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티맥스소프트를 바라보는 국내 소프트웨어(SW)업계의 심기가 편치않다.

국내 최대 SW업체인 티맥스소프트가 국내 전문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에 발빠르게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프로세스관리(BPM),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등 열거하기조차 숨가쁘다. 티맥스소프트는 ‘토털솔루션’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한다고 한다. 티맥스소프트는 현재 20여개의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 업체들은 “티맥스소프트와 같은 대형 SW업체가 국내 업계를 대표해 외국계업체와 싸워야지 왜 국내 업체들의 텃밭에 진출해 진흙탕을 만느냐”며 하소연한다. 국내 SW업체 A사장은 “티맥스소프트가 신규 솔루션의 준거사이트를 확보하기 위해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SW를 공급해 전문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며 “대표업체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티맥스소프트의 시장 진출로 가격구조가 엉망이 된 시장도 없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티맥스소프트의 토털솔루션 전략이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국내 SW 시장의 가격구조를 일정부분 왜곡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티맥스소프트는 그들의 전략을 충실하게 실행하고 있다. 외국계 SW업체와 맞서려면 안방을 장악해야 하고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티맥스소프트의 정책을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국경도 초월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티맥스소프트에 공생이라는 명분을 내민 것 또한 어폐가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등 세계 톱3 SW업체는 물론 SAP, CA 등 주요 SW업체들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솔루션의 스펙트럼을 늘려가고 있다. 전문 업체들은 하루 아침에 공룡을 상대해야 하는 위기에 놓이게 됐다.

최근 방한한 존 톰슨 시만텍 CEO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답은 보인다. 존 톰슨 CEO는 인수합병으로 인해 회사가 컸고, 앞으로도 인수합병을 더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8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회사가 커진 가장 큰 배경에는 인수합병이 있다.

그런데도 외국계 업체들은 공룡 기업들을 전혀 비난하지 않는다. 시장의 논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단지 이들은 그들과 경쟁해서 살 수 있는 길을 찾을 뿐이다. 더 전문성을 키우든지 아니면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로 맞선다.

SW 시장은 전문화에서 토털화로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토털솔루션업체와 전문업체 간 피말리는 경쟁은 불가피하다. 통합솔루션업체는 고객 확대를 위해, 전문업체는 이들에 대항하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내놓거나 획기적인 신제품을 연구한다. 그러고도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문을 닫는다.

다시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티맥스소프트의 몸집 불리기는 국내 만에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트렌드가 그렇다. 티맥스소프트는 전문화 대신 대형화를 선택을 한 것이다. 올해 매출 목표만 1000억원이 넘는다. 티맥스소프트를 국내 대표업체로 올려놓은 미들웨어 하나만으론 어림도 없는 수치다.

그렇다면 국내 전문업체들의 갈 길은 하나 뿐이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티맥스소프트를 뛰어넘어야 한다. 국내 대표업체들은 글로벌 경영을 선언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서 티맥스소프트를 뛰어넘지 못하면 해외 시장에서도 승산은 없다. 티맥스소프트는 글로벌 100대 SW업체에도 아직 이름을 못 올렸다. 글로벌 시장에 가면 티맥스소프트 또한 아직은 중소업체에 불과하다. 티맥스소프트가 없다고 해도 글로벌 수준을 맞추지 못하면 미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행인 것은 소프트웨어 업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덩치를 키울 수 있는 인수합병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올 정도는 됐다. 전문업체간 합병을 통해 회사 규모를 키우고 각각의 라인업을 만들다보면 토털 솔루션 업체가 하나 둘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현석진 사이버다임 사장은 이에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현 사장은 “조만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전문 솔루션 업체간의 적극적인 인수합병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단순히 인원을 늘리는 것보다 전문 솔루션 라인업을 계속 확보해나가는 것이 거래파워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일단 국내에서는 티맥스소프트를 뛰어넘는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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