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과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의 3개 품목 수출 규제 조치가 풀렸다 [사진: 연합뉴스]
16일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과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의 3개 품목 수출 규제 조치가 풀렸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키로 하면서 반도체 소재 공급망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오고 있다.

반면 소재 국산화를 추진하던 국내 소재 업체들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본 수출 규제가 소재 기술 발전에 동력이 됐기에, 향후 국산화에 대한 요구가 줄어들면서 대일 의존도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일본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자 2019년 위 3개 품목 한국 수출을 제재하며 보복 대응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며 강도를 높였다. 한국은 이에 대응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했다.

양측은 같은 해 WTO 절차를 잠정 중지하며 화해하는 분위기로 돌아섰으나, 이후 이견으로 논의를 중단하게 되면서 수출 제한 조치는 최근까지 약 3년 8개월 간 이어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발표된 일본 정부의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는 반도체 공급망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수출 규제가 해제된 불화수소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대일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품목 중 하나다. 두 소재는 반도체 제품 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EUV 등 선폭 10나노미터(㎚) 이하 초미세회로 구현에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수출 규제 당시였던 2019년에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큰 타격이 예상됐지만, 우려했던 만큼 큰 충격은 없었다. 솔브레인, 동진쎄미켐을 필두로 한 국내 기업들이 빠르게 해당 소재를 국산화하며 수입 의존도를 덜었고, 일본 기업도 국내 투자를 늘리며 조달 방식을 우회하는 등의 방법을 쓴 덕분이다.

문제는 여전히 대일 의존도가 높았던 초고순도 불화수소 등 최상위 제품이다. 이들 소재는 향후 첨단 반도체 수요 증가 전망에 따라 소재 공급망 구축이 필수가 됐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국산화는 완벽히 이뤄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이번 수출 규제가 반도체 업계 숨통을 틀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역량 있는 소재 업체들 육성 측면에선 이번 조치는 마이너스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국산화의 동력에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부장 국산화 계획이 일본발 제품 수급 완화로 잠정 중단되는 사례가 생기면 장기적으로는 대일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출 규제 조치가 오히려 국내 소부장 업계가 상승세를 거듭하게 했지만, 그동안 일본 소재를 어떤 방법으로든 수입하며 의존한 것도 사실"이라며 "한일 양국 화해 분위기 조성으로 시너지를 내되, 현재 추진 중인 국산화 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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