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 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특별전담팀(TF) 회의'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과기정통부]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상반기 내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가운데,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모바일(리브엠)이 정식 승인을 받았다. 시중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공식화된 만큼 신한은행, NH농협 등 다른 은행들도 직·간접적으로 알뜰폰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동통신 시장 경쟁이 둔화돼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일단 알뜰폰 활성화와 28㎓ 신규 사업자(제4이동통신) 진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28㎓ 신규 사업자 등장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알뜰폰 정식 승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례회의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KB리브엠은 지난 2019년 4월 최초로 지정된 금융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2021년 한 차례 연장을 거쳐 오는16일 지정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었던 상황이다. 금융위는 부수업무를 영위하기 위해 건전성 훼손 방지, 소비자보호, 과당경쟁 방지, 노사 간 상호 업무 협의 등 조치를 마련하고 운영 상황을 매년 금융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과기정통부 및 국민은행과 가격, 점유율 관련해 논의를 했다”며 “국민은행은 중소 사업자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해 가격 경쟁 측면에서 중소사업자보다 우위를 점하지 않고 금융-통신 융합 측면에서 차별적인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며 “요금제 규제는 이에 따라 설정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과기정통부에서 혁신소위에서 경쟁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금융위는 금융 관점에서 봐야 한다. 융합 서비스로 금융의 혁신금융서비스 기능을 하는가가 가장 핵심이었다고 보면 된다. 통신 관련 부문은 부수적인 측면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 요청했던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출시 제한, 점유율 규제 등은 일단 조건으로 도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기준 리브엠의 가입자 수는 40만명 수준이다. 이는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2% 정도이다. 아직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규제 완화는 국민은행(리브엠)과 같은 은행의 알뜰폰 진출을 활짝 열게 한 셈이 됐다. 현재 신한은행, 하나은행, 신협중앙회 등 일부 은행은 알뜰폰 제휴 요금제 출시로 간접적으로 진출한 상황이다. 은행권의 알뜰폰 진출은 경쟁이 둔화된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장이 경직되면서 전체 번호이동 규모는 줄고 있지만 이통사에서의 알뜰폰으로의 이동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알뜰폰에 관심있는 이용자가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알뜰폰은 약 137만명이 순증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약 39만명, KT 26만명, LG유플러스 18만명이 순감했다.

다만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입장문을 통해 “공정경쟁을 위해 리브엠이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건전성 훼손,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해 시장운영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이통3사 자회사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통3사 자회사 알뜰폰은 도매대가 이하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없고, 시장 점유율도 총합 50%(사물인터넷 회선 포함)를 넘길 수 없다. 현재 이통3사 자회사 알뜰폰 점유율은 사물인터넷 회선을 포함하면 50%가 되지 않지만, 제외하면 절반이 넘는다. 사물인터넷 회선이 포함되기 때문에 규정이 변하지 않을 경우 점유율 규제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알뜰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한 사업자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현재 알뜰폰 시장 사업자 대부분은 중소사업자로, MNO(이동통신)와 경쟁 가능한 업체가 사실상 없다. 독립 알뜰폰 사업자의 83.3%가 중소사업자이며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가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중소 사업자의 경우 매년마다 정부와 SK텔레콤이 협상하는 망도매대가 인하에 사실상 기대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이통3사와 경쟁할 수 없다.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이 16%를 넘었다고 하지만 매출로 볼 때 알뜰폰 비중은 5%에 불과한 것도 이 이유다. 이통사 자회사 또는 대부분 영세한 사업자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통해 통신 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그나마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독행기업이라 판단됐던 당시 CJ헬로비전도 결국 M&A를 통해 LG유플러스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들어왔고 결국 정식 승인을 받은 것이다. 다만 국민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알뜰폰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이통사를 견제하는 ‘메기’가 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의 생각은 분명하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알뜰폰 시장에서 건실한 사업자, 즉 독행기업을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예전 간담회에서 “이통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게 과연 통신 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건전한 생태계인지 의문”이라며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 전체적인 통신 시장 활성화와 건전한 생태계를 위한 대안에 대해 논의하고 숙고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알뜰폰의 도입 취지는 무엇보다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에 있다. 규모가 있는 사업자들이 나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면 소비자 편익을 높여줄 수 있다”며 “또 중소 알뜰폰 사업자간 인수합병(M&A)이 가속화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는 우선 M&A를 통한 규모가 있는 사업자를 만들어 내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통해 독행 기업으로 발전하고 이들이 설비를 갖춘 풀(Full) MVNO(알뜰폰) 사업자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어 풀 MVNO 사업자가 28㎓ 대역을 핫 스팟으로 설치한다면 이를 사실상 제4이통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 등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설비를 설치해 풀 MVNO 사업자로 발전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기지국 등 장비 설치나 네트워크 운영비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예전 CJ헬로비전도 풀 MVNO를 검토했지만 결국 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28㎓ 신규 사업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국내 대형 플랫폼 업체 한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신규 사업을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선례”라며 “이미 제4이통과 대형 기업의 알뜰폰은 시장에서 실패한 사례다. 이들 알뜰폰 기업이 M&A를 통해 규모를 키워도 풀 MVNO 또는 28㎓ 신규 사업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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