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개발한 각형 NCM 배터리 시제품. 인터배터리 2023에서 공개된다 [사진: SK온]
SK온이 개발한 각형 NCM 배터리 시제품. 인터배터리 2023에서 공개된다 [사진: SK온]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 기업이 주력해오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제품을 '인터배터리(InterBattery) 2023' 행사에서 본격 공개한다. LFP 배터리는 낮은 에너지밀도로 전기차에 쓰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삼원계 대비 저렴한 가격과 기술 발전에 힘입어 최근에는 중저가 전기차용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SK온은 15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3'에 참가해 각형 배터리와 LFP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다.

SK온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후발주자로 그동안 전기차용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에 주력해왔다. 화재 안전성은 다른 규격(폼팩터) 대비 낮으나 공간 대비 에너지밀도가 높고 차량 플랫폼 내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스바겐 등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각형 등 다른 폼팩터를 요구하면서 이같은 다변화를 추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눈에 띄는 점은 LFP 배터리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SK온이 개발한 LFP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이 주력한 각형이 아닌 파우치 형태의 배터리로, 저온 상태의 전력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SK온은 "하이니켈 배터리를 통해 축적한 소재 및 전극 기술을 LFP 배터리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이를 소개했다.

당초 국내 배터리 업계는 NCM(니켈·코발트·망간)에 기반한 삼원계 배터리 개발에 주력했다. LFP 배터리가 낮은 용량 탓에 중형 이상의 전기차 모델에 탑재하기 부적합했던 탓이다. 그러나 셀투팩(CTP), 셀투샤시(CTC) 등 모듈과 팩을 제거한 에너지밀도 향상 기술이 등장하고, 중국 CATL 등이 폭스바겐·테슬라·현대자동차그룹의 하위 트림 모델에 이를 장착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게 됐다.

특유의 구조적 안정성과 값싼 가격도 한몫했다. LFP 배터리 화학 구조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NCM 대비 화재 유발 면에서 안전하고, 하이니켈 기술 대비 난도가 낮아 진입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도 탄산리튬을 제외하면 철과 인산으로 구성돼 있어 수산화리튬, 코발트, 니켈 등이 들어가는 NCM 배터리 대비 크게 낮은 편이다.

완성차 기업은 차량의 전동화 추세에 따라 주행거리를 중시한 고성능 전기차 생산에 주력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러-우크라 전쟁에 따른 리튬·니켈 등 원자재의 급격한 가격 상승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 어려움 등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또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일제히 내리면서 치킨게임(가격 출혈 경쟁)의 조짐도 보인다.

전기차 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완성차 고객이 협력사인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에 LFP 배터리 개발을 요청하면서 이같은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이망간(LMO) 배터리 개발이 지지부진한 점도 한몫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망간 배터리는 기존 NCM 배터리에 코발트를 제외하고, 니켈 대신 망간 비중을 높여 가격을 낮춘 배터리다. 에너지밀도도 기존 NCM622와 비슷하고 LFP 대비 10% 정도 비싼 수준이다. 이로 인해 보급형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에너지밀도 대비 전력 발생 효율이 낮고 수명이 짧은 점이 걸림돌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자를 단결정화해 깨지지 않는 단결정 양극재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단결정 양극재가 초기 저항값이 높은 탓에 실제 개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하이망간 배터리의 실제 대량 양산 시기는 2025년이나 2026년 이후로, 이미 널리 보급된 LFP 대비 한참 늦은 상황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LFP 배터리 시제품을 내놓는다. 단 전기차용이 아닌 에너지저장장치(ESS)용이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ESS를 시작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LFP 채용률이 높아진 테슬라와의 공동 개발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LFP 배터리 양산 노하우를 장악한 중국 업체와 직접 경쟁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미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춘 중국과 LFP 배터리 양산 경쟁을 하면 투자 비용과 수율 안정화, 보급 시기 등에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LFP 로드맵이 중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형태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내수 시장과 일부 유럽 시장 등에 집중하고 있다면, K배터리 업계는 중국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미국 시장 등을 노리는 식이다.

삼성SDI는 별도의 LFP 배터리 개발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LFP 배터리가 자체 수익률이 높지 않은 제품인 만큼, 그동안 삼성SDI가 세웠던 수익성 중심 기조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주력 고객사인 BMW가 이미 CATL에 하위 트림용 LFP 배터리를 수급받고 있고, 현재 생산 능력에 맞는 수익을 얻고 있기에 진출하는 이점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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