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트위터 X가 슈퍼앱을 비전으로 내걸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성장한 슈퍼앱 비즈니스 모델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최근 출간된 '슈퍼앱! 디지털 시대의 넥스트 레볼루션'을 보면 슈퍼앱은 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중량감 있는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 업체인 디지털엑스원의 정우진 대표가 쓴 슈퍼앱! 디지털 시대의 넥스트 레볼루션'을 국내외 슈퍼앱 트렌드 및 전망, 그리고 챗GPT가 대표되는 생성AI 기술이 슈퍼앱에 미칠 영향 등을 담고 있다. 저자는 생성AI와 관련해 슈퍼앱 업계의 딜레마인 너무 많은 서비스로 인한 복잡성 문제를 멀티 모달 인터페이스를 통해 해결할 열쇠가 될 것이라며 잠재력을 높게 보는 모습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에서 유독 슈퍼앱이 많이 확산된 것은 몇가지 이유로 요약할 수 있다.

"슈퍼앱이 빠르게 성장한 시장은 아시아 지역이다. 그 이유는 인구, 산업 성숙도, 금융 선호도, 규제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아시아 인구는 2022년 기준 47억2000만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59.2%다. 그중 인도, 베트남 등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이 높은 국가도 많으며 이에 따라 MZ세대가 슈퍼앱의 주요 소비자층을 이룬다."

"다음으로 산업 성숙도의 경우 아시아 지역은 금융, 의료, 교통, 소매 등 각 산업의 성숙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아시아 지역 국가의 사용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금융 인프라 구축 과정을 건너 뛰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슈퍼앱으로 선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반면에 ㅅ산업 성숙도가 고르게 높은 북미와 유럽의 경우 아시아 지역처럼 모든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이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 지역 슈퍼앱을 보면 금융 관련 소비자 편의가 매우 높다. 아시아 지역은 네이버 페이, 카카오페이,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간편 결제를 선호한다. 단, 일본은 같은 아시아 지역임에도 신용 카드와 편의점 결제 같은 전통적인 수단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외에 금융 인프라가 발전한 북미와 유럽의 경우 신용카드, 전자지갑, 페이팔 등 계좌 기반 결제 비중이 높다."

"한편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금융 규제, 개인 정보보호 관련 규제 프레임워크가 느슨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슈퍼앱 생태게가 빠르게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확장하는데 유리하다. 슈퍼앱은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시아 지역에서 슈퍼앱의 역사가 시작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동과 아프리카는 인구수가 13억이 넘으며 인구 증가세도 높은 편에 속한다. 이는 슈퍼앱의 잠재적 시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뜻한다. 다음으로 이 지역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보급률이 높다. 따라서 슈퍼앱 시장의 전제 조건이 다양한 서비스를 모바일 장치로 접근할 수 있는 잠재적 소비자가 많다. 금융, 소매, 물류 등 전통적인 산업 기반이 선진국과 비교해 약한 것도 슈퍼앱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다."

인프라 환경 및 사용자들 성향을 이유로 슈퍼앱 모델이 북미 시장에선 먹혀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저자는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밖에서도 슈퍼앱 모델은 잠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특정 지역을 넘어 세계적으로 슈퍼앱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MZ세대의 선호를 꼽는다.  메이먼츠와 페이팔이 전세계 9천명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은 슈퍼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MZ세대는 온라인으로 식음료를 주문하고 수박이나 항공 예약을 하고 차량 등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고 처방전을 받거나 건강식품을 구매하는 것에 익숙하다."

"MZ세대의 선호에 맞추기 위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슈퍼앱의 특성을 띈 앱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은 핀테크 분야에서 슈퍼앱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은행 API와 소비자 데이터 개방을 의무화한 PSD2 법안 등 유럽은 핀테크 관련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다. 참고로 PSD2는 금융 서비스의 개방성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5년 12월 25일 발표된 법안이다.  유럽은 일찍부터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핀테크 산업이 잘 발달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금융 기업과 핀테크 기업이 슈퍼앱 시장을 노혹 벌이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 지역을 대표할 슈퍼앱 후보로 레볼루트, 클라르나 같은 핀테크 기업과 커브, 스탈링, N26, 몬조 같은 챌린저 뱅크를 꼽는다.  반면에 미국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전통적인 강자들이 슈퍼앱 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페이팔, 월마트 같은 플레이어도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슈퍼앱을 필요로 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수익 창출이다. 

"먼저 수익 창출의 경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고객 획득에 드는 비용을 낮추는 가운데,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교차/상향 판매 확대, 구독 서비스를 통한 매출 수익 창출에 유리한 슈퍼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슈퍼앱은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플랫폼에 접속하면 앱을 떠나지 않고도 다른 서비스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별도의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지 않아 고객 확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슈퍼앱은 여러 서비스에 걸쳐 풍부한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과 선호도를 졸합적으로 파악하여 타겟 마케팅과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해 교차 판매 및 상향 판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성장에 필요한 사업 다각화 관점에서도 슈퍼앱은 유의미한 전략일 수 있다.

"슈퍼앱은 비즈니스 확장 기회도 제공한다. 디지털 경제 시대가 되면서 산업 간 경계가 붕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시장은 수성 전략을, 신규 비즈니스 분야는 공성 전략을 취하는 조직이 늘고 있다. 실제로 각 분야별 성공 사례를 보면 슈퍼앱은 주력 비즈니스의 인접 분야로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기회임을 알 수 있다. 슈퍼앱이 시장에서 빠르게 늘리는 배경에는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슈퍼앱은 데이터 선순환 구조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사용자가 남기는 데이터의 양이 많을 수록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슈퍼앱의 이런 특징은 국내 슈퍼앱 중 하나인 배민의 성공 사례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데이터를 예전처럼 쉽게 수집하기 어렵다는 점도 슈퍼앱 확산을 이끄는 요인이다.

"최근 빅테크 기업의 쿠키 수집 전략 변경으로 고객 데이터 소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쿠키는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 사용자의 컴퓨터에 저장되는 작은 파일이다. 광고주는 쿠키를 사용하여 사용자의 검색 활동을 추적하고 사용자의 관심사와 관련된 광고로 타겟팅한다. 구글과 애플은 광고주가 여러 웹사이트에서 사용자를 추적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변경 사항을 적용하고 있다."

"구글은 크롬에서 타사 쿠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으며, 애플은 광고 추적을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해 사용자가 개인 정보 설정을 더 잘 제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디지털 세상에서 기업이 잠재 고객에게 도달하고 그들의 취향을 이해하고 디지털 캠페인의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자체 보유 정보가 많은 슈퍼앱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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