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 시장이 제대로 물이 올랐다. 기업의 데이터센터 운영에 있어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소로 부각되면서 2009년 최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올해 가상화 기술에 대한 검증 작업들이 다양한 산업군에서 이뤄졌고, 실제 가상화 기술을 통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둔 곳도 속속들이 소개되면서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금융 위기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IT 분야에 새롭게 투자하기 보다는 기존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고자 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시장 분위기 속에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가상화(Virtualization)다. 가상화는 가트너 그룹이 ‘2009년 IT기술 10선’을 발표하면서 1위로 선정했던 핵심 기술이며, 실제 2003년 이후 매년 60% 이상의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IDC는 2008년 가상화 기술 시장이 전년대비 52% 성장한 27억달러, 2012년에는 53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05년에는 신규로 도입되는 서버의 5%만이 가상화 기술을 적용했지만, 2010년에는 신규 서버의 15%가 가상화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상화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서버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계 서버 시장에서 판매대수의 성장률은 한 자릿수로 둔화됐지만 매출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그림1). 멀티코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x86 서버 시스템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서버 가상화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업이 서버를 구매할 때 고성능, 고사양의 서버를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 효과

 가상화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도 갈수록 늘어나면서 시장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초기시장은 x86서버 가상화 시장에서 한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VM웨어가 가상화 시장확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이런 고공비행중인 VM웨어를 상대로 경쟁업체들의 추격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시트릭스 등의 반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상화 360°’ 전략을 통해 서버 가상화와 데스크톱 가상화,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프레젠테이션 가상화 전체를 최적화해 지원하고 있다. 시트릭스는 지난해 가상화 업체인 젠소스를 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애플리케이션 가상화에 이어 데스크톱, 서버 가상화 시장으로 진출해 눈길을 끌었다.

또 레드햇과 같은 오픈소스 진영도 가상화 관련 기능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HP 등 주요 글로벌 IT 솔루션 업체들이 다양한 신제품과 기술지원 서비스 등을 발표하며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 관련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도 유사하게 발전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경기침제 여파 속 가상화 기술 대두

특히 국내의 경기불황 우려가 내년 시장까지 확산되면서 투자대비 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상화’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IT 기획팀 김훈주 팀장은 "지원 서비스는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데이터 센터 공간은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상화 관련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투자 효율성이 높을 뿐 아니라 공간 제약의 문제를 비롯해, 백업 관련 업무에서 정해진 시간 내 중요한 데이터를 옮기는데 VTL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내년에도 가상화 관련해서 계속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보문고 IT팀 박진영 대리는 "가상화 기술이 최근들이 많은 기업들로부터 검증이 되면서 내년부터 교보문고의 핵심 업무에 도입할 계획"이라며 "물리적으로 서버가 분리돼 있더라도 자원이 여유로운 서버와 통합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서버를 추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호스트웨어IDC 박흥배 센터장도 "IDC 상면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물리적으로 확충을 한다해도 계속적으로 같은 문제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수익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던 중 해답을 찾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서버 가상화다. 지금이 바로 도입의 적기"라고 말했다.

가상화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은 비난 이들 업체들만이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과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가상화를 필수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시장 성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의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가상화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HP 비즈니스크리티컬시스템 사업본부 이창훈 부장은 "시스템의 사용을 극대화시키고, 비즈니스 민첩성이나 총소요비용(TCO)을 크게 절감시키면서 가상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그린 IT 데이터센터라는 이슈와 맞물릴 뿐 아니라 최근 2∼3년간 VM웨어가 가상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면서, 정확한 수치는 힘들지만 2000년대 초반에 비해 30% 이상 활성화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IT 분야로 시장 저변 확대

가상화 기술의 저변도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상화 기술의 경우 서버 가상화를 비롯해 스토리지 가상화가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서버 가상화를 넘어 애플리케이션 가상화와 데스크 탑 가상화, 네트워크 가상화 등의 시장도 가시화되고 있다. 하드웨어 자원에서부터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관리 영역까지 IT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가상화 기술 단계별 적용 분류

 

영역별 가상화 시장에 대해 살펴보면 우선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고 할 수 있는 서버 가상화 시장의 경우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면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닉스 서버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일 정도로 많이 성숙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닉스 서버 시장의 경우 각 업체별 자체 가상화 솔루션을 통해 고객들의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서버 가상화 시장에서의 최근 이슈는 x86 서버를 기반으로 한 윈도우 서버에서 발생하고 있다. x86 서버들의 단가가 하락하면서 저렴한 서버의 구매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관리인력 부족, 공간부족, 전력부족 등의 문제들이 야기되면서 가상화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x86서버용 가상화 시장에서 지금까지는 VM웨어가 독주하다시피 했지만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빠르게 뒤쫓아가면서 2강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VM웨어코리아 현태호 사장은 “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경쟁사가 기존 윈도우 사용 고객군을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가상화를 홍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또한 전반적인 측면에서는 시장 숙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보다 다양한 고객 성공 사례를 개발해 잠재 고객들 사이에서 사전에 충분히 응용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도입의 전략적 가치가 증대될 수 있도록 파트너 지원과 마케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60% 이상의 높은 성장을 이뤘으며 내년에도 비슷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서버 가상화에 비해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스토리지 가상화 시장도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에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토리지 가상화의 경우 최근 2∼3년간 안정성과 가용성 확보 측면에서 기술적인 논쟁이 이어져 도입이 활발히 이뤄지진 못했다. 하지만 갈수록 기업의 데이터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IT 자원 통합, 특히 스토리지 통합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의 수요가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EMC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넷앱, HDS코리아, 시만텍코리아 등의 업체들이 관련 제품들의 출시를 모두 완료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부터가 본격적인 도입기로 전망된다.

