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를 통한 의료 산업의 파이 키우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서비스전략연구그룹장 지경용

 

 

■ 블루오션은 어디에 ?
IT산업의 성장은 정보통신기술과 보건의료가 결합한 형태로 나타나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즉 ‘u-Health’ 시장의 형성과 성장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480만 명, 이들의 진료비 지출 비중은 25.9%(2006), 이들의 의료기관 이용회수는 연간 39일로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의료기관 이용회수 16일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우리나라의 미래 의료서비스 제공 모델의 변화를 촉구하는 부분이다. 또한 연령별 1인당 월 진료비를 보면(국민건강보험공단, 2007) 70대 이상은 16만원, 50대는 7만 5천원, 20대는 2만 3천원으로 나타나 고령자들의 의료지출의 비중을 보다 실감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노인들을 중심으로 나타나던 당뇨나 관절염, 신경통 등의 만성질환이 발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 효율적인 건강관리 및 질병예방 활동을 통한 일생 총 의료비 절감을 위한 u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이는 곧 의료와 IT의 컨버전스를 통한 새로운 블루오션 창출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의료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의료서비스와 다른 산업 간의 컨버전스가 필요한 시기다.
현재의 u시티 사업공간중 개인서비스 부문에서 성공가능성과 주관적 효용이 높다고 생각되는 것은 u헬스케어라고 본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생각하는 타깃층은 만성질환자와, 노인병 질환자이다. 

■ 의료 소비자로서의 노년층
IT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 사회는 인간, 사물, 공간 영역까지 디지털 컨버전스의 혜택이 침투하고 있다. 도서, 농축산물, 가전제품 등 각종 사물에 RFID칩이 내장되면서 사물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고, 향후 컨버전스의 확장은 우리 사회를 더욱 급변시킬 것이다. 소득과 의식수준 향상에 따라 사람들은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요구할 것이며, 편승하여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욕구도 나날이 높아질 것이다.
이때 IT가 공헌해야 할 역할과 명제는 ‘급속히 노령사회로 치닫는 한국 사회를 위해 보다 낮은 비용으로 다수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기존 의료 서비스체계를 효율적으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내면을 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자살률이 근자에 들어 3-4배 증가한 것이 드러나는데, 전통적 가족관의 파괴도 원인이지만, 노령으로 인한 각종 만성병의 질고가 이들 삶의 의미에 변화를 주지 않았는가는 짚고 넘어갈 일이다.
우리나라의 여론조사나, 생활조사, 심지어는 생필품의 TV광고만 보더라도 노인들의 생각과 기호의 변화에는 아랑곳없다. 그런데, 신문을 장식하는 ‘의료의 질’ 개선은 노년층이 아닌 사람들의 요구사항이며, 노년층은 아직도 ‘의료의 양’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나라 의료복지 개선에는 이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 우리나라의 u헬스케어 시장 현황 및 전망
u헬스케어 서비스는 국민의 건강유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저비용, 고효율의 의료복지 정책을 가능케 하는 최상의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 즉, 최근 정부의 보건의료정보화사업의 추진 등 국가적인 노력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보건의료관련 IT 기술의 향상은 전통적인 형태의 의료를 신개념의 의료산업의 형태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향후 유비쿼터스 사회의 중요한 서비스 산업의 하나로 성장할 것이 전망된다.
2005년에 실시한 u헬스케어 서비스 이용자 태도 조사연구에서는 2010년경에 이르러 u헬스케어 서비스 이용자가 700만 명에 이르고, 그 시장규모도 1조 5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었는데, 이와 같은 u헬스케어의 잠재적 수요규모를 미루어볼 때 향후 발전가능성이 큰 시장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평소 건강관리에 관심이 적었거나 접근가능성이 떨어졌던 계층에서 u헬스케어 서비스 선호비율이 다른 계층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일과시간에 보건의료기관을 자주 방문할 수 없는 3, 40대 직장인들이나, 신개념의 서비스에 대한 적응능력이 높은 젊은 여성과 주부와 같은 계층에서는 건강관리나 미용을 위해 u헬스케어 서비스 수용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음에 비추어볼 때 현재 방식의 의료서비스 외에도, IT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u헬스케어 시장이 창출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억제된 의료서비스 수요가 시장화 되면 현재의 의료서비스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IT기술이 내재된 엄청난 수의 신종 첨단 의료기기가 등장하고, 이를 진료 및 질병예방에 적용함으로써 보다 빠르고 편리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영역이 증가하는 것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위내시경 기술의 등장으로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진단서비스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과 같다. 첨단의료기기 외에도 예방접종기록의 열람, 진료의 예약, 보건의료기관의 방문기록 및 각종 민원업무 등 웬만한 정보는 일일이 보건의료기관을 찾지 않더라도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격의료와 같은 u헬스케어 서비스를 개인건강정보 유출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의료영상 정보 제공의 정확성 내지는 정밀성 보장에 대한 기술적 표준 미비, 의료제공자인 의료계의 거부감 및 관련 법제도 미비로 인한 제도적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u헬스케어 시장을 활성화 시키고, 효율적인 질병의 치료, 예방 및 사후관리를 함으로써 보건의료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제도적 정비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후부터는 의료제공자인 의료인, 의료기기 개발 및 제공 사업자, 각종의 BM모델 개발 및 적용을 담당할 의료 솔루션 업체 및 보건의료정보 전달을 매개하는 통신사업자 등이 각자 창의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u헬스케어 서비스와 기기가 개발되어 등장할 것으로 본다.

