다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다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유료방송 사업자와 홈쇼핑 업체 간 송출수수료 갈등으로 채널 송출 중단(블랙아웃)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송진흥정책관에서 높은 우선 순위를 두고 사업자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블랙아웃까지 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공영방송의 블랙아웃 대비 홈쇼핑 여러 채널 중 하나가 안 보이는 것을 블랙아웃이라고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에겐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피해가 커 정부가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특정 유료방송에서 한 홈쇼핑 채널이 안보이는 것을 공영방송이 안보이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차관은 “이동통신 서비스와 통신 단말이 국민 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관심이 높다. 과점화된 시장인 만큼 담합에 의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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