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계와 미 증권거래위원회간의 법적 분쟁이 치열하다 [사진: 셔터스톡]
가상자산 업계와 미 증권거래위원회간의 법적 분쟁이 치열하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AI리포터] 이번 주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으로 신청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재판에서 네오미 라오(Neomi Rao) 판사는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었다.

이번 재판 결과가 블랙록, 인베스코, 반에크 등 10여 개의 자산운용사가 SEC로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1차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한 SEC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미국 항소법원의 판결은 수개월간 침체했던 암호화폐 시장에 활기를 불러왔다. 같은 날 오후 비트코인은 코인마켓캡 기준 2만7900달러선에서 거래돼 24시간 전 대비 7.6% 올랐다.

그레이스케일은 2021년 자사가 운용하는 비트코인 펀드(GBTC)를 ETF로 전환하겠다며 SEC로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레이스케일의 GBTC 규모는 신청 당시 약 400억달러(한화 약 52조8800억원)에 달해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 중 가장 컸다.

하지만 SEC는 지난해 6월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그레이스케일은 SEC의 반려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판결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SEC가 자산운용사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거부한 것은 그레이스케일의 사례가 끝이 아니다. 앞서 지난 6월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을 했다 거부되자 서류를 보완해 신청서를 다시 제출한 바 있다.
 

섹터에 안도감 제공한 판결?...섣부른 환호는 '금물'

그레이스케일의 승소는 가상자산 섹터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미국 당국이 암호화폐 시장을 강력히 제재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업계에 이번 그레이스케일의 승소는 작지만 의미 있는 승리다.

현재 가상자산 업계는 미국 관련 당국의 끊임없는 규제 강화 조치와 파산, 소송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레이스케일의 승소는 SEC가 모호한 법적 기준으로 가상자산 업계를 규제하려 하는 시도가 완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네오미 라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위원회는 유사 상품과 다른 결정을 내린 이유를 명확히 하지 않았고 임의적이고 경솔한 ETF (승인) 거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가상자산 로비스트 조직인 혁신을 위한 암호화폐 협의회(CCI)의 법률고문이자 글로벌 정책 책임인 짐 킴(Jim Kim)은 "이번 판결은 단지 그레이스케일이나 비트코인에 한정된 것이 아닌 더 넓은 암호화폐 산업에 선례를 세웠다"며 "(판결은) 규제 당국이 이렇게 중요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명확성과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상기시켜 준다"고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전했다.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대법원 [사진: 셔터스톡]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대법원 [사진: 셔터스톡]

그러나 SEC는 이번 판결을 순순히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SEC는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에 45일 내로 재심을 요청할 수 있으며, 법원은 요청일로부터 45일 안에 심리를 거쳐 최종 판결을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SEC가 리플과의 소송 약식 판결에도 항소했던 만큼 이번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9일 더블록에 따르면, 미국의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는 SEC가 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에서 재검토하거나 대법원에 판결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단, 이들은 SEC가 법원 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도 있음을 언급했다.

때문에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지난 7월 리플과 SEC 간의 소송에서 리플에 일부 유리한 판결이 나와 시장이 폭등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기대와 달리 SEC는 리플과의 분쟁에서 항소를 제기했으며 또 다른 사건에서 판사는 리플과 SEC 간의 약식 판결과는 상반된 결과로 암호화폐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그레이스케일의 사례가 SEC와 소송 중인 다른 가상자산 업체들에도 적용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는 SEC와 소송 중이다. SEC는 이들을 미등록 유가증권 거래를 허용한 혐의가 있다고 고소했다. SEC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증권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4년 1분기 비트코인 현물 ETF 나올까?...1차 승인 또 '연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스케일의 승소는 비트코인을 전통적인 투자 산업에서 인정받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제공사 ETC그룹의 팀 베번(Tim Bevan)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판결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가 2024년 1분기에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말했다. 이어 그는 "SEC가 왕의 역할을 맡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며 필요한 요건을 충족한 신청서의 승인이 가장 높은 가능성을 지니는 결과라고 예측했다.

 

마이클 소넨샤인 그레이스케일 CEO [사진: 플리커 | 코인데스크]
마이클 소넨샤인 그레이스케일 CEO [사진: 플리커 | 코인데스크]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가인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의 잠재적 시장은 약 1500억달러(약 198조28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금 ETF에 보유된 자산과 비슷한 규모다. 만약 미국에서 30조달러(약 4경원) 이상의 자산을 다루는 자산운용사들이 관리 자산의 0.5% 정도만 할당해도 비트코인 ETF는 1500억달러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온다.

또 에릭 발추나스는 "자산운용사들이 베이비 붐 세대에서 젊은 세대로 자본이 옮겨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들이 자본을 가진 새로운 세대의 선호에 맞추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로썬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전망이 불안정함을 인지해야 한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절차에 미진해서다.

31일 코인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신청서를 검토하는 것을 또다시 연기했다. 그레이스케일과의 재판이 SEC의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을 고려해 시간을 버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SEC의 승인 절차 연기 결정으로 45일 후에 해당 승인 건은 재검토가 가능하다. 다음 승인 검토 예정일은 10월 중이다. 

자사의 폐쇄형 뮤추얼펀드를 ETF로 전환하려는 그레이스케일 외에도 SEC는 블랙록, 반에크, 위즈덤트리, 인베스코를 포함해 10개의 회사로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받은 상태다. 이중 상당수는 원래 미국 노동절이 속한 9월 첫째 주 주말(1일 또는 2일) 내로 승인 결과를 얻을 예정이었다.
 

암호화폐에 대한 섣부른 정립 "무리 있어"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그레이스케일 건의 항소심 결과는 SEC가 암호화폐 산업에 행사하고 있는 사법적 제재에 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SEC는 암호화폐에 대한 절대적인 최종 결정권을 가지지 않으며 연방의 법체계와 의회의 법률 해석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 이번 재판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는 게리 갠슬러 SEC 위원장의 취임 후 단호한 어조로 암호화폐를 증권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 것을 고려했을 때 주목할 만한 발전이다.
 

신시아 루미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사진: 위키미디어]
신시아 루미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사진: 위키미디어]

실제 암호화폐에 대해 SEC가 관할권을 가지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은 업계와 정부 및 투자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하고 있는 난제다. 이 문제는 현재 미국 의회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큰 미국 최초의 암호화폐 관련 법안의 쟁점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미국 상원의원은 커스틴 길리브랜드(Kirsten Gillibrand) 상원의원과 함께 '책임 있는 금융혁신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암호화폐의 상품과 유사한 속성을 강조하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주요 규제 기관으로 세울 것을 제안한다.

블룸버그의 편집장인 트레이시 알로웨이(Tracy Alloway)는 지난 2020년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비트코인이 포스트모던 금융경제를 위한 완벽한 포스트모던 금융 자산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암호화폐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암호화폐의 가치와 목적을 일방적으로 정립하고 규제하려는 SEC의 시도가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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