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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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시간이 좀더 흐르면, 2023년은 컴퓨터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된 시기로 기록될 것 같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AI 기술이 지금의 여세를 이어간다면  2023년은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터치에 이어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대중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은 '역사적인 해'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역사적인 해'라는 타이틀을 채우는 콘텐츠가 생성AI에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생성AI와 함께 3D 콘텐츠와 3D 인터페이스의 잠재력이 현실화됐다는 부제가 붙을 수도 있다.

이런 부제가 붙고 안 붙고는 현재로선 애플이 하기 나름이지 싶다. 애플은 6월 5일(현지시간)부터 개최하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결합한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기기를 선보일 것이 유력하다. 애플판 MR 기기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드느냐에 따라  그동안 될 듯 하면서도 결국 안되는 결과들이 반복됐던 MR 기기들 역사도 같은 얘기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 결정될 듯 하다.

로열티 높은 많은 소비자들과 거대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확보한 천하의 애플이라고 하도 MR기기를 둘러싼 '우울한 역사'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AR, VR, MR 기기는 많은 테크 기업들에게 무덤이었다. 

빅테크 기업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 AR 글래스 홀로렌즈 첫 제품을 출시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기는 역부족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는 나름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쓰임새가 제한적이다 보니 탄력을 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홀로렌즈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이들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 때 큰 관심을 끌었던 구글 글래스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일각에선 새로운 컴퓨팅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구글글래스는 실전에선 존재감을 거의 보여 주지 못했고 구글은 올해 초 구글 글래스 판매를 중단했다. 메타도 VR 기기에 계속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상적인 성과는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VR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올인할 것처럼 보였던 메타는 요즘 AI에 더 신경을 쓰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애플판  MR 기기를 바라 보면 기대보다는 '과연?'이라는 질문부터 나오게 마련이다.  애플이라고 해서 다를게 있겠냐는 시선이 이미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 WSJ의 크리스토퍼 밈스 기자는 최근 기사에서 애플이 킬러앱을 위한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애플판 MR 기기의 운명을 가를 승부처라는 관점을 전했다.

WSJ에 따르면 MR 기기에서 킬러앱은 현재 평면 스크린을 탑재한 기기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콘텐츠와 3차원으로 쉽게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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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이스턴대학교 윌리스 라지스 컴퓨터과학 교수는 지난 10년간 MR 헤드셋 기기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매우 많은 기능을 갖췄고 디스플레이는 더 밝고 화려해지고 커졌다. 이는 인간의 눈이 가진 넓은 시야를 활용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이들을 모두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컴퓨터와의 상호 작용을 더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컴퓨팅 기기에선  취약한 공간 인지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3차원으로 보고 생각하고, 머릿속에 방대한 지도를 만들 수 있으며, 기회가 주어지면 손과 몸을 사용해 사물을 조작하고 공간을 이동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UX는 실제 물리적인 환경에서 3차원으로 문서를 정리하면서 협업 효과를 끌어올리는 것과 게임 등에서 효과적일 수 설명이다.

물론 지금 나와 있는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들에서도 이미 3D 인터페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MR 기기는 본질적으로 3차원 정보와 보다 효과적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판 MR 기기는 기존 VR헤드셋 비슷한 형태일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구조는  헤드셋에 보다 많은 컴퓨팅 파워와 기능들을 탑재할 수 있지만 디자인 측면에선 약점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WSJ은 "이런 디자인은 세련됨, 편안함, 착용감을 희생한 것이어서 가벼운 스마트 글래스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이런 폼팩트가 실수일 수 있다. 헤드셋을 썼는데  사용자들이 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애플판 MR 기기 기능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AR 스타트업 매직리프 전 임원으로 지금은 AR글래스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노트북을 개발하는 업체인 사이트풀 CEO로 있는 타미르 베리너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글래스형 디스플레이를 꺼리는 경우들도 많다.

사이트풀이 진행한 포커스 그룹 대상으로 제품 테스트에 따르면 VR 스타일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면 회사 기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중 절반 정도가 자동으로 제외된다.

머리가 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머리에 부피가 큰 뭔가를 착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화장을 한 사람은 얼굴을 누르는 스키 고글과 비슷한 것을 착용하는 것을 꺼린다는 설명이다.

집에서 혼자만 쓸 수 있는 기기라면 모르지만 밖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려면 보여지는 이미지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UX를 그 어느 회사보다 중요시하는 애플이 사용성과 기능성을 어떻게 조합해 MR 기기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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