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사진:셔터스톡]
스테이블코인 [사진: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AI리포터] 최근 발생한 미국 은행의 줄파산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스테이킹하는 것이 은행 예금보다 안전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디지털자산 관리사 코퍼(Copper.co)의 연구 책임인 파디 아부알파(Fadi Aboualfa)는 블록체인 매체 코인데스크를 통해 이와 같이 주장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여러 곳에서는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은행들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2013년 은행 연쇄 파산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제시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수행했던 키프로스, 2015~2019년 국가부도 후 대규모 자본 해외 유출 사태를 막기 위해 개인 기준 하루 20유로 제한의 자본통제정책을 실시한 그리스, 레바논 은행 시스템에 갇힌 달러화(USD)로 실제로 사용할 수 없어 신화 속 물건이라는 이름이 붙은 ‘롤라’(Lollars) 현상 등이 그 예시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위기가 예측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리아드 살라메(Riad Salameh) 레바논중앙은행 총재는 인터폴의 적색 지명 수배자 신세로 30여년의 임기를 마무리 짓고 있으나 한때 창의적인 국가부채 관리 전략으로 ‘금융의 마법사’로 불리기도 했던 인물이다. 키프로스는 수십 년 동안 금융비밀주의, 낮은 세율 및 규제 완화로 러시아 부호들의 자본이 몰렸던 곳이며, 그리스는 탄탄한 관광산업과 세계 1위의 해운산업을 토대로 EU 내에서 높은 입지를 자랑하는 국가였다.
 

통화 몰락을 상징하는 액면가 10만 레바논 파운드 [사진: 셔터스톡]
통화 몰락을 상징하는 액면가 10만 레바논 파운드 [사진: 셔터스톡]

세계 경제를 휘두르는 금융 강국 미국의 사례

세계 경제를 휘두르는 금융 강국 미국의 사례올해 들어 미국 실버게이트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시그니처은행 등이 파산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긴급대출프로그램(BTFP)을 도입해 해당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보유 자산을 매각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이미 대중들은 은행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미국 은행의 파산으로 미국의 가상자산회사들 역시 피해를 봤다.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 서클은 SVB에 수십억 달러의 준비금을 예치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니 USDC가 달러에 고정되지 않는 디페그 현상을 처음으로 겪게 됐다.

만약 연준의 개입이 없었다면, 서클은 미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 제도하에 SVB에 예치했던 33억달러(4조3180억원) 중 단돈 25만달러(약 3억2712만원)만을 회수할 수도 있었다. 33억달러는 달러와 연동된 서클의 총자산 중 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파산 은행의 모든 예금자는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이자율 위험을 떠안았을 것이며 이는 국지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왔을 것이라고 코인데스크는 전했다.

따라서 미국을 기준으로 순자산이 많은 개인이나 기업은 25만달러의 상한선을 가진 은행 예금보다 USDC를 보유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게 아부알파의 주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분명 최근의 은행 위기 속에서 은행예금보다 안전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은행예금이 지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현금의 정의가 필요하다 [사진: 셔터스톡]
은행예금이 지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현금의 정의가 필요하다 [사진: 셔터스톡]

돈은 통화가치와 거래 대상이 가진 리스크라는 한 쌍으로 구성된다. 예금의 정의를 돌아봐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상업은행은 고객들이 예금한 돈을 여러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물리적 현금, 국채 및 기타 채권을 정부부채에서 최소한으로 분리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며 이는 전적으로 은행 내부의 리스크관리 및 자금운용팀의 결정에 의해 감수된다. 이것이 예금이 은행의 입장에서 자산이 아닌 부채에 해당하는 이유다.

은행 예금상품의 가입 약관에는 위험부담을 감수한다는 약정과 예금자보호한도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파산과 같이 은행이 대금 지급 능력을 상실하는 최악의 경우 예금자 보험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보상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안전할까?

암호화폐의 가장 큰 장점은 분산원장 기술로 투자자가 개인 키를 가지고 자산을 보관 및 관리할 수 있으며 위험 요소를 식별해 제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화폐 1개의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는 성향을 보이는 스테이블코인 USDC의 실제 자산 구조는 약 10%의 현금과 약 90%의 미국 국채로 이뤄져 있다. SVB 사태에서 드러났듯 USDC 발행사 서클은 USDC의 준비금 중 약 10%의 현금을 상업은행에 예금으로 보관하고 약 90%의 미국 국채는 블랙록이 운용하는 상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소유한 자산의 구성요소를 파악하는 것은 위험 요소를 사전에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코인데스크는 설명했다.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이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논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분산원장 시스템이 자산 소유자가 직접 실제 자산을 관리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즉, 돈을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닌 실제 자산으로 개인이 소유할 수 있고 내 자산을 임의로 운용하거나 중개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USDC는 상업은행의 실패와 제한된 예금자보험제도에 대한 좋은 대안을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 위키미디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 위키미디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단기국채(유동국채)도 은행예금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단기국채는 상업은행에 노출되지 않고 각국의 중앙은행이 직접 책임을 진다. 발행 후 당해연도의 세입으로 상환하게 되며 국가의 국채 잔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단기국채는 장기국채에 비해 유동성이 높아 경기 불황에 유리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종종 경기지표로 사용되는데, 미국 시장에서 미국 국채는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를 증명하듯 지난해 7월부터 단기물인 2년물이 장기물인 10년물보다 높은 수익률로 거래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이 관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은 지난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레바논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리스인으로 현재 시프로스에 거주 중인 파디 아부알파는 지난 10년간 세 번의 은행 위기를 겪으며 미국 달러를 포함한 자신의 돈이 마치 “비행기 마일리지 같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그는 “겪어보지 않아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우리는 비트코인이 역대 최악의 금융불황기였던 2008년 무렵 등장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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