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록 KT 성장사업부문장(부사장)

지난 100년간의 음성전달자로서의 통신사업은 96년 인터넷의 본격 상용화를 계기로 지난10년 간 데이터 트래픽이 전화의 5.5배에 달해 데이터 전달자로 역할이 바뀌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후 네트워크는 무엇을 운반하게 될까?

음성에서 인터넷을 지나 가치전달 수단으로

KT는 초고속화 돼 가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이제 슈퍼컴퓨터가 제공하는 엄청난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제공 하는 수단으로 발전 할 것으로 보고 컴퓨팅 파워에 실리게 되는 솔루션 사업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마치 전력회사가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서 전력을 생산하여 전력공급 망을 통해 공급하면 소비자는 단지 스위치 하나만으로 필요한 만큼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위해 KT를 포함한 전 세계 통신 사업자들은 기존의 전화망(Circuit망)을 100% 인터넷망으로 대체하는(All IP망)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모든 전화국을 컴퓨터가 생활하는 호텔격인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로 바꾸게 되고 거기에 슈퍼컴퓨터나 서버 및 스토리지가 자리 잡게 되면 지금의 전화국은 더 이상 전화국이 아니라 슈퍼컴퓨팅 파워센터로 변모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초고속 데이터 접속망과 컴퓨팅 파워를 동시에 제공받게 되어 단순한 정보 전달자의 역할에서 컴퓨팅 파워에 실리게 되는 가치를 제공하는 솔루션 제공자로 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전화국이 미래에는 그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컴퓨터 센터로의 역할을 하게 돼 가정, 학교, 직장마다 별도로 컴퓨터를 두지 않고 클라이언트 서버 관계로 자리매김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에서 서비스를 지나 솔루션으로 가치이동

기존의 통신사업자는 지난 100년간의 네트워크 제공자의 역할에서 한층 더 나아가 네트워크위에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는 종합 솔루션 공급자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마치 네덜란드의 ‘헨드릭스’가 가축 사료라는 제품회사에서 가축의 질병을 진단하는 서비스회사로 변신한 후 지금은 질병을 치료 예방하는 백신회사로 변신 한 것과 같은 가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네트워크를 제품으로 간주하고 인터넷을 서비스로 삼아 소비자의 가치를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제공자(Total Solution Provider)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 세계 주요 통신회사들이 유무선 통틀어 정보 전달자의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미국의 경우 MCI, AT&T 같은 선진통신사업자도 정보화 사회가 깊어가는 21세기 벽두에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NTT도 2년 전부터 유무선, 데이터를 망라한 그룹전체 매출이 5%씩 감소해 11조 엔에 육박하던 매출 규모가 9.5조 엔대로 곤두박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이제 더 이상 단순 전달자로써의 역할이 아니라 가치의 창출과 동시에 전달자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사실 80년대 후반의 KT의 시장가치를 1로 봤을 때 90년대 모바일 사업자의 시장가치가 이미 1을 넘어섰고 2005년에 들어 포털, 게임, 검색 등 네트워크위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에 매진하는 기업들의 시장가치는 이미 1을 넘어 가파른 경사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공간자원, 디지털 유목민의 안식처로 탈바꿈

스타벅스처럼 모든 전화국은 이제 더 이상 스위칭센터가 아닌 IT-Ger(디지털 유목민의 안식처)로 탈바꿈돼 세계 어디에서라도 미래 디지털 유목민의 거점으로 변하게 된다. 가까운 거점에 가면 세계 누구와도 화상회의가 가능하고 고령화 사회에서 다양한 온라인 의료혜택과 교육의 기회는 물론 사이버 네트워킹의 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고령화 사회가 깊어 갈수록 IT의 역할은 효율성과 비용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중요한 수단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어린아이가 여덟살이 되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듯이 이제 사람이 늙어 65세가 되면 IT-Ger로 탈바꿈한 전화국에 모여 초고속망을 타고 들어오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풍요로운 여가생활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원격 의료서비스의 혜택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초고속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된 자동차에는 다양한 센서들이 부착돼 온도, 습도, 오존농도는 물론 전국의 실시간 교통정보와 자동차의 상태를 끊임없이 알려주고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될 것이다.

