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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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세계에서 가장 탈중앙화된 암호화폐로 꼽히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거래를 검증하는데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마이너(Miner: 채굴자)들 참여 기반으로 돌아간다.

마이너들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컴퓨팅 파워를 지원하고 새로 발행되는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는다.

네트워크 운영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들이 비트코인에서 핵심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로 넘어 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비트코인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일은 메인테이너(maintainers)로 알려진 개발자들의 몫이다. 

메인테이너들은 비트코인 코어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해왔음에도 맡은 역할에 비해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 세계를 조명한 기사를 보도해 눈길을 끈다.

내용을 보면 현재 비트코인 코어 메인테이너들은 5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6명이었는데, 2014년부터 메인테이너 그룹 리더였던 블라디미르 반데르 란(Wladimir van der Laan)이 번아웃을 이유로 물러나면서 지금은 5명이 비트코인 메인테이너로 활동 중이다. 

비트코인은 관련 공시 사항들은 규제 당국에 제출하는 서류가 아니라 백서, 게시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코드 저장소인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깃허브에 공개돼 있는 비트코인 코어 소프트웨어 코드를 통해 제공된다.

비트코인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만큼 깃허브 계정이 있는 누구나 비트코인 코어에 변경과 관련한 제안을 할 수 있다. 메인테이너들은 다른 개발자들과 달리 다양한 제안들을 승인하고 변경 사항을 깃허브로 옮길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들은 어떤 조직에 공식적으로 소속돼 있지 않으며 월급도 받지 않는다.

메인테이너들은 동료들에 의해 선출되며 느슨한 기부자 네트워크가 이들에게 그랜트(Grant: 보조금) 형태로 급여를 지급한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과 부유한 투자자들이 그랜트를 통해 비트코인 메인테이너들을 후원하고 있고 금액은 1년에 10만달러에서 15만 달러 정도라고 WSJ은 전했다.

이같은 방식과 관련해 이해 관계의 충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WSJ은 비트코인 메인테이너 출신 개발자 사무엘 돕슨을 인용해 "자금 출처와 보이지 않는 통제 여부에 대한 의문이 꽤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개발자들이 조직화되는 방식은 비트코인 성장을 제한할 수 있고 이들이 코드에 주는 변화들은 네트워크 속도, 보안, 사용성 또는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WSJ 보도를 보면 비트코인 메인테이너들을 둘러싼 후원 분위기는 암호화폐 가격 하락 속에 예전만 못해졌다.  FTX나 블록파이 등 비트코인 개발에 자금을 지원했던 몇몇 회사들은 파산했고 다른 회사들도 허리띠를 졸라 매는 모습이다.

후원금을 기반으로 비트코인 코어 메인테이너들 및 다른 몇몇 개발자들에게 그랜트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인 브링크(Brink)의 경우 유치한 자금 규모가 지난 1년간 50~60% 감소했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 활동은 평판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해롭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면 평판이 나빠지고 다른 메인테이너들에 의해 비트코인 코어 소프트웨어 접근이 차단당할 수 있다. 메인테니어들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고 1년에 한 두번씩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대면으로 만나지만 대부분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브링크는 매월 그랜트를 받는 개발자들과 연락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통제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게 그랜트 수혜자들에게 다른 사람을 소개하거나 이런저런 제안 자체를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브링크 그랜트를 받는 개발자들은 매년 후원을 다시 신청해야 하며 이사회는 해당 개발자가 기여한 비트코인 가치를 평가한다. 이 과정은 매우 주관적이라고 WSJ은 전했다.

현재 활동 중인 비트코인 메인테이너 5명 중  앤드류 초우(Andrew Chow)는 대학 졸업 후 블록체인 인프라 회사인 블록스트림에서 일해왔고 마르코 팔케는 암호화폐거래소 OK코인과 암호화폐 전문 벤처 투자 회사(VC)인 패러다임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초우가 집계한 내용을 보면 2009년 비트코인 공개 이후 지금까지 17명에게 코드를 바꿀 수 있는 접근이 허용됐다. 

세계 최대 탈중앙화 암호화폐를 개발하는 일임에도 비트코인 메인테이너라는 자리가 그렇게 편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지난 18개월간  비트코인 코어 메인테이너 4명이 번아웃과 법적인 위험을 이유로 물러났거나 이직했다. 이럴 경우 토론과 투표를 통해 새로운 메인테이너들이 선출되는데, WSJ 보도를 보면 후임 메인테이너를 정하는 게 만만치 않은 분위기도 엿보인다.

WSJ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에서 일하는 특전에도 메인테이너들 사이에서 계속 나오는 농담들 하나는 아무도 이 일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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