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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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기업내 비즈니스 정보를 다루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은 나온지 워낙 오래됐고 SAP,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엔터프라이즈 테크기업들이 호령하는 판세다 보니 스타트업 판에서 관심을 끄는 키워드는 아니다. 

하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경기 위축 속에 벤처투자회사(VC)들이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ERP 스타트업들은 나름 선방하는 모습이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 서비스인 피치북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ERP 스타트업들은 지난해 230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에는 못미치지만 136억달러 정도였던 2020년 수준은 뛰어넘었다. 

또 지난해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유치한 투자금이 625억달러 규모인데, 이중 37%가 ERP 관련된 스타트업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ERP 스타트업들 얘기가 공개적으로 많이 안 나와 그렇지, 실제로는 상당한 중량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은 올해 468억6000만달러 규모를 ERP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데렉 에르난데스 피치북 수석 애널리스트는 "ERP는 일반적으로 데이터 분석 같은 다른 엔터프라이즈 SaaS들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잘 작동하는 ERP 시스템이 제공하는 비용 절감 능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기간에도 ERP를 매력적으로 유지시켜 준다"고 말했다.

미국 제조 및 포장 전문 업체 인터내셔널 페이퍼의 에이미 그레그 공급망 및 정보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은 "현재 레거시 ERP 시스템을 개편하려 하고 있고, 혁신의 소스로서 스타트업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RP 스타트업들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엔터프라이즈 테크 기업들과 일대일로 붙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앞세워 매력적인 틈새 시장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의 존 데이비드 러브록 부사장은 "ERP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거나 일부 기능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벤처 투자 회사인 CRV의 안나 칸 총괄 파트너는 "대부분의 ERP 스타트업들은 시장 진입을 위해 쐐기 전술(wedge approach)을 취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들 내에서 데이터 통합을 쉽게 하거나 분석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주는 앱을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대 기업들과 경쟁 속에 틈새를 찾아 특정 용도나 업종에 특화된 ERP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4월 1300만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벨기에 ERP 스타트업 싱크(Thynk)는 호텔 운영 업체들이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고 중앙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 ERP 스타트업인 젠트럴(Xentral)은 이커머스 회사들을 겨냥한 ERP를 승부수로 들고 나왔다. 세일즈포스 산하 세일즈포스벤처스가 투자한 루트스톡(Rootstock)은 제조 업체들을 위한 클라우드 ERP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데이비드 스테판스 루트스톡 CEO는 "ERP 시장에게 제조 업체들에게 문제가 됐던 것은 본질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분리됐고, 제조 역량과 동기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루트스톡 ERP을 도입한 한 회사는 여러 사업 부서들에 흩어져 있는 고객 주문 데이터를 찾는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집(Zip)의 경우 조달 프로세스에 집중하는 ERP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개인용 서비스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해 기업 고객들에 보다 쉽게 쓰도록 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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