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KBS 사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을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이날 김 사장은 대통령실이 추진 중인 TV 수신료 분리 징수 도입을 철회하면 자신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김의철 KBS 사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을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이날 김 사장은 대통령실이 추진 중인 TV 수신료 분리 징수 도입을 철회하면 자신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법 시행령 개정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최근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소관 부처에 권고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올해 하반기 내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방통위는 오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법 시행령 개정 여부를 논의한다.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기 위해서는 방송법이나 방송법 시행령, 한전 약관 중 하나를 개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이 가장 쉽다.

방송법을 개정할 경우 67조 2항의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는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 다만 현재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한전 전기공급약관을 개정하려면 기본 공급약관 제82조 내 전기요금과 함께 청구할 수 있는 목록에서 TV 수신료를 삭제해야 한다. 하지만 KBS 동의 없이 한전 단독으로 약관을 고치면 위약금을 물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방송법 시행령의 경우 43조 2항에 ‘고유 업무와 고지 행위를 결합해 행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면 된다. 방통위는 43조 2항을 ‘고지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하여서는 아니된다’로 수정할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가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뒤 국무회의를 거치면 연내에 시행령 개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시행령 개정에는 평일 기준으로 통상 60일, 짧게는 40일이 필요하지만 방통위는 40일 이내로 더 단축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론적으로 2개월 내에도 가능한 상황이다. 

시행령 개정은 법령안 입안, 관계기관 협의, 입법예고, 규제 개혁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공포 등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문제는 방통위 내부 상황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 처분된 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권 추천 위원인 김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시행령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야당 추천 위원인 김현 위원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김현 위원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수신료 문제는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수행 등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 위원은 “법 또는 시행령을 개정할 때는 개정 필요성에 대해 보고하고 다양한 논의와 협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방통위의 독립성과 합의 정신을 망각하고 대통령실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상임위원에게 내용 보고 없이 간담회 논의와 위원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은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이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 때문에 위원회 안건 보고 시점이 늦어질 경우 시행령 개정 작업도 미뤄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KBS에서는 김의철 KBS 사장이 수신료 분리 징수 백지화와 자신의 거취를 연계하는 등 강력한 저항에 나서고 있다. KBS 내부에서는 수신료 수입 감소에 따른 KBS 제작 역량 약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 시 연간 약 7000억원이던 KBS의 수신료 수입은 절반 이하인 3000억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 8일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대통령실을 향해 “성급한 결정을 내리게 된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대통령실에 묻고 싶다”며 “만일 전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내가 문제라면 내가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그러니 대통령께서는 공영방송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즉각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는 경영진 교체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늘 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하는 편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그동안 방만했던 KBS의 인력 구조와 경영을 합리화하면 공영방송의 필수 기능을 유지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언론노조 측은 30년 전, 당시 국회와 정부가 1년 넘게 사회적 합의를 거쳐 통합 징수 제도를 마련한 걸 불과 몇 달 만에 서둘러 처리하는 것은 법 취지에 반하고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공영방송인 영국 BBC는 수신료로 유지되는 경영 구조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BBC는 글로벌 재정 위기였던 2010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수신료를 동결하고, 방만한 경영을 정상화하고자 2012년부터 5년에 걸친 고강도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후 감사원과 의회 평가를 받은 뒤에야 수신료를 인상한 적 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