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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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대표되는 생성AI 기술이 국내외 테크판을 뒤흔들고 있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강도 측면에서 2000년대 중반 아이폰 이후 가장 강력한 패러다임이 테크 생태계에 등장했다는 평가들이 쏟아진다.

개인 사용자와 기업 시장 모두 생성AI발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생성AI를 주특기로 하는 스타트업들은 빅테크 기업 못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고 기존 테크 기업들도 간판 제품들에 생성AI를 접목하느라 분주하다. 

생성AI 기반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이제 독자적인 생태계로 진화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비주류에 머물렀던 대화형(Conversational) 인터페이스가 생성AI 바람을 타고 마침내 사람들이 디지털과 상호 작용하는 주류 패러다임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테크 산업의 역사에서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등장은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판이 짜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GUI에 기반한 PC가 그랬고 터치스크린을 앞세운 스마트폰 또한 그랬다. 인터페이스 변화 속에 많은 기업들이 부상했고 그 과정에서 또 많은 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생성AI가 몰고 올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혁신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투데이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생성AI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산업 생태계 변화와 주목할 만한 이슈들을 살펴 본다. <편집자주>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지난해 말 챗GPT 등장과 함께 불어 닥친 생성AI 열풍이 단숨에 테크판에서 대세로 떠올랐다. 생성AI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관심을 끌었던 메타버스와 웹3.0을 제치고 강력한 테크 흥행 키워드로 부상했다. 

거품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메타버스나 웹3.0과 보다 실체가 있고 잠재력도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분간 생성AI의 질주에 맞설 키워드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유력 회사들과 거액의 돈이 생성AI로 몰리고 있고 B2C와 B2B에 걸쳐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검색 시장,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와 구글의 반격

인터넷 검색 시장은 20년 넘게 구글이 들었다 놨다 해왔지만 생성AI로 인해 판세가 바뀔 수도 있는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변화의 포문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동맹을 맺은 마이크소프트가 열었다. 구글에 밀려 검색 시장의 변방에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월 자사 검색 엔진 빙(Bing)에 AI 챗봇을 통합하고 검색 시장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과감한 승부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AI 챗봇 기능을 통합한 이후 사용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던 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검색과 관련해 당장 수익을 내기 보다는 AI 중심으로 검색 시장 판을 다시 짜고 여기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CEO는 "새로운 빙은 구글이 나와 춤을 추게 만들 것이며, 나는 사람들이 우리가 구글을 춤추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 속에 구글의 대응도 빨라졌다. 구글은 챗GPT 대항마 격으로 AI 챗봇 서비스인 '바드'(Bard)를 내놨고 회사 간판이라 할 수 있는 검색에 이를 통합하기 위한 행보도 본격화했다.

구체적인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구글 검색에 생성AI가 통합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통한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도 사람들이 AI 챗봇을 통해 구글 검색에 질문을 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대해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먼저 치고 나오고 구글이 맞불 작전을 펼치면서 웹 검색 UX가 대화형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구글차이나 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벤처투자 회사인 시노베이션벤처스 CEO로 있는 리카이푸는 최근 펴낸 책 'AI2041'에서 "질문을 던지면 자연어처리(NLP) 검색엔진은 그 질문과 관련된 모든 읽을 거리를 읽고 소화해 해당 전문 분야 혹은 산덥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답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검색 서비스 [사진: 셔터스톡]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검색 서비스 [사진: 셔터스톡]

