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경기 하남시 미사지구 망월동에 문을 연 공동자동화점 모습  [사진: 하나은행]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경기 하남시 미사지구 망월동에 문을 연 공동자동화점 모습  [사진: 하나은행]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은행 점포 폐쇄를 까다롭게 하는 금융당국의 새로운 규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특별한 이변이 없을 경우 6월 말 기준 경영공시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당장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장기적인 대응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25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이 오는 28일 종료된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의 점포 폐쇄 내실화를 위해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하겠다고 이달 초 밝혔다. 큰 이견이 없을 경우 새로운 시행세칙은 금융위원회 회의 의결 등을 거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시행세칙은 2023년 6월말 기준 경영공시부터 적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새로운 시행세칙은 은행들의 영업점 특히 폐쇄 현황을 공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시행세칙에도 은행들의 국내외 영업점 현황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 새로운 시행세칙은 분기별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시행세칙은 폐쇄된 영업점이 있던 지역, 영업점명, 폐쇄일자, 폐쇄사유, 대체수단 등을 새롭게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폐쇄사유는 은행의 사전 영향평가 결과를 근거로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체수단은 영업점 폐쇄에 따라 마련한 이동점포 등 대체수단 일체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세칙은 폐쇄점포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지만 은행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보 공개라고 하지만 은행들 입장에서는 합당한 사유와 대체수단이 없을 경우 폐쇄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는 은행 점포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떄문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말 7673개였던 국내 은행 점포는 2018년말 6777개, 2019년말 6709개, 2020년말 6405개, 2021년말 6094개, 2022년말 5800개로 줄어들었다. 2012년말 대비 2022년망 은행 점포수는 1873개나 줄었다.

이는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이 확산되면서 지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줄었고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점포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인터넷뱅킹의 업무처리 비중이 77.7%나 된다. 반면 창구 비중은 5.5%에 불과하다.

하지만 창구 사용이 많은 중장년, 노년층 등 고객들이 점포 폐쇄에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은행 점포 축소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해까지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행세칙으로 인한 영향이 당장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올해 점포 통폐합을 최소화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2월 3일 KB 인사이트을 5월 8일 통합한다고 공고했다. 이것이 올해 국민은행의 영업점 통폐합 관련 유일한 공고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4월 26일 공고를 통해 국군재정관리단(출) 6월 12일부터 통합한다고 밝혔다. 또 1월 10일에는 6개 지점을 4월 10일자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올해 4월 3일 공고를 통해 익산중앙출장소를 7월 10일자로 통합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경우는 지난해 11월 25일 공지를 통해 1월 2일 6개 지점을 통합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요 은행들이 점포 통폐합을 최소화 하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시행세칙에 맞춰 폐쇄 점포 현황을 공고하게 돼도 공고할 내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경영상황, 지역상황, 고객현황 등을 고려해 점포를 조정한다”며 “새로운 규정에 따라 점포 조정이 더 신중해지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점포 폐쇄보다는 새로운 형식의 점포로 전환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공동자동화점포를 선보였다. 또 신한은행은 편의점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이 영업점을 완전히 없앨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공동점포, 편의점점포 등을 대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범은행권 공동점포나 새로운 업종과 융합된 점포 등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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