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프로(Vision Pro) [사진: 애플]
비전 프로(Vision Pro) [사진: 애플]

[디지털투데이 AI리포터]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를 사야 할 타당한 이유는 없지만 사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많다는 분석이 있다.

유명 IT애널리스트 마이클 가텐버그(Michael Gartenberg)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올린 기고를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그는 애플이 과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제품으로 시장을 혁신적으로 바꿔왔다고 말하면서도, 스티브 잡스의 지도력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출시된 애플의 주요작 비전 프로가 새로운 혁신을 이루기 힘든 이유를 제시했다.

■ 'VR 경험'의 공유 없이는 대중시장 공략 못 해

먼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시장은 이미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매직리프와 같은 경쟁 업체들로 인해 혼잡한 상태다. 수십억 달러가 AR·VR기기에 투자됐으며, 이들 기기 중 어느 것도 대중적인 시장을 공략하지 못했다.

메타의 '퀘스트2'는 2000만대 이상이 팔리며 VR기기 중 가장 크게 성공했다. 소니의 게임 중심 VR기기 'PS VR' 역시 이미 고객들이 보유한 1억대 이상의 '플레이스테이션4' 콘솔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도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한 VR기기들마저도 아직 TV나 스마트폰 같이 대중적인 시장에 접근하지는 못했고, 비전 프로 역시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애플이 비전 프로를 통해 AR·VR기기가 대중적으로 소비되기 위해 필요한 'VR 경험 공유'의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마이클 가텐버그는 지적했다.

아직 애플은 비전 프로가 다중 사용자 계정으로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VR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지, 또는 가족 구성원들 간에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이 말하는 혁신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1980년대부터 있어 온 실제와 섞인 디지털 세계라는 개념에서, 애플 비전 프로가 기술의 발전 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이클은 애플이 비전 프로와 함께 새로운 킬러앱을 선보이지 않은 점, 기존의 기기로도 실행 가능한 것을 크고 3차원으로 제공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 제품 개선과 가격, 넘어야만 할 산

비싼 가격은 애플 비전 프로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전 프로가 개발자, 부유한 애플 마니아, 얼리어답터를 타깃으로 한다고 말한다.

테크레이더는 “애플이 새로운 공간 컴퓨터를 목표로 삼고 있는 곳은 일반 기술 팬이 아닌, 개발자나 소비자용으로 가는 길목의 가격 저항선을 이길 수 있는 부유한 얼리어답터”라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말한 “(가격에 비해)좋은 가치”라는 표현이 소비자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모바일 전문 매체 폰아레나는 애플 비전 프로의 가격인 3499달러로 살 수 있는 것들을 언급했다. 비전 프로 1대 값으로 시중의 고사양 VR헤드셋 5대(메타 퀘스트 2, 밸브 인덱스, HTC 바이브 코스모스 엘리트, HP 리버브 G2,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2)를 살 수 있다.
 

'VR 경험 공유'의 제약이 애플 비전 프로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사진: 애플]
'VR 경험 공유'의 제약이 애플 비전 프로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사진: 애플]

착용감의 문제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기 리뷰어 조안나 스턴은 30분간 비전 프로를 데모한 후 이마에 남은 붉은 자국을 유튜브로 게시했다. 눈과 코를 덮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의 디자인 특성상 AR·VR기기의 착용감 불편은 늘 있었다. 애플 역시 비전 프로를 개발하며 착용감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애플의 주장과는 달리 장기 사용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애플이 추구하는 공간 컴퓨팅이 정착되기 전 필요한 맥 제품군과 비전 프로의 확장성도 현재로선 제한적이다.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에어플레이2 기능을 이용해 맥 디스플레이를 옮겨와 가상 디스플레이로 구동할 수 있다. 심지어 애플은 이 기능이 "맥 디스플레이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4K 단일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현재의 비전 프로에서 다중 디스플레이 배열은 활용할 수 없다. 나인투파이브맥은 파이널 컷 프로와 같이 무거운 앱을 맥 가상 디스플레이로 불러오고, 사파리, 메모, 메일 등을 위해 별도의 비전OS 패널을 만드는 방식이 현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비전 프로의 성공과 실패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애플은 이번 게임에서 '퍼스널 컴퓨팅의 미래'를 판돈으로 내 걸었다.

마이클 가텐버그는 "만약 애플이 대규모 마케팅 예산을 투입해 소비자들이 이것을 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비전 프로는 1984년 매킨토시를 선보인 이후 애플의 가장 큰 혁신이 될 것"이라며 "이는 50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회사만이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제품이고, 실패의 대가는 30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회사가 되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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