유력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와 생성AI 융합 확산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업계도 생성A로 인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생성AI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들도 활발하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세일즈포스 등 거물급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생성AI를 실전에 투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간판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생산성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365(구 오피스365)와 클라우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인 다이나믹스365에 생성AI 기능인 '코파일럿'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365 사용자들은 코파일럿을 통해 파워포인트, 워드, 엑셀, 아웃룩을 쓰면서 오픈AI 챗GPT가 투입된 생성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자연어 프롬프트(지시어)를 입력해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문서를 쓰고, 이메일을 요약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365의 경우 윈도, 애저 클라우드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판 제품들 중 하나로 꼽힌다. 빙은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이 한 자릿수 수준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 365는 급이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는 글로벌 생산성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으로 국내서도 다수 기업들이 쓰고 있다. 그런 만큼 현재 프리뷰 단계를 거쳐 공식 출시될 경우 기업 사용자들 경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CRM 쪽에선 이 분야 세계 최대 업체인 세일즈포스가 생성AI 활용에 공격적이다. 세일즈포스는 최근 오픈AI와 협력해 영업 및 고객 서비스 담당자, 마케터들 업무 지원에 초점을 맞춘 아인슈타인 GPT를 내놨다. 아인슈타인 GPT는 오픈AI가 제공하는 엔터프라이급 챗GPT 기술을 자체 프라이빗 AI 모델과 결합해 보다 관련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AI 생성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마케팅 분야 선도 업체인 어도비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어도비는 최근 자체 이미지 생성 AI 모델인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선보이고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유명 애플리케이션들에도 통합하는 계획도 공유했다.

어도비는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인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를 위한 거대 언어 모델(LLM) 기반 생성 AI 기술인 센세이 젠AI(GenAI)도 내놨다. 이를 통해 마케터들은 타깃 고객 집단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어도비는 젠AI 외에 파이어플라이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에 투입할 예정이다.

개발자들을 겨냥한 생성 AI 레이스도 뜨겁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회사 깃허브를 통해 개발자들에게 코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인 코파일럿을 지난해 6월 유료 서비스를 내놨고 최근에는 세계 최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깃허브 코파일럿과 유사한 서비스인 코드위드퍼러를 공식 출시했다. AWS의 경우 코드위드퍼러를 무료로 제공해 개발자들 사이에서 AI를 활용한 코딩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적용된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매니저 이미지.
AI가 적용된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매니저 이미지.

새로운 빅테크 생태계 질서 관심집중

챗GPT가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후 생성AI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구도가 됐다. 앤트로픽, 스터빌러티AI, 코히어, 캐릭터닷에이아이 등 오픈AI와 자웅을 겨룰 생성AI 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외에 메타, 아마존, 알리바바 클라우드 등 글로벌 중량급 테크 기업들도 레이스에 본격 뛰어들었다.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독자기술을 들고 생성AI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생성AI 생태계 판세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성AI로 중무장한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과 애플의 입지를 위협할 것이란 관측도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에 AI 기술을 지원하는 오픈AI가 생성AI 시대, 강력한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오픈AI는 이미 여러 회사에 API 형태로 자사 LLM을 제공 중이고, 최근에는 개별 웹사이트들과 챗GPT를 연동해 쓸 수 있는 플러그인도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에 비해 생성AI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느려 보인다고 해서 애플이나 구글이 한물 갔다고 보는 시각은 오버액션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먼저 치고 나간 것은 사실이지만 생성AI 레이스에서 구글이나 애플이 갖는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특히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플랫폼을 틀어쥐고 있어, 모바일에서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보다 유리할 위치에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구글은 오는 5월, 애플은 6월 각각 글로벌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하는데 이 때를 전후로 생성AI와 관련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전략과 전술은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생성AI 판세가 PC나 스마트폰 또는 SNS처럼 소수 플랫폼이 독과점하는 승자독식 구도가 될지, 아니면 다자간 경쟁 체제로 진화할지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현재로선 AI 쪽은 승자독식 구도가 상대적으로 덜해 여러 회사들과 기술들이 공존하는 구도로 진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보인다. AI는 쓰는 사람들이 많으면 플랫폼 파워가 더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상대적으로 덜 하고, 특정 AI 모델에 다양한 언어를 쓰는 모든 사용자들을 커버하기도 쉽지 않아 몇몇 업체들이 먼저 치고 나갔다고 해도 추격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산업 분야 별로 그리고 언어 별로 다양한 생성AI 기술들이 파고들 공간은 여전히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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