■ 현재의 의료복지 개선을 위해 IT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2000년 이후 우리사회에 ‘웰빙’ 개념이 등장하면서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 추구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웰빙 열풍과 IT제품이 결합하여 생활패턴 자체를 디지털화 하는 ‘디지털 웰빙’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 상품으로 당뇨폰, 다이어트폰, 스트레스폰, 무채혈 혈당측정기 등이 등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술적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휴대형 단말기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보건의료의 유비쿼터스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적 추세와는 달리 제도화는 지체현상을 겪고 있다. 70년대 고도 성장기에 자신의 건강도 돌보지 않고 휴일도 없이 일했던 경제발전 역군들이 이제는 노령기에  만성병과 각종 노환에 시달린다면, 현세대는 보다 생산성이 높은 의료서비스 방식을 통해 보다 많은 다수에게 양질의 의료복지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사회적 공헌에 보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맥락에서 u헬스케어는 전환기 한국사회의 의료서비스 수급을 보다 생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 대안으로 생각한다. u헬스케어는 IT 기술을 활용하여 원격건강(telehealth), 원격진료(telemedicine) 등 원격지에서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모니터링과 홈기반의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지향한다. 특히, 노인의 경우 자신이 거주하는 집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고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보건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생산성이 높은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 의료와 타산업과의 컨버전스 모델 예시
경영환경은 급변하는데 병원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 구태의연하다. 이제부터라도 산업간 컨버전스에 맞춘 새로운 의료서비스 벨류체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 첫째로, 의료와 유통의 공조 모델이다. 우리나라 개원의를 포함한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은 심각하다고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고객의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면밀히 살핀 병원 마케터의 성공적 스토리가 있다. 대형마트와 병원은 마치 개미와 진딧물처럼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입점 병원은 생필품을 구매하러 온 쇼핑고객들로 하여금 쇼핑과 진료를 동일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마트 역시 쇼핑객들이 대기시간이나 진료가 끝난 시간을 활용하여 생필품을 구입하므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과의 경우는 어린 환자가 진료를 받는 동안 보호자가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또한 크게 어필하고 있다. 이것은 유통과 의료의 컨버전스 사례이다.
둘째, 의료와 관광의 공조 모델이다. WTO 시대에 이제는 의료도 비교우위점를 찾아내어 해외진출을 시도해야 한다. IT선진국답게 앞선 유비쿼터스 기술과 고급 시설을 갖추고, 국제적 인증, 미국병원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대외 인지도와 국제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예로서, 수년전부터 미국인의 해외 의료관광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치과나 성형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전부터 멕시코나 캐나다, 태국, 싱가포르(2005년 가준 37만 명 외국 환자가 싱가포르 방문)의 병원을 드나드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이 미국인들이 방문하는 나라는 영어가 가능한 나라들이다. 의료수준과 가격 면에서 우리가 결코 뒤지지 않지만 언어문제로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와 의사간의 의사소통을 도와줄 의료전문 통역서비스, 에스코트 등을 포함한 총괄 에이전트 서비스 형태가 탄생해야 한다. 그것은 곧 미국인에게 의료서비스 외에도 환자 유치 마케팅, 병원정보 소개, 환자 운송, 여행일정 관리 등 의료와 관광을 결합한 서비스 형태가 될 것이다.

■ 파이를 키우는데 전념하자 
그 외에도 의료와 유통, 의료와 교통, 의료와 실버, 의료와 주택 등 다양하고 창조적이면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산업간 협력 모델의 발굴이 필요하다. 개인의 비즈니스나 국가의 경제정책이 현재의 효자산업(cash cow)에만 의존하면 미래의 성장은 약속받을 수 없다. 경쟁이 극심하고 새로운 이윤창출 기회가 사라진 기존 산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창의력 넘친 새로운 사고만이 블루오션 창출을 기약한다. 특히 지역 의료와 실버의 공조는 현재 추진 중인 u시티의 추진배경에도 잘 어울리는 사업모델로 생각한다.
이러한 면에서 의료와 새로운 산업과의 만남은 의료산업 자체의 새로운 시장창출과 함께 산업간 협력으로 의료산업이 보다 경쟁력 갖춘 산업으로 변신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한 면에서 몇 달 전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기 위하여 많은 개원의들이 병원 문을 닫고 상경한다”는 뉴스는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였다. 파이를 나누는 싸움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싸움에 전념해야 하기에....

■ 박스 줌인
의료인이 생각하는 수용도 높은 u헬스케 서비스는 ?

u헬스케어 서비스의 적용과 시장의 활성화에 있어 다양한 계층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중 정부의 선행적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필자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모 대학의 의료인을 대상으로 전문가 조사방법으로 이를 확인하였다. 
일반적으로 u헬스케어 이용을 활성화 하려면 결국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료인의 u헬스케어 수용도 제고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u헬스케어 시장의 주체로서 의료소비자인 국민과 의료제공자인 의료인 사이에는 u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욕구 및 수용도에 많은 차이가 있다. 2005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57%가 u헬스케어 이용의향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떤 연구는 환자의 64%가 원격의료에 호의적인데, 의사는 44%만 호의적으로 나타나, 의사와 환자 간에 비대칭적인 호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2007년 1월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의사들은 효익측면에서 우선적으로 구현되어야 할 서비스로서 스마트카드서비스와, 노인 및 응급환자 위치정보서비스를 지목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요의사를 보여주었다(그림 1). 그런데, 일정부분에 대해 호의적이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개인정보보안 문제, IT기술의 의료에의 적용에 있어서 기술적인 표준 및 호환성 문제, 의료서비스에의 적용 범위의 한계 및 의료사고 등 분쟁 발생 시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사유로 인해 원격의료와 같은 핵심적인 u헬스케어 서비스의 수용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지경용,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u헬스케어 우선순위도 조사, 2007.
(그림 1) 의사를 보는 효용성이 높은 u헬스케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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