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서명하는 바이든 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서명하는 바이든 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미국이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위해 배터리 핵심 광물 40% 이상을 북미나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국가에서 조달토록했다. 배터리 부품의 경우 50% 이상을 북미에서 생산하거나 조립하는 경우에만 세액공제를 부여한다.

미국 재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세부 지침 규정을 발표했다. 이번 규정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게 될 친환경차는 북미에서 생산 또는 조립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으로 정해졌다. 세액공제 혜택은 대상 모델이 공개될 다음달 18일부터 적용된다. 이 법에 따라 차량 구매자는 이 요건에 해당하는 차량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게 된다.

IRA에 따라 세액공제를 완전히 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 째로 배터리 관련 북미에서 제조하거나 조립한 부품 50% 이상 생산해야 3750달러를, 둘 째로 배터리 핵심광물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 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받게 된다.

재무부는 배터리의 양극·음극을 배터리 부품으로 규정하되 양·음극활물질은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핵심 광물에는 리튬, 니켈, 망간, 흑연, 코발트 등이 포함됐으나, FTA 체결국에서 이를 소재로 만드는 과정에서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원산지를 FTA 체결국과 동일하게 판단키로 했다.

즉 양·음극판을 직접 제조하는 배터리 셀 제조사들은 부품 규정에 따라 북미 투자가 강제되지만,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FTA체결국인 한국에서 생산하더라도 세제 혜택 요건에 포함된다. 기존에 양·음극재 기업이 현지 투자에 나서야만 했던 관련 규정이 다소 완화된 것이다.

대신 광물 비중은 2023년 40%로 시작해 매해 10%포인트(p)씩 증가해 5년 뒤에는 80%까지 높인다. 중국 등에서 들여오는 양·음극재, 분리막, 동박 비중은 점차 줄여야만 한다.

이는 배터리 소재 업계 입장에서 커다란 수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극재의 경우 대부분 국내 협력사가 배터리 3사의 공급을 주도하고 있지만, 동박·분리막 등 일부 소재는 하이엔드 전기차용 배터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국 등지에서 받아오고 있어서다.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 분리막을 생산하는 SKIET·WCP 등이 미국발 수혜를 받게 되는 셈이다.

양극재 기업도 현지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국내 생산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북미 완성차기업 등의 현지 투자 요구가 빗발치는 만큼 미국 투자는 지속하지만, 일부 라인만 이식하는 등 설비투자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리튬, 니켈 등 해외 원료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CNGR, 화유코발트, 거린메이(GEM) 등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피해 한국 내 공장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IRA 세부 지침이 확정됨에 따라 그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IRA 발표가 전체적으로 국내 기업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현지 조립 라인이 없는 현대차·기아가 피해를 보게 됐지만, 배터리의 경우 대부분 이익이 됐다는 평가다.

배터리 셀 업체는 이미 미국 현지 투자를 결정한 상태여서 투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얻게 될 전망이다. 소재 업체들은 중국 소재 업체들이 배제되면서 K배터리 3사에 대한 소재 공급망을 독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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