시만텍코리아 SE본부 신창희 부장은 "이기종의 스토리지를 하나의 풀로 구성해서 원하는 용량과 성능, 가용성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스토리지 가상화의 장점"이라며 "특히 원격지 재난 복구에도 활발히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데이터 보안에 대한 이슈도 물리적인 서버와 동일한 수준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많은 업체들이 관리 툴이나 관련 보안 솔루션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데스크탑 가상화 시장의 경우 국내는 아직 초기 시장이다. 시트릭스시스템스, VM웨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업체들도 이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을 준비 채비를 마친 상황이며, 아직 데스트탑 가상화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편이다. 데스크톱 가상화는 운영체제(OS)를 포함한 모든 SW를 중앙 서버위에 올려놓고 개별 PC에서 서비스 형태로 쓸 수 있게 한다는 개념으로, 최근 국내 금융권에서 정보 유출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HP TSG 그룹 최원규 과장은 "최근 정보 유출의 심각성이 문제시 되면서 금융권에서 데스크탑 가상화에 대한 PoC(기술 검증) 시연이나 제안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발생하는 등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며 "PC를 중앙 관리함으로써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 등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편의성은 물론 보안 문제까지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리케이션 가상화는 데스크탑 가상화와 마찬가지로 아직 용어 자체도 생소한 편이다. 애플리케이션 가상화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서버에 있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각각의 클라이언트 단말기에서 전송해 쓸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시장에서 잘 알려진 서버기반컴퓨팅(SBC)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시트릭스시스템즈코리아가 애플리케이션 가상화라는 개념을 전파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장 규모는 적은 편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400억원 정도를 예상하지만 이는 하드웨어를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순수 소프트웨어 개념으로 봤을 때는 크게 봐야 연간 100억원의 시장일 것으로 업계 전문가는 추측하고 있다.

시트릭스시스템즈코리아 우미영 사장은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의 대기업에서 애플리케이션 가상화를 도입하자 잇따라 신규 도입 사례들이 늘고 있다"며 "보안 및 컴플라이언스 이슈로 인해 데스크탑과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시장이 내년에 충분히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역별 가상화 출현 배경

서버 가상화

서버 가상화의 역사는 지금의 IBM P시리즈의 진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메인프레임인 시스템360은 진화를 거듭해 1972년 가상 머신(VM)을 발표했다. 1972년 당시의 가상 머신 발표는 현존하는 가상화 기술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고객의 비즈니스 요구에 맞게 서버의 효율성을 높여 보다 민첩한 메인 프레임을 만들었고, 이것을 가상머신이라 명명했다. 1988년 시스템3090을 출시하면서 비로소 가상 머신의 면모를 보이게 됐다. 시스템3090에서는 멀티플 가상 시스템, 가상 머신/확장 아키텍처라는 기술이 도입됐다. 이는 한박스 안에 유닉스 운영체제를 여러 개 설치해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을 뜻한다.

이렇게 가상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2000년에는 메인 프레임이 Z시리즈라는 제품으로 소개됐고, 메인프레임은 Z에서 이제는 P시리즈라는 제품으로 그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P5의 경우 운영 중에 물리적으로 CPU를 교체를 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다. 이는 LPAR라는 기술을 이용한 것인데, 이 기술은 컴퓨터의 프로세서, 메모리 및 저장 장치를 여러 개의 자원 셋으로 분할함으로서 각 자원 셋이 운영체계 인스턴스와 애플리케이션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동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가상 기술들이 지금의 VM웨어, 마이크로소프트 가상 머신에 응용됐다고 볼 수 있다.

스토리지 가상화

스토리지 가상화는 RAID 계층이 도입되면서 시작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몇 개의 물리적인 디스크를 RAID로 묶어 한 개의 디스크처럼 보이게 하는데, 서버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 개의 디스크로 인식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역할을 여러 개의 디스크가 담당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스토리지는 추기 구입 비용보다도 스토리지를 설치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많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스토리지 관리와 관련한 운영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스토리지 가상화는 발전해 온 것이다.

네트워크 가상화

네트워크 가상화 역시 비용절감과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발전해 왔다. 네트워크 가상 환경은 여러 사용자들을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공통된 가상 환경으로 묶어주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여러 명의 사용자가 같은 가상 공간을 공유하면서 협동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즉, 라우터, 스위치, 로드 발랜서, 파이어월, VPNs, VLANs 등을 네트워크에서 자원을 공유해 활용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DBMS 업계에서도 그리드 기술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가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고객 애플리케이션들을 서비스로 가상화시켜 주고자 한다. 이는 최근 10기가비트 이더넷 시장이 성장세를 타면서 그리드 환경 구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그리드의 핵심 개념인 자원의 가상화와 풀링은 최근 주목을 받고있는 SOA와 웹서비스 기술과 접목해 서로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런 가상화 기술 요소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유틸리티 컴퓨팅의 근간이 되는 기술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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