산업간 융합을 위한 규제의 장벽이 문제

지난 10년간 우리경제의 동력은 IT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분야의 의존도가 높다. 2006년 우리나라 총 수출의 42%나 기여했으며 GDP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IT만의 성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성장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버텨야 할까?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산업간 IT와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를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사실과 아직 어느 나라도 산업간 컨버젼스에 적극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기존의 초고속 인프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차세대 정보통신망 구축에 있어서도 남들보다 한발 앞서있기 때문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필두로 의료, 자동차, 건설, 교육,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융합의 기회를 선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방송 통신 융합의 사례에서 보듯이 엄청난 규제의 장벽이 3년째 버티고 있어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갖추고도 한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의료의 세계는 어떠한가?

내가 진료한 결과는, 내 병원 에서 나온 진단 정보는 감히 어떤 누구도 함께 나눠 가질 수 없다는 배타성을 놔두고 어떻게 IT와의 접목을 통한 u헬스(u-Health)를 구현할 수 있겠는가?

자원이 없는 나라의 생존법은 엄격히 달라야 할 것이다. 파이프라인이 닿지 않으면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는 이스라엘의 열악한 환경은 그들에게 강인한 도전의 DNA를 물려줬다. 자원이 없는 대신에 그들은 70년대에는 해수의 담수화 기술을, 80년대에는 원자력 기술을, 90년대에는 IT기술을 그리고 마침내 2000년에 들어와서는 IT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보안(Security)기술을 석권해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조직도 재정경제부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노동부를 하나의 부총리 휘하에 두고 팀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 팀을 맡는 부총리는 국내 최고의 석학 120명을 중심으로 구성된 치프 사이언티스트 오피서(Chief Scientist Office)를 곁에 두고 이스라엘식 자원이 없는 국가의 생존을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국가경영을 도맡아하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무한한 부가가치를 담보하는 산업기술정책을 재정경제부가 팀을 이뤄 지원하고 제도적인 장벽을 국가 생존적 차원에서 다루는 자원이 없는 나라의 생존법을 우리 정부도 21세기의 국가경영 차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유비쿼터스 환경 하에서 정보통신의 역할은 단순한 접속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며 우리의 국가 경제운영에 있어서도 이제 산업간 결합을 통한 메가트렌드를 염두에 둔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 박스> 세계의 모든 방송도 INN에서 원 클릭으로

80년대 등장한 케이블 TV의 풍부한 채널에 힘입어 뉴스전용 CNN을 필두로 드라마전용 스포츠전용 등 다양한 방송이 등장했다. 특히 CNN은 ‘Be the First to Know’를 앞세워 불과 10년만에 세계최고의 뉴스미디어로 자리매김하게 됐으나 이제 인터넷의 보편화로 INN(Internet News Network)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방송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통한 방송전달은 초고속통신망위에 전 세계의 주요 방송사들이 만든 뉴스 콘텐츠를 한데 모아 정리해 시청자의 요구대로 재가공 전송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양방향 채널을 활용, 시청자가 참여하는 UCC채널을 가능하게 하므로써 기존의 방송과는 차원을 달리 할 수 있다.

아울러 수천 개의 채널을 활용하게 되면 뉴스라 하더라도 나라별, 장르별, 시간별 차별화 해 제공할 수 있게 되며 결국 26년 전 CNN이 내걸었던 ‘Be the First to Know’가 아닌 ‘Worldwide Channels within One Click’의 INN이 소비자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는 해답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 인터넷은 과거의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의 개념을 VOD케스팅과 동시에 내로우캐스팅(Narrowcasting)의 개념으로 바꾸게 할 수 있다. 이는 BBC가 예언한바 대로 2010이면 시청자의 75%는 실시간 방송이 아닌 원하는 시간에 온디맨드(On Demand)로 시청하게 되며 아울러 소규모의 집단이나 지자체에게도 손쉽게 방송 채널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중소기업의 사내방송은 물론, 프로야구 중계도 시청자의 응원팀에 별도로 채널이 할당돼 두 개의 채널을 통해 하나의 경기를 중계하게 될 것이다.
 
<기고자 약력>

연세대 산업대학원 전자공학과 졸업, 미시간주립대 전기통신과정 수료,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1979년 12월 제15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한국통신사장 비서실장, 2005년 11월 R&D부문장(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성장사업부문장(부사장)을 맡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차세대성장동력추진특별위원회 위원.

<표 및 사진은 IT Today 8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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